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에도 선전하고 있지만 4분기 이후 안갯속
#엔진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시가총액 비중은 20%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전체 지수에 미치는 양향력이 크다. 이전 삼성전자 주가가 150만 원을 넘었던 시점은 지난해 3월 중순이다. 당시 코스피는 1920선.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으로 돌아섰지만 두 달 뒤인 작년 5월 코스피는 2189까지 상승한다. 시차는 좀 있지만 최근 수년 이래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 후에는 코스피도 따라 올랐다.
2분기 삼성전자의 선전은 갤럭시S7의 공이 컸다. 뒤집어 보면 경쟁제품인 애플 아이폰의 부진 덕이다. 아이폰 신제품은 9월에야 나온다.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는 것은 4분기다. 지난해까지 아이폰의 기록적 판매를 이끌었던 중국시장에서는 최근 ‘반미’ 열풍이 거세다. ‘사드(THAAD)’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반미 감정만은 못하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인 샤오미, 화웨이 등의 운영체계(OS)가 삼성전자와 같은 점도 긍정적이다.
더불어 애플은 아이폰7에 기존 LCD 대신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지금 당장 이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기존 공급처인 LG디스플레이는 설비증설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수급환경 역시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2일 2조 1309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마쳤다. 그런데 7월 28일 다시 1조 80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밝혔다. 회사가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져도 주가 하락 부담은 꽤 줄어들 전망이다.
#’화폐전쟁’, 미국보다 일본
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가결시키면서 각광을 받은 것이 엔화다. 달러와 양대 축을 이루던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안정적인 제3의 화폐로 일본 엔화가 주목받은 결과다. 이는 엔화강세를 유발했고, 반작용으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즉 ‘돈풀기’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돈을 더 풀기보다는 돈줄을 죄지 않는 쪽이다. 중립적 변수다.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오히려 엔화다. 엔화 약세로의 회복은 원화 강세 요인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6월 24일 국내 코스피지수는 하룻만에 61.47포인트 급락한 1925.24를 기록했다. 그러나 충격은 오래 가지 않고 지수 2000선을 회복했다. 고성준 기자
#불안 요인의 감소
조선과 중공업, 해운, 그리고 건설과 철강 등은 최근 우리 경제의 골칫거리다. 그런데 조선과 중공업은 터질 게 거의 다 터졌다. 대우조선은 문제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더 이상 나빠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해운도 현대상선 경영정상화가 시작됐고, 한진해운의 구조조정도 임박한 상태다. 철강은 대장주 포스코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전반적인 업황 전망은 어둡지만 작년 같은 심각한 부실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은 뚝 떨어졌다. 지수를 아래로 끌고 갈 요인이 줄었다는 뜻이다. 건설업종도 최근 국내에 재건축 붐이 일면서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4분기 이후 다시 안갯속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점은 9월이다. 11월은 대선 때문에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 새 모델이 나오는 것도 9월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원화 약세 요인이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발시킬 수 있다. 애플 아이폰7이 힘을 발휘할 4분기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TV 등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 부문에 힘이 됐던 유로2016(2분기), 리우올림픽(3분기) 효과도 4분기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1조 8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4분기 초 끝난다.
대규모 적자를 냈던 조선과 중공업, 해운 등 한계업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저효과도 상당 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3분기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지만, 당장 흑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편 최근 주식형펀드에서 채권형펀드로 국내 자금 이동,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의 급증 등도 돌발변수다. 최근 3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 잔고는 67조 원에서 59조 원으로 급감한 반면 채권형펀드 잔고는 49조 원에서 97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인 셈이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자금도 주식보다 안전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뚜렷하다. 신용융자의 급증은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를 촉발해 낙폭을 키우는 부작용이 있다.
최열희 언론인
주가가 낮을수록 지배력 확보 유리…호텔신라 주가 부진 이부진 사장에게는 ‘득’ 호텔신라 주가가 신저가를 기록하며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사업 부진에 따른 시장 반응이다. 면세점 사업은 경쟁심화와 상대적인 원화강세, 중국과의 외교관계 악화 등 업황 전망도 어두워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호텔신라의 최근 주가 부진이 이부진 사장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은 약 2조 3500억 원선이다. 호텔신라 주주는 삼성생명(7.3%), 삼성전자(5.11%), 삼성증권(3.06%), 삼성카드(1.3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장 개인 지분은 없는 반면 금융계열사 지분이 12%나 된다. 금산분리를 위해서라도, 이 사장의 몫으로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 변화 가능성이 크다. 삼성 계열사의 호텔신라 지분율은 17%가 조금 넘는다. 시가로 4000억 원 정도다. 금융계열사 지분만 따지면 3000억 원이 조금 안 된다. 이 사장이 가진 자산은 삼성물산(5.5%)과 삼성SDS 지분(3.9%)이 전부다. 시가로는 각각 1조 4400억 원, 4600억 원 정도로 합하면 약 2조 1000억 원 정도다. 그나마 삼성물산 지분은 호텔신라 지분을 확보하는 일에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지분은 이 사장이 담당하는 삼성물산 내 레저 부문, 즉 리조트 부문인 에버랜드와 골프장, 급식과 식자재유통을 하는 삼성웰스토리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요긴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내에서 이 사장이 담당하는 이들 부문 매출액은 5000억 원, 자산은 3조 원이 넘는다. 향후 바이오 부문 상장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결국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하기보다 삼성SDS 지분으로 호텔신라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이 부사장 입장에서는 최선일 수 있다.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해 7월 주당 14만 원을 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지분 17%를 확보하려면 1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던 셈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삼성SDS 주가는 25만 원 선을 유지한 덕분에 이 사장의 지분가치는 2조 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호텔신라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자칫 삼성SDS 지분을 다 팔아도 호텔신라 지배력을 확보하기 부족할 뻔했다. 삼성SDS 낙폭이 더 커 이 사장으로서는 손해가 크지만, 호텔신라 지배력을 확보할 정도의 가치는 유지된 셈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