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맥주 ‘하이트’ 점유율 39%까지 하락…폭염·삼바 열기에 실적개선 기대감
2008년 58.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 ‘카스’에 주도권을 넘겨준 후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요신문DB
국내 맥주시장은 토종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와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의 ‘오비맥주’로 양분돼 있다. 주류산업 가운데 시장 볼륨이 가장 큰 맥주시장은 경기 침체의 여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국세청의 ‘국내 주류별 주세신고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맥주 소비는 매년 1%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소주와 위스키 부분 소비가 같은 기간 4~21%가량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주류업계는 이른바 ‘소맥문화’의 확산으로 유흥채널 매출이 일정 부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맥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는 업계 1위인 오비맥주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하이트진로는 58.1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2013년 들어 39.23%까지 하락했다. 반면 오비맥주는 주력 브랜드인 ‘카스’가 공급망을 넓히면서 같은 기간 41.85%였던 점유율을 60.77%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양사의 맥주 출고량 변화폭을 고려하면 점유율 격차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기준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 부문 매출은 8272억 원, 영업 손실은 225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영업 손실을 40억 원대로 줄이고, 매출을 8391억 원으로 늘렸지만 오비맥주와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1조 4908억 원의 매출과 386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1933년부터 맥주를 제조해 온 국내 주류업계의 ‘터줏대감’이다. 그러나 2011년 시장 주도권을 오비맥주에 넘긴 후로는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시장의 경우 참이슬 점유율이 50%에 이르지만 맥주시장에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지난 4월 하이트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는데 좋은 영향이 있기를 기대하고, (올여름을) 드라이브를 걸어야 될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소주 사업 부문 성적은 건실한 편이다. 2014년과 2015년 매출은 각각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은 1232억~132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내수용 출고 가격을 5.62% 인상해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맥주의 경우는 외국산 맥주의 판로 확대와 소규모 양조장 증가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2015년 1분기 대비 2016년 1분기 맥주 판매량은 2.9%가량 증가했지만 국산 맥주 판매량은 같은 기간 2.2%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일각에선 하이트진로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NICE신용평가는 하이트진로의 경영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A2→A2-)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1조 2538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1조 600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보유 현금은 2014년 676억 원에서 2015년 1728억 원으로 늘었지만 올 1분기 다시 1123억 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채권을 포함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유동자산은 8100억 원 규모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사진)을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매각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최근 하이트진로는 ‘한류 스타’ 송중기 씨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측은 아프리카 대륙의 우간다에서도 판로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전체 매출 비중은 현재 높지 않다. 소주 부문을 포함한 지난해 해외 매출(일본 제외) 총액은 397억 원에 불과하다. 유동성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단기적으로 하이트진로는 오는 22일까지 개최되는 리우 올림픽에 ‘작은 기대’를 걸 수 있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림픽이 하이트진로의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류업계 복수 관계자는 “올림픽 특수가 예년만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벽 시간 경기가 많고,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이 불가한 점도 제약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 역시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좋은 경우라면 매출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 이외에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는 차입금에 대한 부담을 지고 1년 내 경영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처지지만 여름 성수기, 올림픽 특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기호와 유통망의 급작스런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도 실적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을 내는 등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일부 시장의 우려가 있는 걸 알지만 투자 확대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