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라 하면 그들은 철학의 할아버지쯤 되겠지만, 정치학이나 문학이나 경제학이나 물리학에서도 그들의 이론은 그 학문의 초기 이론으로서 연구대상이 된다. 기초수학에서 배우는 피타고라스라든지 아르키메데스 같은 이들도 단순한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아니라 당대의 철학자였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론이 많아지면서 모든 학문 분야는 좀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해졌다. 여기에서 과학은 마치 서로 연관이 없는 분야인 것처럼 제각각의 길로 발전되어 세분화하였다. 각 분야가 좀더 깊고 미세하게 발전되는 데에는 물론 장점도 많이 따르지만, 오히려 더 불편하거나 어렵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세기말에 들어서면서 유수의 학자들은 이처럼 세분화된 학문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고 개념을 받아들여 서로 협력함으로써 인류에게 보다 의미 있고 유용한 학문적 결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서로 다른 영역의 학문이론과 업적들을 받아들인 결과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구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학문간 연계는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학자들은 이를 통틀어 복잡계(complex system)라고 부르고 있다. 여러 분야의 연구를 복합적으로 통찰하여 보다 온전한 성과를 끌어내고자 하는 연구를 말한다.
해마다 봄이 되면 황사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의 산업화 공업화의 여파도 황사에 실려오는 중금속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황사가 반드시 유해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전국의 농지에 골고루 영양가 높은 황토를 덧씌워주고 해충의 숨구멍을 막아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 대책은 여러 분야의 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세워져야 한다. 기상학자들은 황사가 일어나는 원리나 시기 장소를 알아내고, 생물학자나 농학자들은 그것의 유용성을 제시하고, 의학자들은 황사로 인한 건강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는다. 복잡계의 연구는 이런 식이다.
감기면 감기, 전립선염이면 전립선염, 오직 그 하나만 놓고 해결책을 찾는 치료법이란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세기적이다. 그 질병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살피고 그에 대한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효율적이고 타당한 21세기적 접근방법이다.
온세계가 인간 지식의 통합적 활용에 노력하는 복잡계 연구의 추세로 볼 때, 질환의 현상에만 매달리지 않고 근본 원인을 찾아 종합적 치료를 도모하는 한의학의 접근방식은 애당초 첨단의학의 틀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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