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사 “부대시설도 없는 800객실짜리 잠만 자는 호텔 짓나” 소송
[비즈한국] 이명박 정부 국책사업인 아라뱃길 중 호텔 조성과 관련, 중국 홍콩 이딩스얼실업유한공사로부터 8000만 달러(약 890억 원) 투자유치 건이 무산됐다. 이딩스얼 측은 “경기도, 한국수자원공사의 나몰라 식 행정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포호텔 조성사업과 관련해 2014년 2월 상하이에서 투자협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순티에라이 홍콩 이딩스얼 실업유한공사 대표, 유영록 김포시장. 출처=경기도
발단은 201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 유영록 김포시장, 주중 상해총영사, 순티에라이 이딩스얼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중국 상하이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아라뱃길 부대사업인 김포·고촌 물류단지 부지 내 4556㎡에 이딩스얼이 8000만 달러를 투자해 800실 규모의 경기도 최대 의료관광비즈니스호텔을 2017년까지 건립한다는 것. 완공 후 호텔명도 ‘김포시 마리나베이서울호텔’로 지었다.
당시 경기도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약 1000명의 고용효과,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유커)들의 숙박시설을 해결하게 됐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이딩스얼과 아라뱃길 사업 주체인 수자원공사 간 토지분양계약은 2013년 5월 체결됐다. 분양대금 106억 3984만 원, 계약금과 잔금을 2017년 6월까지 8차례에 걸쳐 납부하는 내용이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이 호텔 사업은 외국인 투자자와 수자원공사 간 법정공방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
김 아무개 이딩스얼 한국법인 대표는 “김문수 전 지사, 유영록 시장에게 처음부터 수익형 분양호텔을 짓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당시 떠들석했던 관련 뉴스와 경기도 보도자료들이 이를 증명한다”며 “하지만 호텔 건립과 관련 인허가권자인 김포시와 인허가 협의과정에서 호텔 건립부지는 숙박용지로 돼 있어 수익형 분양호텔 건립이 불가능하다고 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호텔에 식당, 커피숍, 연회장, 컨벤션센터 등 부대시설을 전혀 설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중지됐다”며 “상식적으로 800실 호텔에 객실만 짓고 부대시설을 전혀 설치할 수 없다는 말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경인 아라뱃길. 출처=한국관광공사
이딩스얼은 지구단위계획 입안자인 수공에게 김포시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절차에 협조해 호텔 건립을 정상화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수공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수공을 상대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딩스얼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해 사업 중지 장기화로 34억 원 정도 물려 있는 상태이나 수공으로부터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지난 6월 있었던 증인 심문에서 수공 아라뱃길 지구단위계획수립 담당자는 이딩스얼과 토지계약 전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시행하는 수공 담당자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만 생겨나게 됐다”고 성토했다.
수공 관계자는 “당초 토지분양과 관련, 지구단위계획과 건축 인허가권자인 김포시 건축조례를 충분히 숙지한 후에 해달라고 설명했고 확인서도 받았다”며 “지구단위계획도 수공 단독으로 수립하는 게 아니고 교통과 환경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수립하고 있다. 소송을 걸려면 김포시청을 상대로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딩스얼이 처음엔 관광용 숙박호텔을 짓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수익형 분양호텔을 지을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아마 자금문제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관련 부지는 숙박용지다. 이딩스얼의 최초 입장대로라면 숙박용지 관광호텔건립 시 객실 외에 부대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형 분양호텔은 설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공은 계약서 내용대로 이딩스얼에게 10억 원을 돌려줘야 해 ‘입금하겠다’는 공문을 이딩스얼에 보냈지만 돌려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포시청은 건축조례를 절차에 따라 변경해야지 특정 업체만을 위해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