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변칙 카드’ 꺼내…검찰 수사로 코너 몰린 롯데 무조건 거부 어려워
국방부가 현재 제3 사드 배치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롯데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CC). 출처=롯데스카이힐 성주CC
국방부가 현재 제3 사드 배치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곳은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CC). ‘스카이힐’이라는 이름처럼 400~500m 고지대에 만들어진 18홀 골프장인데, 국방부는 롯데가 9홀 건설을 위해 추가로 사들인 82만㎡를 주목하고 있다. 이 중 산꼭대기에 해당하는 곳에 사드를 놓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드 포대와 함께 설치되는 레이더는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배치돼야 한다. 사드 미사일 역시 높은 곳에 있을수록 좋다.
롯데가 소유 부지 일부를 국방부(대한민국)에 매각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성주 사드 배치 불똥이 롯데그룹으로, 제대로 튀어 옮겨 붙어버린 셈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CC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서 언급했듯 고도가 높다는 것이다. 680m로 기존 성주 사드 포대 배치 후보였던 성주 성산포대(380m)보다 300m가량 높다.
성주군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 성주 시내와도 18㎞가량 떨어져 있다. 2㎞ 내 인근 주민들도 100여 가구 정도로 기존 성산포대에 비해 적다. 골프장 고객들을 위해 만든 2차선 도로는 사드 포대 및 군 차량이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으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제3후보로서의 ‘명분’이 있다. 기존 성주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 단 한 번도 검토하지 않았던 곳이기 때문. “왜 이제 와서 배치지역을 바꾸느냐, 최적지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텐데, “롯데그룹 사유지라 배제했지만, 검토해보니 더 좋은 곳이었다”는 설명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보통의 경우 사유지라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겠지만, 소유주인 롯데그룹은 지금 ‘을’의 입장이다. 국방부도 내심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지 않느냐”며 “아직 롯데 측과 접촉하지 않았지만 강하게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 역시 “우리가 부지를 매입하게 된다고 해도 검찰 수사와는 아무 상관없지만, 지금 롯데 입장에서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타이밍이,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롯데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CC 측은 영업 차질을 주장하며 사드 후보 검토에 반발하고 있다. 한 골프장 직원은 “일부 손님들은 벌써부터 사드 포대 배치를 언급하고 있다”며 “누가 사드 밑에서 골프를 치고 싶겠느냐”고 반발했다.
롯데그룹은 겉으로는 ‘결정된 게 없지 않느냐’면서도 국방부 측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국방부에 전화해 ‘제3후보지 검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과정을 항의하며 “롯데라는 명칭을 쓰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롯데 내부에서도 검찰 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상황. 롯데정책본부 관계자는 “일단 국방부가 어느 정도 우선순위로 우리 골프장을 사드 배치 후보로 판단하는지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 고객들 중에는 중국인들도 많은데 사드 배치에 롯데가 협조할 경우 불매 등 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국방부가 그냥(공짜로) 달라고 하면 안 된다”며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의 롯데그룹 관련 수사는 탄력을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소환도 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가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내에서는 “확인해야 할 사안은 거의 다 확인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외교 이슈인 ‘사드 배치’와 경제·사회 이슈인 ‘롯데 검찰 수사’라는 위기에서 롯데가, 신동빈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