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반대” 또다른 광고 올린 6명 실체는?
지난 16일 한 일간지 1면에 게재된 졸업생 광고. 이대 내에서 시위하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과 달라 광고를 낸 졸업생들이 누구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신문] 지난 8월 16일 한 일간지 1면에 광고 하나가 게재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들의 성명서’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빽빽한 글이었다. 상업적 목적보다는 공론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로 보인다. 제목에서 말하는 ‘정상화’는 이대 학생들의 시위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계속되고 있는 점거농성시위는 범죄행위를 동반하고 있는 것이며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교직원들에 대해 공개사과를 함으로써 학교와 함께 소통 및 발전 방안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광고는 지난 3일 또 다른 일간지 1면에 졸업생들이 미래라이프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냈던 것과 겹쳐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반되는 각각의 광고 내용으로 미뤄봤을 때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이대 사태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광고를 낸 졸업생들이 누구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화여대가 농성의 장이 된 지 한 달이 다 돼 가고 있다.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지난달 28일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의 농성으로 지난 3일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총장의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생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2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졸업생들은 교내 시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신문에 광고를 내는 등 공론화를 시도했다. 지난 3일 한 일간지에 ‘이화여대 졸업생은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신설안 폐지를 촉구합니다. 또한 학위를 이용한 대학의 상업화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한 것이었다. 광고를 낸 주체는 광고에 이화여대 졸업생 일동으로 표기했고 400여 명의 실명과 수십 개의 학과가 같이 열거돼 있었다.
앞서 학교 측을 비판하는 졸업생들이 지난 3일 한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400여명의 실명과 수십 개의 학과가 같이 열거돼 있다.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시위는 총학생회나 총동문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생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되고 있다. 본관 앞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은 블라인드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본관 뒷문에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출입을 막고 있었고 이대 학생들이 이들을 찾아 참여에 동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특별한 대표 없이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관이 점거됐기 때문에 교직원 업무가 정지돼 있어 야외에 본관 업무 안내를 하는 부스가 마련돼 있는가 하면 임시진료소도 설치돼 있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로 밖에 임시로 설치된 업무 안내 부스.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이들이 계속해서 본관을 점거하며 시일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에 한 일간지 1면에 또 다른 광고가 올라왔다. ‘이화여대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들의 성명서’라는 제목의 긴 글이었다. 이 광고를 올린 주체는 이화여대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들의 모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광고 글을 통해 ‘시위에 참여한 재학생과 졸업생의 취지에 공감할 수 없어 졸업생 모임을 만들어 모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게재한 글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의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당초 학생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백지화는 이해한다’로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형법상의 감금죄 범행을 저질러 경찰이 다수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공무 집행을 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지금까지 이대 학생들의 농성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학교와 함께 소통 및 발전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총장의 사과를 원하는 기존 학생들의 의견과 대립을 보여 이 모임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시위를 방해하는 공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학생과 학교의 대립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면 이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져 제2의 이대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는 학생들 역시 광고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를 게재한 졸업생 배후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학생들은 “광고는 실체가 없는 일부 집단의 의견으로 보이며 본 시위에 직접 참여한 3만 5000명 이상의 졸업생 및 재학생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현재 광고의 출처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으로 이에 대해 저희 측에서도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광고를 올린 인물이 이대 졸업생으로 현재 기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광고가 게재됐던 일간지 관계자는 “기업체 대표로 있는 이대 졸업생을 포함한 여섯 명이 각자 돈을 갹출해 광고비를 지불했다. 다른 신문사에도 접촉을 했었는데 우리 신문에 광고를 올리게 됐다”며 “1면 광고는 업종과 회사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면적당 단가로는 가장 비싼 수준이고 당시 광고비는 수천만 원대로 알고 있다. 전화로 진행이 됐고 원고를 받아 우리 쪽에서 광고를 직접 제작했다”고 말했다.
보통 신문사 측에서는 방문 및 전화를 통해 광고 게재를 신청하는 이들의 신상을 파악하게 돼 있다. 이번 경우에는 본인들이 이대 졸업생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구체적인 신상을 검증하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생들은 “총장이 사퇴하기 전까지 계속 농성을 할 계획이고 아직 특별한 시위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