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역질을 일으키는 원인은 위장병 말고도 간질환, 과음, 흡연, 잘못된 양치질 등 다양하다. | ||
하지만 헛구역질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식도 위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간에 병이 생겼거나 혈압에 문제가 있거나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심지어 음식소화와는 관계가 없는 요로결석에 의해서도 헛구역질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 불안증 때문일 수도 있고 다이어트 부작용인 거식증의 한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한 잔, 두 잔 급하게 들이키다 보니 평소보다 과음을 한 K씨(41). 술을 마시다가 심한 구토를 했는데, 가슴이 뻐근하고 피가 섞여 나오는 게 아닌가. 다음날 아침 대변도 까맣게 나왔다. 뭔가 이상이 생긴 것 같아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음주 후 갑작스러운 구토 때문에 식도의 점막이 찢어지는‘말로리 와이스 증후군’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검은 변도 구토하고 남은 혈액이 대장을 소장-대장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되면서 색이 변한 것이었다.
다행히 K씨의 경우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보통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출혈이 심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음주로 구토를 한 후에 심하게 어지럽거나 가슴이 뛰고 대변이 검은색 또는 혈변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흔히 구역질, 구토 하면 “위장이 나빠진 것은 아닐까?”하고 위장병만을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없이 속이 메스껍고 토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위장병 말고도 모르는 사이 간이 나빠졌거나 과음 흡연 잘못된 양치질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위가 건강한데도 구역질, 구토가 난다면 소장이나 대장 간 신장 등도 체크해봐야 한다.
흔히 구역질이나 구토를 할 때는 자율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식은땀이 나면서 침이 나온다. 맥박이 느려지고 저혈압이 나타나 어질어질하고 힘이 없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원래 구토는 인체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몸 안에 들어온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일종의 자기 방어 수단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유해음식을 먹었거나 위장에 이상이 있어 일어나는 구토 외에도 전혀 위장과 관계없는 질환들이 헛구역질, 구토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계속되는 구토는 특히 요주의 대상이다. 한양대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는 “이때는 보통 심한 복통이나 발열 탈수 의식변화 등의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토하는 횟수와 정도가 심할수록 더 위험하다. 내뿜는 것처럼 심한 구토를 하면 위장관 폐쇄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구역질도 심한 경우에는 심장병이나 암 신장병 간질환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헛구역질, 구토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질환들을 알아보자.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구역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위장병 같은 소화기 질환이다. 급성 또는 만성 위염, 소화성 궤양, 위확장증, 유문 협착, 위암 등이 해당된다. 불규칙한 식사 등 식습관에 문제가 있으면서 상복부의 통증이나 복부의 불쾌감, 속쓰림, 트림, 식욕부진 등 위장의 이상을 알려주는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구토물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붉은색의 피는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을, 커피색처럼 어두운 색은 소장폐색증, 위 운동기능 마비 등이 의심된다.
구역질, 구토 등이 있으면서 식후 30분에 가슴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쓰리다면 위궤양의 대표적인 증상. 십이지장궤양은 식후 1시간30분에서 3시간 사이에 통증이 느껴진다. 위·십이지장궤양은 조기 치료하면 약물로 잘 낫지만, 악화되면 치료해도 재발이 잘 되므로 주의한다.
위장은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담아두는 성격일수록 위장병에 노출되기 쉽다. 과음 과식, 기름기 많은 음식도 위를 자극해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갑자기 쉬 피로하고 식욕부진, 구토 증세가 있다면 급성 간염일 가능성이 크다. 빨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잘 치료된다. 만약 과체중이면서 평소 과로, 과음을 자주 하는 직장인이라면 지방간으로 구토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식중독이나 세균성 이질, 장염, 콜레라 등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돼도 구역질, 구토가 생긴다. 이때는 설사가 함께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위를 완벽하게 비우는 것이 유익하므로 소금물을 마셔 마음껏 토하게 하거나 다량의 물로 독소를 묽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부드러운 베개를 베고 편한 자세로 누워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약물 중에서는 항우울제나 항생제, 대부분의 항암제, 마취제 등 일부 약이 구역질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는 의사와 상의해 다른 약으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구역질, 구토가 갑자기 나면서 가만히 누워있는데도 천정이 빙빙 도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전정신경염 같은 귀의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의 피로가 심한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흔한 안정피로가 있어도 심하면 구역질, 구토가 난다. 녹내장이 있어도 어느 순간 눈의 방수 배출구가 완전히 막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구역질, 구토, 안구 통증, 두통 등의 증상이 찾아온다. 이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 위내시경으로 구토 환자의 위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제공=경희대병원 | ||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이나 과음, 흡연 등도 두통을 만드는 원인이므로 바꾸어야 한다.
두통과 함께 토하거나 의식변화 반신마비 경련이 일어날 때는 뇌종양 같은 질병일 수도 있으므로 즉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고혈압이 있어도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이나 요관 방광 요도 등의 소변이 지나는 요로에 돌이 생기는 요로결석이 있어도 구토, 오심 증상이 있어서 위장병으로 오해될 수 있다. 소변에 피가 섞이거나 배뇨곤란, 옆구리 통증 등이 함께 있으면 의심된다. 여름에 많고 앉아서 일하고 고온에서 일하는 사무직, 요리사 등에게 많다.
담배도 일종의 독성물질.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어서 담배의 역한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나타날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운 다음 날도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구역질이 날 수 있다. 니코틴이 혈액의 산소 공급 능력을 저하시켜 저산소증, 일산화탄소 중독이 나타나 뇌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구역질,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흡연기간이 오래 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래가 많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폐암이 있어도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 구토가 자주 날 수 있다.
과음을 하거나 술고래들이 술을 끊으려고 할 때도 갑자기 음주를 중단하면 금단증상으로 구역질, 구토가 난다. 이때는 디아제팜, 로라제팜 등의 약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양치질을 하면서 혀 안쪽을 칫솔로 자극해도 구역질, 구토가 나기 쉽다. 이것은 반응점 자극에 따른 정상적인 반사작용이다. 간혹 비위가 약해 치약 냄새에도 구역질이 날 수도 있다. 올바른 양치질 습관을 들이면 쉽게 없어진다.
별다른 구역감 없이 식후 즉시 토해낼 때는 먹는 것을 거부하는 거식증이 의심된다.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여성에게 많다.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불안 등이 있어도 속이 구역질이 나고 식욕이 떨어진다. 한번 고생한 약이나 음식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수 있다.
구역질 예방 수칙
1. 양치질 습관을 바로잡는다.
2. 입 안을 청결하게 한다.
3. 기름지거나 튀긴 음식, 짜고 매운 음식을 삼간다.
4. 스트레스를 줄인다. 긴장이나 불안이 구역질, 구토를 자극할 수도 있다.
5. 취미생활이나 적당한 운동을 시작한다.
6. 과음을 삼간다.
7. 담배를 끊는다.
8. 새로운 약을 복용한 후 구역질, 구토가 생기면 의사와 상의한다.
9. 불쾌하거나 자극적인 냄새를 피한다.
10. 구역질, 구토가 4~5일 지속되거나 체중감소 등의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는 빨리 병원을 찾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상길 교수,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