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교배(주류)는 당 쇠약해질 수밖에…나의 장점은 이종교배(비주류)라는 것”
-“당 대표되면 국민의당 정동영, 천정배와 손학규 전 고문 모셔올 것”
[일요신문] 불과 며칠 전만해도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는 ‘추미애-송영길’ 범주류 진영 양대 후보의 경쟁이 전부였다. 당권 레이스 시작과 함께 잇따른 주자들의 출마 선언과 드라마틱한 막판 후보 단일화까지 전개됐던 새누리당과 비교해 보자면 참 재미없는 전당대회가 예상됐다. 특히 비주류 주자들 대부분 출마 카드를 사전에 접는 바람에 더민주당 전당대회는 주류진영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그런 가운데 비주류 진영의 후보로서는 유일하게 이종걸 의원이 당권 출사표를 던졌다. 불출마가 예상됐던 이 의원이 돌연 출마를 선언한 까닭은 무엇일까. <일요신문>은 컷오프를 3일 앞둔 8월 2일 오전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2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참 오랜 기간 숙고했다. 그럼에도 출마 결단을 내린 이유는 뭔가.
“내가 좀 쓸데없는 장고형이다. 사실 마음의 결정은 일찍 했다. 나의 결정이라기 보단 지금 저와 같이 하는 군(群․비주류 진영을 지칭)들이 있다. 그 분들까지 포함해서 이번 전당대회에선 누군가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반드시 우리에게도 공간이 열려있다. 우리가 그 공간을 채워야만 전당대회가 완성된다. 전당대회가 전당대회다워진다.”
―그 과정이 있었나.
“우리 안에서 ‘저’로 결정된 것이 좀 늦어졌다. 아시다시피 김부겸, 박영선 의원과 논의가 있었다. 김 의원에게 꼭 나가달라고 얘기도 했다. 김 의원이 나가면 난 안 나간다고도 했다. 맘속으론 내가 나가는 것 이상 뛸 준비도 했다. 직후(김부겸 의원의 불출마 직후) 원혜영 전 대표에게도 ‘선배께서 나가시면 내가 선대본부장 하겠다’고 권유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직 의원은 선거캠프에 합류를 못하더라. 허나 진짜 내 마음이 그랬다.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앞서의 분들이 못 나가게 됐다.”
이종걸 의원은 본인의 출마 과정에서 주변 비주류 후보들에 대한 사전 출마 권유 과정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앞서의 분들은 저희와 흐름을 달리하고 있는 분들(친노․친문 주류세력)에게서 안티가 나보다 훨씬 적은 분들이다. 하여 그런 권유를 드렸던 것이다. 그 과정이 좀 길었다. 그 과정을 생각한다면 내가 직접 당원을 만나고 뛰진 않았지만 저는 그 때부터 이미 당대표 경쟁 라운드에 들어온 셈이다.”
―비주류 진영의 많은 후보들이 왜 출마를 접었다고 생각하는가.
“당대표 선거는 조직선거다. 물론 일부는 여론선거기도 하지만. 조직에서 턱 없이 밀리기 때문에 여론상 아무리 좋아도 당선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이번에 (비주류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하려는 당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주변에선 용기도 있지만 무모하다고도 얘기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 자체가 당의 문제다. 뒤에 대선 후보를 뽑는 과정은 더 할 것이다. 그 때 만약 예정돼 있는 대선후보가 아닌 사람이 후보로 나올 경우 나의 경우보다 백배는 더 무모한 결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현재 당내 번지고 있는 낙관론에 대해 경계하며 자신의 출마 결심을 강조했다.
“내가 왜 그러한 무모함을 딛고 나가겠나. 김대중 대통령도 김종필이라는 우리와 전혀 성격이 다른 연합을 통해 대선에서 간신히 이겼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몽준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안고 겨우 이겼다. 지금 우리당은 어떠냐. 총선에서 민의를 안고 1당이 됐지만 당 지지도는 3등이었다. 게다가 국민의당과 분당됐다. 3당 구조에서 우리가 이겼다? 이건 정말 국민이 만들어준 기적이다. 다시 안 일어나는 게 기적이다. 그런데 기적이 다시 일어난다는 묘한 낙관론이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 지금 분위기에선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제가 지금 이러한 분위기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말씀 뿐 아니라 제가 직접 나서서 당원들에게 호소하고 이를 깨는 하나의 견인차가 되겠다. 제 스스로 정이 될 테니 국민들께서 망치로 때려 달라 이거다. 구멍을 내겠다. 이게 내 의지다.”
―비주류 진영을 대표하는 주자로서 계파청산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이 계파 척결을 못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대통령 후보(문재인 당시 후보)가 됐고 그래서 졌다. 이 얘기를 안철수 진영에서 하지 않나. 지금도 계파척결 작동 안하면 패한다. 이것이 되어야만 곧 야권 통합도 된다. 합당은 나중 문제지만 이번 대선에서 힘을 합치는 것 전제가 계파 척결이다. 제가 그 ‘중간’에 있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대표를 반드시 교섭해서 우리 당 대선 라운드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모셔오겠다. 내가 당대표가 된다면 말이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말하는 것인가.
