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졸린 좀비족 몸 속 시계가 고장나셨군요!
▲ 사진은 영화 <작업의 정석> 중. | ||
이러한 현상은 모두 몸의 ‘생체시계’에 따른 것이다. ‘생체시계’란 24시간 단위로 움직이는 체내의 리듬이다. 즉 매일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또 밤이 되면 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도 바로 이 ‘생체시계’에 따라 유형을 나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내 몸의 ‘생체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생체시계’를 거스른 채 올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령 자신은 밤에 더 활동적인 ‘저녁형 인간’인데 굳이 ‘아침형 인간’의 생활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물론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분명 부작용은 있을 것이다.
생체 리듬을 거스를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은 다양하다. 가령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수면 장애다. 총 몇 시간을 자는가 하는 것보다 얼마나 숙면을 취하는가가 중요한 법. 아무리 8시간을 자도 몸이 개운하지 않은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다음날 기운이 없고 힘이 빠지며, 활력도 생기지 않게 마련. 게다가 기분도 나빠져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에는 입맛도 없고 메스꺼운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군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수시로 생체시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종종 소화불량에 시달리거나 면역력이 약해져서 쉽게 질병에 걸린다. 또한 심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일반 사람보다 무려 4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이처럼 자신의 리듬에 따라 생활한다면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심지어 이 경우 자면서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렇다면 생체 리듬에 따라 우리 몸은 하루 24시간 동안 어떻게 변할까. 아무리 생체 리듬이 각자 다르다고 하지만 일반적이면서도 공통된 사항은 있다.
하루 중 체온이 가장 높은 때는 저녁 6시 무렵이며, 가장 낮은 때는 새벽 6시 무렵이다. 또한 혈압은 아침에 가장 높기 때문에 심근경색이 발병할 확률도 이때가 가장 높다. 운동을 하려면 근육의 힘이 가장 강한 저녁에 하는 것이 좋으며, 이때 운동을 하면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흔히들 식곤증이라고 해서 점심을 먹어서 더 졸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는 우리 몸의 생체 리듬에 따른 자연스런 생물학적 현상이다. 따라서 이때는 억지로 일을 하거나 활동하는 것보다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야말로 업무 능률을 올리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며, 그밖에 한 시간 반마다 5~10분간 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시로 토막 휴식을 취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고 9시부터 6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보다 효과적으로 업무를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녁형 인간의 경우 보통 생체시계가 아침형 인간보다 최대 6시간까지 뒤로 늦춰져 있기 때문에 밤에 더 활동적인 반면, 아침에는 대부분 일찍 일어나기가 힘이 든다. 이와 반대로 아침형 인간은 생체시계가 저녁형 인간보다 앞당겨져 있어서 아침에는 활동적인 반면 밤에는 금세 지치고 피곤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체시계에 따라 생활할 수는 없는 법. 직업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리듬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는 억지로라도 생체시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생체시계를 바꾸는 방법으로는 운동을 하거나 식사 습관을 바꾸거나 혹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체시계를 바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빛’이다. 빛을 잘 이용한다면 최대 2시간까지 생체시계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이는 빛에 의해서 조절되는 멜라토닌과도 관련이 있는데 멜라토닌은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서서히 분비가 시작되며, 이로 인해 몸이 피로를 느끼게 되면서 잠자리에 들게 되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의 경우 밤 늦게까지 깨어 있고 싶다면 가급적 이른 아침에 실내로 햇볕이 들지 않도록 하며, 낮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어두워진 후에는 실내 조명을 밝게 해서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저녁형 인간의 경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되도록 아침에 햇볕을 많이 쬐도록 하며, 가급적 낮에 산책을 하는 등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밤에는 실내 조명을 은은하거나 어둡게 해서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도록 한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