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유대감 높이려면 ‘오렌지색’ 거실…데이트할 땐 ‘하늘색’ 옷 좋아요!
그렇다면 ‘하필 왜 그 색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져본 일은 없는가. 모든 사물에는 색이 있고, 저마다 의미를 지닌다. 흥미로운 점은 ‘색이 갖는 의미가 하늘이나 꽃 등 자연에만 그치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물건에도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기업로고를 살펴보자. 유독 빨강, 파랑, 초록색이 많다. 이 셋은 빛의 3원색으로 불리며, 다른 색보다 눈에 잘 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시에 빨강은 열정을, 파랑은 신뢰를, 초록색은 안심감을 연상시킨다. 기업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미지를 은연 중에 색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이른바 색채심리학을 적절히 활용한 사례다.
이렇듯 평소 무심코 바라봤던 풍경 속에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색채의 마법’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가 소개한 색채심리학을 통해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는 ‘색의 힘’을 알아본다.
#패스트푸드점 인테리어는 왜 빨간색이 많을까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들이 매장을 꾸밀 때 빨간색이나 오렌지 같은 붉은 계열을 많이 쓴다. 여기에도 색채심리학이 활용됐다. 붉은 색은 시간의 흐름을 빨리 느끼게 하는 효과를 있다. 조금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지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패스트푸드점이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따라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빨간색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것이다.
파란색 자동차의 사고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몇 년 전 “자동차 색상에 따라 사고율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조사에 의하면, 파란색 차가 전체 사고의 4분의 1인 25%를 차지해 가장 위험했다. 원인은 파란색이 빛의 굴절률이 커, 실제 거리보다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차종이라도 빨강과 파랑 2대가 앞에서 나란히 달려올 경우 파란색 차가 빨간색 차보다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노란색은 빛의 굴절이 거의 없어 사고가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차량에 노란색이 많은 이유다.
#야채망 색깔에 숨겨진 비밀
시장이나 마트에 진열된 야채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배추는 비슷한 색깔인 초록색 망에, 귤은 붉은색 망에 담겨져 판매된다. 이는 색의 ‘동화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동화효과란 인접한 색들끼리 서로 영향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배추라면 초록색 잎이 더 싱싱하게, 귤은 오렌지빛이 한층 감돌아 더 맛있어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양파망이 주황색인 것과 마늘망이 하얀색인 것도 같은 효과를 노렸다.
수술실에서 초록색 가운을 입는 이유는 빨간색 피의 잔상을 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눈은 어떤 색을 주시하다 다른 것을 보면 그 색과 보색관계의 색이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빨간색을 보다가 흰색을 보면 초록색 잔상이 나타난다. 이를 ‘보색잔상효과’라고 부른다. 의사들이 보통 때 흰 가운을 입다가 수술실에서 초록색을 입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붉은 피를 보며 수술하던 의사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고 하자. 초록색의 잔상이 아른거릴 것이다. 이 잔상은 의사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애초 잔상을 느끼지 못하도록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다.
식품 포장에서도 보색잔상효과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바로 우유팩이다. 우유팩은 대부분 파란색 계통이 많은데, 보색이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파란 우유팩은 노란빛의 잔상을 더해 훨씬 농후한 느낌이 드는 크림색 우유를 연상케 한다.
#브라질 사람들은 왜 원색을 좋아할까
리우올림픽으로 인해 TV에서 브라질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데 유독 브라질 사람들은 원색을 좋아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 일본의 색채디자이너 치나쓰 씨는 “적도 부근의 나라들은 노랑이나 주황 같은 따뜻한 느낌의 밝은 색을 선호한다. 하지만, 북극 남극에 가까워질수록 푸른빛의 차분한 느낌이 도는 색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나라별로 색의 취향이 다른 이유는 태양광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적도에 가까운 지역은 파장이 긴 붉은 계통의 빛이 산란돼 붉은 빛깔이 더 아름답게 보이고, 위도가 높은 지역은 짧은 파장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청색계열이 아름답게 비친다. 또 적도 부근은 빛이 강하므로 선명한 원색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일 경우 색의 변화에도 민감해 다른 나라에 비해 색채감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베이지는 마음을 치유하는 궁극의 색이다.
색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가령 푸른색은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한편, 우울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그러므로 공간 전체를 같은 색으로 꾸미는 것보다는 포인트로 적절히 사용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먼저 단란한 거실을 조성하고 싶다면 오렌지색을 활용해보자. 빨강과 노랑의 중간색인 오렌지계열은 긴장을 완화시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가족 간의 유대감이 깊어지게 하는 데 안성맞춤인 셈이다. 거실에 포인트로 사용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활용하면 좋다.
사무실이나 아이 공부방에는 푸른색 계열을 추천한다.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공부 능률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학원에서도 인테리어 색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베이지는 마음을 치유하는 궁극의 색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몸이 피로한 사람에게 효과적.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베이지 컬러와 원목을 인테리어로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데이트할 때는 하늘색 옷을 입어라
색채심리학은 옷을 선택할 때도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가령 초면인 사람과 만날 때는 노란색 계열의 옷을 입으면, 명랑한 인상과 함께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상대에게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을 경우 효과가 탁월하다.
만일 사죄할 일이 있다면, 그레이 계통의 옷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반성하고 있다는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복장에서도 침착함이 느껴져야 한다. 자기주장이 강한 색깔의 옷은 NG. 상대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 그레이가 최적의 컬러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데이트를 할 때는 파란색 계열을 선택할 것. 지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파란색 계열 중에서도 하늘색은 상쾌함까지 갖춰 이성의 호감도를 높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