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꽃길 깔려고? 교통정리가 필요해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최연혜 의원(왼쪽)이 서청원 의원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충청 출신 잠재적 대선후보군도 많다.”
7월 28일 기자와 만난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은 이같이 밝혔다. 충북 영동 출신 최 의원은 “우리 충청도에서는 이순신 장군 등 어느 지역 못지 않게 훌륭한 분들을 많이 나왔다. 지금도 여러 자격 있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내년 대선에서 충청을 대표할 것이다. 충청인들은 단순히 충청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다음 대통령은 경제 위기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충청도민들은 그 위기를 풀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박 성향의 최 의원은 초선 비례대표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지만 전대에서 선출직 최고의원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 의원 상대는 비박계 대표주자 이은재 의원이다.
최 의원뿐 아니라 이장우(대전 동구) 정용기(대전 대덕구) 의원도 3명을 뽑는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이장우 의원은 “충청권이 정치적 변방으로 중앙 정치권에서 소외됐다. 전대를 통해 ‘충청 대망’을 위한 헌신을 하겠다. 충청도는 아직 대통령 한 번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다. 충청의 목소리를 중앙정치 무대에 담고 정치적인 힘을 키워 대통령을 만들어내겠다. 충청의 위상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인근에 캠프를 꾸린 이 의원은 친박계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최종적으로 후보등록을 마친 전체 새누리당 선출직 최고위원 후보는 8명. 이 중 절반 가까운 후보가 충청 인사들이다. 그렇다면 충청권 의원들이 너도나도 출마를 감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거물급 정치인들이 막후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용기 의원 측근은 “19대 국회에 비해 20대 국회에서 충청 모임이 많이 활성화됐다. 아무래도 대망론이 표면화된 상황이라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역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서포트’를 해주고 있어 이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충청 좌장’ 4선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충청권 의원들의 ‘깨어난 포스’는 정 의원이 만든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이 의원과 정 의원의 단일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7월 25일 정 의원 주도로 박찬우(충남 천안갑), 이종배(충북 충주) 등 새누리당 충청 의원들 10여 명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두 의원의 단일화를 위해 모임을 가졌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율적으로 단일화가 되면 좋을 듯하다. 꼭 충청권 최고위원을 만들었으면 하는 게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생각일 것”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 측근은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충청권을 대표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정치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만 정 의원은 충청권 의원의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면 충청권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의원과 정 의원의 단일화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둘 다 완주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단일화는 같은 생각을 공유해야 의미가 있지만 정 의원과 저는 서로 지향점이 다르다. 지역이 같다고 해서 무조건 단일화를 하는 것은 인위적인 측면이 있다. 생각이 전혀 다른데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최고위원 선출은 1인 2표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역적인 단일화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의원의 측근은 “당과 국민을 생각하기보다 호가호위와 막말로 정치수준을 저급하게 떨어뜨린 세력을 심판해야 하기 때문에 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경선은 ‘충청 대망론’의 바로미터다. 정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충북 제천 출신이다. 당청 주요 인사들과 충청권 최고위원들까지 가세한다면 대선에서 새누리당 최고의 화두가 충청 대망론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무리한 추측은 아니다. 충청권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유력 인사는 “십수년 전 저는 JP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아쉬움은 여전하다. 지금껏 대한민국은 경상도의 나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은 우리 충청인들에게 절호의 기회”라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충청 출신 친박 주자들이 반 총장의 꽃길을 다지려고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전통적으로 선거의 키를 쥐고 있던 지역이 충청이었다. 하지만 JP 이후로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반 총장이 나오니까 대망론이 동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충청 의원들이 지도부에 들어가 그 기대를 현실화시킨다면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새누리당 당내에선 ‘반기문=충청대망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다른 새누리당 보좌관은 “반 총장이 대선판에 머리를 들이밀어 갑자기 생겨난 충청대망론이 아니다. 반 총장은 우리 당의 훌륭한 자산이지만 과연 생각대로 움직여 줄까. 반 총장 지지율은 지금이 ‘맥시멈’이다. 지지율 40%를 넘겨야 난공불락이다. 반 총장의 20% 안팎의 지지율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언제나 크다. 국내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UN 사무총장 타이틀도 있는데다 여당에서 연일 띄우고 있다. 좋은 조건을 전부 갖춘 지지도인데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 만약 반 총장 흐름이 꺾이면 새누리당에 주자가 없다. 난감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