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힘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Future Art Market-Artist
觀音(2016), 130.1×80.4cm 장지에 석채.
Future Art Market-Artist 4
‘강렬한 원색으로 칠한 우리 미감의 깊이’ 임종두
작가에게는 각별한 영감을 주는 대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소재를 만나는 작가는 행복하다. 작품에서는 연작으로 나타난다. 연속적으로 작품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창작열이 불타오른다. 작가들은 이러한 시기에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갱의 타히티 원주민 여인상이나 드가의 발레리나, 고흐의 해바라기,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인물들, 로트렉이 그린 무희들이 이런 행복한 소재에 속한다. 우리나라 작가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중섭의 황소나 박수근의 아이 업은 아낙네, 권옥연의 소녀상 등이 그런 경우다.
임종두의 작업에서도 각별한 소재를 만날 수 있다. ‘여인’이다. 그가 그리는 여인은 개성이 강하다. 그런 만큼 임종두의 여인은 눈에 띈다. 독특한 형태와 색채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여러 그림 사이에서도 임종두의 그림을 쉽게 가려낼 수가 있다. 이처럼 독창성을 보이는 작업은 작가에게는 최대 강점이다.
同行(2014), 162.2×97cm 한지에 석채.
그가 그리는 여인은 누구일까. 나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는 없지만, 젊은 여자다. 작가는 사춘기 시절 만났던 여인의 이미지에서 추출한 형태라고 한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절 가슴속에 인화된 여인의 이미지치고는 너무 강하다. 그 여인은 젊은 예술가 지망생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지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가설 수 없는 ‘그대’의 모습으로 작가 혼자만의 감성의 풀무질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임종두는 여인의 정체에 의미를 두는 것 같지는 않다. 특정한 인물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여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임종두 회화의 진짜 매력은 색채에 있다. 강렬한 원색에서 우리네 감성의 원시성과 다이내믹한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 색동저고리에서 볼 수 있는 순색을 주로 쓰는데, 이는 의도적인 것 같다. 색채를 통해 우리 미감의 원류에 접근하려는 태도다. 그의 작업 태도를 보면 우리 미감 탐구를 향한 고집과 뚝심을 느낄 수 있다.
임종두는 전통 기법의 채색화를 공부한 작가다. 한지 위에 색채 분말을 아교와 섞어 칠하는 방식의 작업이다. 그런데도 유화의 강한 발색 효과를 능가하는 강렬한 색채 감각이 나타나 있다. 더구나 유화로는 얻기 어려운 색채의 깊은 맛이 제대로 살아나 있다. 이 정도 발색 효과를 얻으려면 무수한 시간을 들여 수없이 겹쳐 칠해야 가능하다. 그것도 깔끔한 화면 효과를 살리려면 붓질의 정교함과 능숙함이 어우러져야만 한다. 작업의 공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임종두는 구체적 이미지, 즉 여인의 형상을 그리지만 여인이 가진 서술적 요소를 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여인은 단지 그가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재미있는 대상일 뿐이다. 그가 진정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원색을 통한 우리 미감의 깊이인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