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노인들은 추운 날 외출을 했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 등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여성들은 단순빈혈이 많은 편이라 무심히 넘기기가 쉬운데, 어지럼증 가운데는 가벼운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도 있으므로 반복되는 어지럼증은 무심히 넘기지 말고 반드시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어지럼증은 뇌졸중이나 뇌종양 외에도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원인, 과로 빈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어지럼증 하면 잘 낫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숨은 원인을 찾아내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어지럼증은 특정한 질병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일 뿐이다. 여기에는 뚜렷한 원인이 있게 마련이므로, 어지럼증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그 원인질병을 분명히 알아보는 게 필요하다.
어지럼증은 많게는 신경과 외래를 찾는 환자의 5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한방에서는 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현훈(眩暈)이라 부른다. 현(眩)은 시야를 어둡게 느끼는 것을 가리키고, 훈(暈)은 머리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느낌을 말한다.
증상은 가볍게 현기증을 느끼는 정도에서부터 심하면 천정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머릿속이 텅 비고 의식을 잃을 것 같은 느낌으로 눈앞이 침침해져 그대로 주저앉게 되는 경우까지 정도가 다양하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2내과 정우상 교수는 “신경계나 혈액, 대사계의 이상이 주원인”이라며 “어지럼증이 여러 번 나타나면 단순한 증상이 아닐 수 있으므로 그냥 방치하거나 섣부른 민간요법으로 대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지럼증과 함께 두통이 있거나, 의식상태가 흐려지고 팔다리의 감각이나 운동기능에 장애가 나타날 때는 중풍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크므로 서둘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심각한 것은 뇌졸중이나 뇌종양처럼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어지럼증이다. 특히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어지럼증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추신경계 이상에 따른 어지럼증: 한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뇌졸중을 포함한 중추성 어지럼증이 50세 미만에서는 32%인 데 비해 60대에서는 39%, 70대에서는 51%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일수록 뇌졸중 같은 심각한 원인으로 생기는 어지럼증이 많다.
뇌졸중과 관련하여 생기는 어지럼증은 귀의 문제로 생기는 말초신경성 어지럼증에 비해 어지럼 증세는 오히려 가볍게 나타난다. 대신 심한 두통이나 보행장애, 감각 이상이 나타나고,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안면근육 마비가 따르기도 한다.
▲편두통에 의한 어지럼증: 편두통에 의해서도 어지럼증이 생긴다. 주로 젊은 층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의 경우 환자의 약 80%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데,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차멀미나 뱃멀미 등을 자주 겪은 사람들이다. 만약 귀가 울리는 이명이나 청력장애 없이 어지럼증이 반복되면서 자신이 편두통이 있거나 가족 중에 편두통이 있다면 편두통에 의한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많다. 이때는 편두통 치료제인 칼슘통로 차단제나 베타 차단제 등의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기타: 드물게는 혈관 기형이나 뇌종양으로 어지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보통 흡연이나 카페인 과다섭취,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역방향에 앉은 승객 중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역방향으로 주행할 경우 내이 림프액의 불규칙한 움직임과 눈이나 기타 신체로 들어오는 신호가 상반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지럼증이다. 이때는 차라리 잠을 자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게 조금 낫다.
▲귀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 몇 개월 전부터 어지러움을 느끼는 일이 많아진 윤성숙씨(42·여).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심하지 않고 눕거나 앉을 때면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빈혈인가 싶어 철분제를 사다 먹어 보았다. 그러다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이비인후과에서 몇 가지의 검사 결과 귀 속의 세반고리관이라는 곳에 돌멩이가 생긴 것(결석)이 원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결석을 제거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지럼증이 개운하게 사라졌다.
▲ 경희대한방병원 정우상 교수가 어지럼증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 ||
귓속 이상 중 가장 흔한 것은 ‘양성위치성현훈’이라고 해서 전정기관의 세반고리관에 결석이 생겨 발생한다. 대개 누운 상태에서 돌아눕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럼증이 잘 생긴다. 전정기관을 안정시키는 약물치료를 하거나 결석을 제거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앉아있다가 일어서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지고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대뇌에 전반적인 혈액 공급이 저하된 경우다. 기립성 저혈압, 심장병, 빈혈, 자율신경계 장애 등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기립성 저혈압: 누워있을 때와 서있을 때의 혈압의 차이가 원인인데, 일어나는 순간 혈압이 큰 편차로 급격히 떨어지면 실신할 수도 있다. 혈압약 등의 부작용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도 많으므로 새로운 약을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평형장애: 술 취한 사람처럼 중심을 못 잡고 걸을 때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것은 평형장애에 의한 증상이다. 소뇌의 뇌졸중이나 퇴행성 질환을 비롯해 당뇨병 등 말초신경 질환, 척수·전두엽에 병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심인성 어지럼증: 어지럼증의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워 ‘머릿속이 흔들린다, 멍하다’등 막연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면 심인성인 경우가 많다. 우울이나 불안, 두통, 불면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쉬우며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만약 뚜렷한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빈혈: 빈혈의 종류에 따라 용혈성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 철결핍성 빈혈, 거대적아구성 빈혈 등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어지럼증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심하면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한방에서는 사물탕 등의 보혈작용을 하는 처방으로 피를 만드는 조혈기능을 높여준다.
어지럼증 예방수칙
뚜렷하게 어지럼증을 예방하는 비법은 없지만 평소 지나친 스트레스나 과로를 삼가는 게 좋다.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 중노년기에는 혈압과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한다.
2 고지혈증,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갑자기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않는다.
3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임의로 빈혈약부터 복용하지 않는다.
4 일단 어지럼증이 생기면 꾸준히 치료한다. 귀로 인한 어지럼증은 대부분 치료가 된다.
5 어지럼증이 반복해 나타나는 경우는 참지 말고 병원을 찾는다. 원인에 따라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등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
6 평형감각의 이상과 함께 오는 어지럼증에는 운동이 도움된다. 자전거 배드민턴 테니스 등 몸의 평형을 유지시키는 운동을 한다. 그러나 평형능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수영은 좋지 않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무릎을 세우고 천천히 일어나는 게 요령이다. 눈을 뜬 채 딱딱한 바닥에서 머리를 좌우상하로 돌리면서 10발짝만 걷는다. 다시 눈을 감고 10발짝 걷는 동작을 매일 반복하면 어지러운 증상에 덜 민감해진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한방병원 한방2내과 정우상 교수,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