류수항 4단 대 박정상 9단 대국…백 명줄 끊은 1선의 흑 두 수에 검토실 찬사
올해 한국바둑 최고의 묘수는 KB바둑리그 5라운드 3게임 3국 포스코켐텍의 5장 류수항 4단 대 화성시 코리요 4장 박정상 9단의 대국에서 나왔다. 류수항 4단이 흑, 박정상 9단이 백을 쥐었다. 자칭 타칭, 묘수 전문가 김성룡 9단이 인정한 2016년 상반기 최고의 묘수다.
(위) 장면도, (아래) 1도
<장면도>를 보자. 초반 상변에서 흑이 얻은 포인트가 패싸움을 거쳐 좌변 백 9점을 잡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흑의 우세. 하지만 박정상 9단이 좌하에서 어려운 변화를 이끌어내 승부를 만들었다. 백1로 흑 6점을 가둬 수상전이 발생한 장면.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쌓은 포인트는 모두 무의미해진다. 잡느냐 잡히느냐, 거기서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검토실에서는 백1로 인해 흑이 곤란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흑이 잡힌 것 같다는 TV해설자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는데….
<1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는 흑1 다음 흑3의 치중이다. 특히 3은 급소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4로 이은 다음 흑5 때 백6·8로 젖혀 이으면 수상전은 흑이 안 된다. 10까지 백이 딱 한 수 빠르다.
(위) 2도, (아래) 3도
<2도> 아마추어는 급하다. 수를 자세히 읽기보다는 일단 급소 한방을 먼저 날리고 싶어 한다. 역시 흑1이 백 모양의 명치처럼 보이는 곳. 하지만 보기에만 그럴 듯할 뿐 급소와는 거리가 멀다. 백2로 꽉 이으면 이것 역시 수상전은 흑이 안 된다.
<3도> ‘죽음은 젖힘에 있다’는 바둑격언이 있다.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흑1로 젖혀 상대의 응수를 묻는 것이 묘수 1탄. 오직 류수항 4단만이 정확히 보고 있었다. 백2는 최선의 응수인데 여기서 가만히 기어들어간 흑3이 묘수 2탄으로 검토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흑1·3의 1선 두 개가 백의 명줄을 끊는 우직한 수단이었던 것. 백4부터 9까지가 실전의 진행이다. 흑9에 한참을 응시하던 박정상 9단은 결국 손을 빼서 다른 곳으로 향했는데 좌하는 이것으로 백이 잡혀있다. 이후의 수순은 직접 눈으로 따라가 보길 바란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