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 말어? 앙꼬 없는 호빵을 어찌할꼬…
스틱은 2014년 8월 CJ헬로비전이 야심차게 출시한 OTT 기기다. 스틱은 스마트폰이나 PC로만 시청할 수 있었던 티빙 콘텐츠를 일반 TV에서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다. TV나 모니터에 스틱을 연결하면 CJ E&M의 콘텐츠를 포함한 티빙의 140여 개 방송과 10만여 개의 VOD(다시보기)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또 스마트폰 화면을 TV나 모니터로 옮겨 볼 수 있어 프레젠테이션 등 비즈니스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다. 스틱은 당시 OTT를 일반TV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OTT 기기인 스틱(전 티빙스틱)은 티빙 콘텐츠 서비스 중단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출처=티빙 홈페이지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 합병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CJ는 CJ E&M이 티빙 콘텐츠를 관리하고 OTT 기기 사업을 SK텔레콤에 넘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병이 무산되면서 스틱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 공동운영이 끝나 스틱이 더 이상 티빙의 콘텐츠를 받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틱은 지난 7월 유아용 채널 등 일부 채널 서비스를 중단하고 모든 VOD 서비스를 종료했다. tvN, Mnet 등 CJ E&M의 콘텐츠도 8월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남은 콘텐츠는 종합편성채널, 홈쇼핑, 취미 방송 등 무료채널뿐이다. 더욱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TV의 등장으로 스틱의 TV 지원 기능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니다.
CJ헬로비전은 구체적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출시 당시부터 현재까지 스틱 사업은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서비스 중단도 프로그램 공급사에 낼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있는 콘텐츠도 중단하는 와중에 스틱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수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현재까지 스틱의 판매량은 2만 대 정도인 반면 티빙 유료회원은 55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유료회원 숫자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티빙과 똑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콘텐츠 구입액을 채우려면 유료회원이 필요한데 국내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콘텐츠가 줄어들다 보니 이제는 스틱 구매조차 힘들다. CJ헬로비전 홈페이지에 소개된 온라인 판매처 8곳에 접속해봤으나 스틱은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CJ헬로비전은 향후 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 스틱의 추가 생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판매처 8곳 모두 스틱은 품절된 상태로 희망자에 한해 환불까지 해주고 있다.
티빙과 스틱의 재결합도 쉽지 않다. CJ E&M 관계자는 “티빙을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 재결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콘텐츠 공급에 대해서도 다른 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가격으로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편 등 무료채널을 보기 위해 스틱을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콘텐츠 수급이 되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이 스틱 서비스를 포기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스틱의 추가 생산이 없는 데다 희망자에 한해 환불까지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은 스틱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서비스 철수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며 “현재는 내부 안정화를 하고 있는 단계이며 8월 말까지 스틱의 서비스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알뜰폰 정부 지원 호재 있다” 합병 무산 후폭풍 미미 CJ헬로비전의 2분기 잠정 매출액은 3023억 원, 영업이익은 2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9%, 12.51% 감소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계획됐던 연구개발(R&D), 영업, 마케팅 등 모든 경영 활동이 합병 철회로 위축된 결과”라며 “3분기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CJ헬로비전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내다봤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실적은 부진하지만 사업 특성상 가입자의 이탈이 없다면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며 “수익 기반에 대한 훼손이 없어서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뜰폰에 대한 정부 정책도 CJ헬로비전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공개했다. 우선 음성 도매대가를 1분당 35.37원에서 30.22원으로, 데이터는 1MB당 6.62원에서 5.39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을 중계해 팔 때의 수익 배분에서도 알뜰폰의 몫을 5% 인상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당장 올해 하반기에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장원 연구원은 “정책에 따라 알뜰폰이 외형 성장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부진한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비용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