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민원에 급급...복잡한 노선으로 정체성 모호
복잡한 노선 탓에 “구도심의 교통소외 해소”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신도심내에서만 13번 정차해 시내버스냐는 비아냥 어린 소리마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3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운행에 들어간 광역버스 1000번은 홍익대 세종캠퍼스를 출발해 조치원역 뒷편, 고운동, 종촌동, 한솔동, 성남고, 세종버스터미널을 경유해 대전 반석역까지 왕복 운행되고 있다. 이 버스는 교통카드로 이용하면 대전지역 버스와 지하철에서 무료환승이 가능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6월30일에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고운·아름·종촌동은 물론 조치원 주민들이 광역버스를 이용해 환승 없이 신도시와 대전을 오갈 수 있을 것“이라며 광역노선 신설은 구도심의 ‘교통불편’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에 조치원에서 대전까지 한번에 이어주고 대전의 대중교통과 무료환승 혜택도 누릴 수 있어 광역버스 신설을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춘희 시장과 세종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광역노선 1000번이 ”교통불편 해소는 커녕 소외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도심 주민들의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만든 버스가 오히려 신도심 지역에서 많이 정차해 신도심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잇다. 현재 신도심 지역에는 대전과 직선으로 연결해주는 BRT노선(990번)이 오가고 있다.
광역버스는 총 21개 정류장 가운데 절반을 크게 웃도는 13차례나 신도심에서 정차하고 있다. 신도심 정차지역은 짧게는 2분, 길게는 7분 거리에 있다. 정차지역이 많다보니 아침출근시간대는 약 8km 가량의 신도심구간에서만 통상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조치원에서 대전 반석역까지의 총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이다.
광역노선을 이용한다는 한 조치원 주민은 ”신도심 지역에서 너무 많이 정차한다. 말이 광역노선이지 시내버스랑 뭐가 다르냐. 이럴거면 환승혜택없이 조치원에서 시외버스를 타는게 나은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도심인 아름동과 고운동 지역 주민들도 복잡한 노선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 주민들도 광역버스 도입 소식에 ”환승없이 대전까지 갈 수 있게됐다“며 기뻐했으나 막상 광역버스를 타보니 큰 장점이 없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구불구불한 노선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고운·아름·한솔동은 대단위 아파트가 많은 주거지역으로 보행자, 차량, 신호등이 즐비해 있다. 특히 학교가 밀집돼 곳곳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으로 차량이 속도를 낼 수 없어 출근시간 정체가 극심한 지역이다. 광역버스로 아름동에서 반석역까지 가는데 무려 40분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고운동에 사는 한 주민은 ”광역버스가 1,2 생활권 곳곳을 지나가니 운행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다“며 ”광역버스를 이용하나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BRT로 환승하나 시간은 똑같다. 오히려 BRT가 배차간격이 짧아 편리하다. 광역버스는 차라리 1번 국도로 곧게 뻗어나가는 것이 시간도 단축하고 중복노선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버스 1000번은 현재 대전 반석역까지 운행중인 BRT노선 990번과 성남고등학교 정류장부터 반석역까지 약 13km구간이 겹치고 있다. 따라서 신도심 2-3 생활권과 2-4생활권에 혜택을 주기 위한 ”노선 겹치기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세종시 광역버스 노선은 타지자체의 광역버스노선이 직선화 또는 주요 거점지역만 통과하는 것과는 달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이 복잡한 광역노선의 이유로 세종시의 원칙없는 행정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가 민원에만 급급해 뚜렷한 계획이나 청사진 없이 노선을 정했다는 것이다.
당초 광역노선 원안은 직선에 가까웠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확정된 노선은 300m의 직선거리를 1km가량이나 돌아가는 등 불필요하게 둘러가는 구간이 3~4곳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는 최근 이를 지적한 한 언론보도에 대해 ”주민설명회 등을 거치며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결정했다“며 노선결정에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는 결국 민원에 의해 노선이 변경됐음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인구가 많은 생활권의 입김이 강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광역노선과 관련된 주민공청회는 신도심에서만 가졌을 뿐 구도심 지역에서는 고작 설명회만 1차례 열려 구도심 주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광역버스의 모호한 정체성으로 세종시 구도심과 대전시민들간 거리는 한층 더 멀어지게 됐다.
배차간격도 이용객의 불편에 한 몫하고 있다. 광역버스 배차간격은 20분이다. 많은 정류장을 거치면서 소요되는 시간과 긴 배차간격이 겹치며 이용에 불편을 더하고 있다.
이용객이 몰리는 아침시간에도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다 보니 조치원 주민이 아침에 이용할 만한 버스는 오전 6~7시대에 있는 5대뿐 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나마 세종시 시영버스는 운전원들의 친절함으로 이같은 ‘악재’들을 근근히 버텨내고 있는 모습이다.한시적인 계약직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운전원들의 미소띤 인사가 세종시의 일관없는 행정을 완화시켜 주고 있는 모양새이다.
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시영버스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출범 4년여을 맞은 세종시가 눈 앞에만 급급한 단편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언제나 큰 그림을 그릴지 걱정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아직도 행정이나 정책이 연기군 시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세종시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부르짖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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