“합당은 다음 문제지만 대선 라운드를 만들기 위한 구성원으로서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합당도 될 수있다. 물론 그것은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제가 아니면 합당은 불가능하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 의원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부담감은 없나.
“물론 부담된다. 김종인 대표를 만난 것은 저에게 중요한 일이다. 그 분은 정치적 경륜과 보수적 생각을 함유하면서도 우리의 경제, 삶, 먹거리에 대해선 아주 진보적 틀을 견고하게 가지고 계시다. 그 분은 우리 진영 내에선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개념으로 신선한 발상을 던지시는 분이다. 내가 여태껏 만난 정치인들과 달랐다. 그 분께 많이 배웠다. 다만 그 분이 저에 대해 많이 걱정해주셨다. 제가 희생양이 된다는 것에 대해 맘이 아프신 것 같더라. 하지만 저는 희생양이 아니라 정말 살기 위해, 이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길 자신도 있다.”
이종걸 의원과 김종인 비대위 위원장(사진출처=연합뉴스)
―당권 주자로서 본인의 장점이 뭔가.
“결국 상대적인 거다. 다른 후보 세 분은 지금 체제와 동종교배다. 동종교배는 곧 미약해지고 쇠약해지고 소멸된다. 저는 이종교배다. 당이 단단해지고 튼튼해질 것이다. 그래서 더 든든한 대선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감 있다. 설사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 제가 문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무조건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것 절대 아니다.”
―실제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종걸 의원의 궁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금 현재 이런 식으로 당이 간다면 난 반대다. 하지만 공정한 대선 라운드 경선만 전제된다면 중요한 당의 자산으로서 문재인 전 대표를 부인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나도 부인 안 한다. 실제로 대선 후보로서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최소한 공정한 라운드 속에서 단련되고 경쟁에서 이겨내어 후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하고 바라보는 경쟁력있는 대선 후보로 나아가는 것이다. 또 다른 나의 장점은 저는 이미 승리를 해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재보선을 보함에 우리가 여당에 40번을 패했다. 이번에도 각종 매체에서는 새누리당의 3분의2 과반이상 의석확보를 예상했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제가 (원내대표로서) 승리를 만들어냈다.”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제가 이번에 해남 땅끝 마을에 가서 손 전 고문의 저녁이 있는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두 시간 동안 행사를 경청하고 실제 손 전 고문을 뵈었다. 본인께서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고 하셔서 나 스스로 ‘아. 이제 하산이구나.’ 느꼈다. 그 분의 ‘저녁이 있는 삶’은 곧 복지고 문화가 있는 사회다. 하지만 우리 당은 아직 저녁을 말할 조건이 안됐다. 이제 새 지도부가 새 아침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이 없으면 저녁이 없다. 제가 아침을 만들고 저녁으로 가는 길에 손 전 고문의 합류를 이끌겠다. 제가 하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이종걸 의원이 털어놓는 ‘필리버스터’ 뒷얘기 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로 나서 발언하고 발언을 끝낸 후 동료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6시 40분 기준 11시간 40분 넘게 토론을 이어가며 필리버스터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종걸 의원의 원내대표 임기 중 국민들에 가장 각인된 장면은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였을 것이다. 지난 2월 23일 국회의장의 해당 법안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실시한 필리버스터는 다음달 2일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은수미, 김광진과 같은 이른바 ‘필리버스터 스타’까지 탄생하는 등 전 국민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헌정사에 있어서도 최장기 무제한 토론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종걸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여러 법 중 하나지만 전체를 대표하는 법”이라며 “이는 곧 정보화시대의 ‘국가보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로서 자신의 입장에 대해 “성당에서 ‘하느님, 해도 너무하다. 왜 내가 원내대표일 때냐. 차라리 다른 사람을 택하시지’ 원망하며 기도했다”라며 “저는 민변 기획간사로서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했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인권국가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라’고 의회 입성 제안을 받았다. 그런 내가 원내대표를 할 때 이러한 법을 어떻게 통과시키나 싶었다”라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당시 그가 필리버스터를 기획하게 된 것은 상당히 즉흥적이었다. “성당에서 기도하고 하룻밤을 제 방에서 밤 새다시피 했다. 그 때 무슨 방법이 없나 하고 국회법을 뒤졌다. 그런데 딱 ‘무제한 토론’이 보이더라. 이거다 싶었다. 그 때 정의화 당시 의장께 이를 제안했고, 정 의장께서 ‘내가 뭐든지 받아주겠다’하고 상정해 주셨다. 지금도 정 의장은 여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쓴 분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문제는 당내 의원들의 설득이었다. 이 과정에서 은수미, 김광진, 유기홍 당시 의원들이 큰 힘이 됐음을 밝혔다. “처음엔 의원들이 전부 반대하더라. 선거가 한 달 반 밖에 안 남았었고, 누가 국회에서 매일 토론을 하고 싶었겠냐. 게다가 말실수라도 하면 보수언론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 때 은수미, 김광진 당시 의원에 부탁했고 이에 응해주셨다. 여기에 제가 의원들에 호소를 하니, 그 때서야 유기홍 의원께서 ‘죽는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한 번 해보자’고 도와주시더라. 필리버스터는 그렇게해서 탄생한 것이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