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고가격’ 15조 영업이익 전망…누진제 완화해도 큰 손해 안봐 주가 더 오를 듯
한전 주가는 지난 5월 6일 장중 6만 37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주춤하다 폭염이 전조를 보이던 7월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력 독점의 수혜를 잘 아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국민연금이 현재 6.81%인 보유 지분율을 향후 3년간 10%까지 50%가량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매집을 시작한 덕분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요금관리부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근 폭염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쟁점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 큰손들이 몰린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발전 원가와 전력 판매 실적 두 가지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거나 원화가 강세가 되면 이익이 늘어난다. 전력 수요가 늘어도 매출과 함께 이익의 규모가 증가한다.
2012년 전력판매매출액(연결기준)은 46조 9100억 원이다. 매출 원가는 46조 2900억 원이었다. 매출이익이 1조 7802억 원에 달하는 판매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영업손익 전체로는 8179억 원의 적자였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때다. 그래서 2013년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이 해 한전의 전력판매 매출이익은 3조 1500억 원으로 불어난다. 영업손익은 1조 5190억 원 흑자로 돌아선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한다. 한전 발전의 3분의 2가 화석연료다. 이 해 한전의 전력판매 매출은 53조 70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조 7000억 원가량 늘었지만, 판매 원가는 46조 5096억 원으로 되레 하락한다. 그 결과 영업이익이 5조 7876억 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전력매출은 54조 36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00억 원가량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매출원가는 41조 3489억 원으로 5조 원이 이상 더 떨어졌다. 덕분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11조 3467억 원에 달했다. 올해 한전 영업이익 전망은 15조 원에 육박한다. 상반기 유가 반등 탓에 잠시 실적이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유가 하락이 재개되고 전력 수요는 증가세에 있어서다.
# 요금인하는 없다…정부엔 화수분
비록 정부와 여당이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했지만 한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누진제 완화로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이 5%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4058억 원 감소한다”면서도 “이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14조 원)에 비하면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는 한시적일 뿐 제도개편 자체는 중장기 논의다. 더욱이 정부는 한전의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원료비연동제는 도입할 계획이 없다. 무엇보다 현재 한전의 수익구조는 정부 수입을 늘리는 데 최적 상황이다.
한전 주주구성은 기획재정부 18.2%, 산업은행33%, 국민연금 6.81%, 외국인 33% 등이다. 한전은 지난해 약 2조 원을 배당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1조 원을 가져갔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배당이 예상된다. 세수 확대에 목마른 정부와 조선·해운업 부실로 휘청거리는 산업은행에는 가뭄에 단비다.
정부는 지난 6월 한국전력 산하 발전 자회사들의 민영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한전이 100% 지분을 모두 갖고 있지만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부분을 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수혜를 1차로 얻는 곳들이다. 현재의 저비용-고가격 구조가 유지되면 이들의 기업가치에는 아주 긍정적이다.
원자력 발전을 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화력발전사의 장부가액은 10조 7770억 원이다. 총 자산은 44조 4545억 원에 달하며 순익은 1조 8000억 원이 넘는다. 수력원자력까지 포함하면 장부가액은 25조 원으로, 자산과 순익은 95조 원과 4조3000억 원 규모로 급증한다. 현 수익구조에서 당장 5개 화력발전사 지분 50% 미만을 매각할 경우 최소 5조 원에서 많게는 10조 원 가까운 돈을 만들 수 있다.
# 탁월한 배당매력…주가 더 오를 듯
지난해 주당 3100원의 배당을 했는데 올해도 최소 3000원, 최대 3800원의 배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현 주가로 따져도 최소 4.8%, 최대 6.1%에 달하는 시가배당률이다. 은행 이자의 3배가 넘는 수익률이니만큼 지금보다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크다.
현재 한전 목표주가는 대부분 8만 원 이상이다. 주당 3000원 배당을 가정할 경우 주가 8만 원이면 3.75%, 9만 원이면 3%다. 현재 한전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5배,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가량이다. 최근 진행되는 원화 강세는 발전 원가를 더욱 낮추는 요인이다. 누진세 완화로 인한 수익감소는 1000억 원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가총액이 40조 원을 돌파하면서 인덱스펀드 및 대형펀드들의 한전 주식 편입비율도 높아져야 한다. 유통 주식수가 발행 주식의 채 10%가 안 되는 상황에서 매수가 집중되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