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6배 증가…‘새로 들인 양자 키우다 등골 휘겠네’
팬택은 지난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496억 원에 인수했다. 사진은 상암동에 위치한 팬택 본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쏠리드의 상반기 실적은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쏠리드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328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6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쏠리드 자회사들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을 감안하면 대부분 손실은 팬택에서 발생한 셈이다. 다만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쏠리드의 재무구조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쏠리드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14%였으나 지난 3월 말 315%, 6월 말에는 394%까지 올랐다. 쏠리드의 주가 역시 하락 중이다. 팬택을 인수한 직후인 10월 30일 쏠리드의 주가는 주당 6300원이었으나 현재는 4500원 전후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쏠리드는 팬택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팬택의 자금만으로는 연구개발(R&D) 비용이나 마케팅·금융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인수자금 외에 쏠리드가 팬택에 대여한 금액은 637억 원이다. 8월 초에는 팬택에 80억 원 규모의 채무 보증까지 섰다. 한편 쏠리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옵티스는 자금 부족으로 지난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따라서 옵티스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택은 지난 6월 520여 명의 임직원을 절반 수준인 270여 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쏠리드 관계자는 “팬택의 1분기와 2분기는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비용구조가 컸다”며 “아임백의 매출이 반영되고 비용구조까지 조정된 3분기부터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임백이 쏠리드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의문이다. 팬택의 목표 판매량은 30만 대다. 아임백 출고가 44만 99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목표 달성시 135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렇지만 높은 매출이 높은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고는 볼 수 없다. 올해 초 문지욱 팬택 사장이 경영설명회에서 제시한 팬택의 목표 영업이익률은 5%다. 이에 따르면 135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경우 기대 영업이익은 67억 5000만 원이다. 쏠리드의 상반기 영업손실을 메우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쏠리드가 팬택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팬택과의 잠재적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쏠리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에서 휴대폰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같이 판매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또 팬택이 계획 중인 사물인터넷(IoT) 사업은 쏠리드의 사업 분야와 중첩되는 부분도 많아서 서로 협력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팬택은 올해 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계획이다. 쏠리드는 2014년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워 통신장비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4억 3268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부진했다. 쏠리드는 팬택을 활용해 인도네시아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네트워크 진화가 더딘 인도네시아 시장 동반 진출을 통해 상호 영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팬택의 브랜드 사용권과 IoT 특허권을 갖는 대가로 팬택에 투자한 금액은 높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쏠리드는 어떤 회사? KT 사내벤처에서 국내 대표 통신중계기 업체로 쏠리드는 1998년 정준 쏠리드 대표가 ‘쏠리테크’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통신 관련 장비 제조업체다. 쏠리테크는 KT의 사내벤처로 시작, 당시 KT 선임연구원이던 정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쏠리테크는 2012년 3월 사명을 쏠리드로 변경했다. 정준 쏠리드 대표이사. 사진출처=벤처기업협회 홈페이지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쏠리드는 2011년 미국 통신사인 스프린트와 버라이즌의 공식 판매업자로 등록됐으며 2012년에는 스웨덴 통신장비제조사인 에릭슨과 판매 협약을 맺었다. 쏠리드의 지난해 매출액 1724억 원 중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금액 539억 원이다. 올해 북미지역에서 8000만 달러(약 9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팬택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으며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벤처기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벤처기업협회장 선출 당시 후보추대위원회는 정 대표를 이사회에 단독후보로 추천했을 정도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해 “벤처 전도사라 불릴 정도로 벤처기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벤처기업의 권익 향상을 위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