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질 두고 보시라” 신중한 건 좋지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은 아직 1호 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 TF 회의에서 변재일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1호’ 표창원 의원(경기용인정)은 총선에서 이상일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경찰 출신이자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표 의원의 상임위는 안전행정위원회로 결정됐다.
표 의원은 ‘용인 어린이 여아 사망사고’ ‘소방관 처우 개선’ 등 안전 관련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그는 얼마전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여고생 성관계 파문에 대해 “잘생긴 남자 경찰관과 예쁜 여자경찰관을 배치했을 때 이런 사태가 예견됐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표 의원이 즉각 사과했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표 의원의 입법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표 의원이 속한 안행위 소속 의원들(전체 22명)의 대표법안 발의건수는 8월 2일 현재 총 84건이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표평균 발의 건수는 약 3.8건.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표 의원의 대표 법안 발의 건수는 0건이다.
표 의원의 대표법안 발의 건수는 안행위원 중 이미 10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물론 법안의 ‘양’으로 입법 활동 전반을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선 “표 의원이 쟁점 현안에만 너무 몰두해 의원 본연의 입법 활동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8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안을 빨리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발의할 어린이 안전 기본법의 경우 토론회와 국민안전처 등 관계기관 의견 회신과 법제실 검토를 받았다. 1호 법안을 함부로 내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중이다. 8월 중순에 안행위의 법안 심사 소위가 처음으로 열린다. 아직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를 하지 않는데 법안 건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2주 안에 어린이 안전 기본법 등 4건의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조응천 의원(경기남양주갑)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보위원회다. 하지만 조 의원은 ‘성추행 의혹’ 헛발질로 국회의원 면책특권 논란을 촉발했다. 조 의원이 7월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에서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MBC 고위간부가 성추행범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조 의원은 당사자에게 사과했다.
조 의원이 속한 법사위 소속 의원들(총 17명)은 3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사위원 1인당 평균 발의건수는 약 2.1건이다. 조 의원은 정보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정보위 소속 의원(전체 12명)은 21건의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1인당 약 1.7건인 셈이다. 하지만 조 의원의 대표발의법안건수는 0건이다. 정치권에선 “정보위든 법사위든 조 의원의 대표 법안 발의 시점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법사위원으로서 법안 마련과 제출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당선 전부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단지 법안 발의의 양만을 기준으로 평가돼선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과 개헌의 문제에 대해 고민 중이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의 인재영입 18호인 김병기 의원은 30년간 국정원 인사를 담당한 인사처장 출신이다. 국정원의 조직을 꿰뚫고 있는 김 의원이 더민주에 입당한 순간 당직자들 사이에선 “진짜 보물을 얻었다”며 환호했다는 후문이다.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입당 전날 국정원을 포함해 권력기관에서 100통이 넘는 전화가 왔다. ‘비밀을 털어놓지 말아라, 보안을 지켜라’는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정보에 있어선 통달한 인물이 김 의원”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1호 법안 발의 속도는 느린 편이다. 김 의원의 상임위는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다. 2일 현재 국방위 소속 의원들(전체 17명)은 총 37건을 대표 발의했다. 국방위원 1인당 약 2.1건을 대표발의했지만 김 의원의 발의건수는 ‘0건’이다. 조 의원과 함께 활동 중인 정보위(1인당 대표법안발의건수 약 1.7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병기 의원실 관계자는 “평소 의원이 법안을 꼼꼼하게 보는 스타일이다. 법안의 문구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논란의 여지가 없을지를 분석하고 있다. 여러 가지 내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고 단순히 ‘법안의 개수를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신중하게 살피기 때문에 조금 늦어진 것이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의 ‘인재영입 14호’인 이철희 의원 상임위는 국방위다. 국방위원들의 1인당 대표법안 발의건수는 평균 약 2.1건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8월 2일까지 대표 발의한 법안은 1건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마다 성향이 다르다. 어떤 의원실은 법안을 많이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곳은 충분히 숙고한 법안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의원은 갑자기 국방위로 상임위가 결정됐다. 시간도 부족했지만 중요한 것 위주로 차분히 법안을 준비하자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인재영입 8호’ 김정우 의원(경기군포갑)의 대표법안발의건수 역시 0건이다. 기재부 출신 국가재정전문가로 화제를 모았던 김 의원의 상임위는 안행위다. 표 의원과 같은 상임위 소속이지만 아직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표 의원과 김 의원은 안행위원(총 22명) 중 1호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5명에 포함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마다 개성이 있다. 법안을 내려면 타이밍도 중요하다. 의원이 국가재정 전문가이기 때문에 결산 의결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 두 분이 돌아가셨는데 공무원 연금법상 순직처리가 안 됐다. 이 법의 전체를 뜯어 고치려고 하다보니까 실무적으로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