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물갈이·전력 보강·감독 사퇴에도 리그 최하위…“우승 전력” 기대가 실망으로
#작년이 최악이 아니었다
전북의 부진은 이번 시즌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23시즌 한 차례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앞서 2022시즌 전북은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그러나 FA컵(현 코리아컵) 우승 트로피를 들며 자존심을 지켰다. 2023시즌에는 리그 우승 탈환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팀을 이끌던 김상식 감독은 강한 비판 여론에 부딪혔다. 부진이 이어지자 리그 평균 관중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줄기도 했다. 결국 리그 10경기를 치른 시점에 팀을 떠났다. 사령탑에 공백이 생긴 이후 약 한 달 만에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 사퇴 시점에는 10위였던 순위를 4위로 끌어올리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만족할 수는 없는 결과였다. FA컵 결승에 진출했으나 역전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리그 4위에 오르며 아시아 대항전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대회 개편에 따라 최고 수준 대회(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가 아닌 두 번째 권위를 가진 AFC 챔피언스리그2에 출전하게 됐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 4위라는 결과는 구단 역사상 2008년 이후 15년 만의 최저 성적이다. 이 기간 동안 전북은 3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절치부심 했으나
시즌 중 감독 중도하차, 저조한 결과에 이번 시즌을 앞둔 전북은 이를 악물었다. 그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진을 물갈이했다. 그간 해외에서 자원을 공수해왔던 움직임과 달리 국내 무대에서 검증된 자원에 투자했다. 대전과 인천에 각각 이적료를 지불하며 티아고,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1명당 약 15억 원 내외의 이적료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된 국내 선수들의 영입도 이어졌다. 이영재, 김태환, 권창훈, 이재익 등 모두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 받던 U-22 자원을 보강하기 위해 전병관도 품었다. 이에 '다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이 뒤따랐다. 전북은 지난 수년간 K리그 연봉 지출액 전체 1위 자리를 도맡아왔다. 실력자들을 영입한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뚜껑을 연 시즌 실망스런 결과가 반복됐다. 리그 개막 이후 7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첫 승 이전까지 리그 순위는 최하위인 12위였다. 2월부터 시작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는 포항을 꺾고 16강을 통과했으나 울산에 막혀 8강에서 멈췄다. 그사이 페트레스쿠 감독이 사퇴했다. 리그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팀을 떠났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전북에 대해 "겨울에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해 정말 기대가 컸다"며 "그런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있다. 부상 선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낮은 성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박지성 디렉터에 쏠리는 화살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구단을 바로잡기 위한 대처도 지적을 받는다. 전북은 페트레스쿠 감독 사퇴 이후 사령탑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재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기간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시 연패를 기록하며 최하위 순위로 떨어졌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한 달이 넘도록 팀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 없이 감독을 내보낸 것 아닌가. 구단 사무국이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북이 현재 순위에 머무를 팀은 절대 아니다. 시즌을 마칠 때면 순위는 올라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은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연달아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며 떠났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서 구단 사무국을 향해 비난 화살이 향한다. 선수 영입, 감독 선임 등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번 시즌 페트레스쿠 감독 사퇴 이후로도 새 감독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이적시장에서 기조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그간 전북은 20대 중반 전후의 젊은 자원을 영입하는 데 집중해 왔다. 리그 내 에이스라면 연령에 관계없이 데려왔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4위에 머문 이후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는 30대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 영입이 적지 않았다. 이를 두고 "그간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라는 평이 나왔다.
'박지성 책임론'도 고개를 든다. 박지성은 2021시즌부터 전북의 어드바이저로 부임했다. 팀 컬러를 만들고 육성시스템을 관리하는 등의 임무를 맡았다. 2022년 9월부터는 테크니컬 디렉터로 보직을 바꾸며 권한이 늘었다. 코칭 스태프 등 선수단을 꾸리는 데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지성 디렉터가 합류한 이후 구단은 하락세를 걸어왔다. 한 국내 지도자는 "감독이 두 번 사퇴했다. 단장, 대표이사도 바뀌는 와중에 박 디렉터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물론 팀의 부진 원인이 한 명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뭔가 반성이나 향후 각오에 대한 목소리는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불똥은 박지성 디렉터와 함께한 2002 한일 월드컵 멤버들에도 튀고 있다. 이들 중 일부에 대해 '경험을 쌓거나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 없이 선수 시절 명성으로 직책을 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디렉터는 이전까지 AFC, 국제축구평의회(IFAB), 대한축구협회 등 단체에서만 행정가 활동하거나 영국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등 수업만 받아왔다.
전북 현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선수시절 탄탄대로를 걸었던 박지성 디렉터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이 같은 위기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 볼 일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