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대우조선해양 수사
지난 2일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비위 의혹에 연루된 바이오업체 B 사와 건설업체 W 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이들 업체에게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이 연루된 비위 의혹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강 전 행장을 필두로 다른 금융권 고위 인사에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스크린을 하고 있다”며 “수사팀이 결정할 일이지만 의혹이 있다면 (수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전문가 20여 명을 투입해 대우조선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컨설팅을 실시했다. 검찰은 당시 컨설팅을 통해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의 경영실적 부풀리기, 연임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한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사옥. 일요신문 DB
강 전 행장의 종친인 강 아무개 씨가 소유한 W 사는 대구 수성구에 있는 중소건설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당선된 2007년 법인이 설립됐고, 2011년 이후엔 전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기준 매출은 69억 4000만 원이다.
검찰은 W 사의 대부분 매출이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 대우건설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과 충청 지역의 토공 공사(푸르지오·엘크루)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 강 전 행장이 개입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강 전 행장은 2011년 3월~2013년 4월 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W 사 현 대표이사인 이 아무개 씨는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 많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B 사는 강 전 행장과 가까운 전직 경제지 기자 김 아무개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소위 ‘쪼개기 후원’을 통해 2011~2013년 대우조선으로부터 50억 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조류 바이오 에탄올 제조업체인 B 사는 그간 ‘유망 바이오 회사’라는 소개와 함께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됐다. 그러나 해조류 바이오 에탄올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그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대우조선 경영진은 2011년 9월 강 전 행장이 B 사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주력 사업 부문인 조선업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B 사의 재무구조 또한 열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회 승인 없이 B 사에 대한 소액(4억 9999만 원) 지원은 수차례 이뤄졌고, 이를 결정한 남 전 사장은 당시 강 전 행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사진)은 지난 정부에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MB와는 소망교회 인맥으로 얽혀 있으며,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한 실세로 불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이외에도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해양 고문 인사에 개입한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추가 조사를 예고했다. 빠르면 이번 주 내에 소환 일정을 잡고 사실 여부를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강 전 행장은 지난 정부에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MB와는 소망교회 인맥으로 얽혀 있으며,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한 실세로 통했다. 때문에 강 전 행장에 대한 수사는 지난 정부의 또 다른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강 전 행장의 종친회 소속 또 다른 강 아무개 씨는 4대강 사업에서 자신이 개발한 전자 경보 장비를 대거 납품했다. 강 전 행장은 4대강 사업 공약을 만든 장본인이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강 전 행장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그의 전임인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투트랙 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 과정에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대리했던 그는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민 회장과 홍보업체 N 사, 남 전 사장으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민 회장의 후배인 N 사 대표 박 아무개 씨가 일종의 ‘연임 로비 창구’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강 전 행장은 2011년 11월~2012년 1월 전문가 20여 명을 투입해 대우조선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컨설팅을 실시했다. 검찰은 당시 컨설팅을 통해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의 경영실적 부풀리기, 연임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한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의도적으로 전임자와 자회사의 비위 의혹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의 개인적인 비위 의혹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컨설팅의 경우는 당시 우리가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조직적으로 묵인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