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자연식이 보약보다 낫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효소가 부족해지기 쉽다. 산소만큼이나 중요한 생체윤활유인 효소가 과연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왜 부족해지는지,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본다.
매끼 식사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면 우리 몸 안에서는 활발한 신진대사가 이루어진다. 음식물을 소화·흡수시켜 크고 작은 곳곳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효소다. 음식물을 소화·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진대사 결과 생겨나는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항염작용, 살균작용, 세포재생 등 우리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화학반응에 관여한다. 참고로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체내 생화학 반응은 약 300만 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만약 다양하고 복잡한 생화학반응에 관여하는 효소가 하나라도 부족해지면 해당 효소가 담당한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해 차츰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효소의 작용이 이처럼 다양한 만큼 활용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식품이나 화장품, 의약품 등을 만드는 데도 알게 모르게 효소가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미·주근깨를 제거하는 화장품은 멜라닌 색소를 많이 만드는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로 만들어지고, 단백질·지방분해 효소를 넣으면 세안용 화장품이 된다. 특히 식품분야에서 효소를 많이 활용하는데 빵이나 술, 치즈 등을 만들 때도 들어간다. 치즈의 경우 송아지 위 속의 레닛이나 곰팡이에서 추출한 응유효소인 ‘키모신’을 사용해서 만든다.
효소는 매일 땀이나 소변, 소화액 등을 통해 일정량이 소모되고 있다. 따라서 소모되는 만큼 다시 잘 채워져야만 효소가 부족해지지 않는다.
평소 효소가 부족해지기 쉬운 생활을 하고 있다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는 “잘못된 식생활이 가장 큰 주범”이라며 “정제·가공과정을 많이 거친 식품일수록 효소가 거의 없거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효소는 주효소인 단백질과 보효소인 비타민·미네랄로 구분된다. 그런데 정제 가공된 식품은 먹기는 편리해도 비타민·미네랄이 거의 없어서 체내에서 효소를 만드는 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또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각종 식품첨가물이나 화학약품, 오염물질 등이 식품 속에 들어 있는 효소의 양을 감소시킨다.
식품은 가공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일 때 가장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요즘에는 온실재배로 사계절 언제나 구할 수 있는 식품이 많아졌지만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제철 식품에 더 풍부한 효소가 함유되어 있다.
지나친 스트레스도 효소 부족 상태를 부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타민, 미네랄이 많이 소모돼 효소생산에 쓰일 양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끼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정제·가공식품을 즐기는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에는 몸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더 신경을 써야 한다.
▲ 새싹(위), 된장 | ||
효소건강법을 실천하는 가장 첫 번째 비결은 신선한 야채와 과일, 해조류, 곡류 등을 가공·정제되지 않은 자연상태로 섭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미보다는 현미에, 흰 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에 효소가 많고 야채는 생으로 먹을 때 효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치나 청국장,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에도 효소가 매우 많다. 요즘 인기가 많은 새싹채소도 효소가 풍부하다. 싹이 난 지 5~10일 사이에 효소와 미네랄, 비타민이 특히 많다고 한다.
#효소제품을 이용한다
만약 질병이 있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등 평소 식사를 통해 충분한 효소를 공급받기 어려운 경우라면 효소식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에는 효소로 만든 각종 건강보조식품들이 많이 나와 있어 믿을 만한 제품을 고르면 된다.
보통 효소식품엔 비타민과 미네랄, 엽록소 등의 유용한 성분이 많아 몸 안에 축적된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제거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소화가 잘 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며 정장작용으로 장이 튼튼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소식품은 원료에 따라 현미효소, 율무효소, 버섯효소, 알로에효소, 해조효소, 과채효소, 야채효소, 복합효소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효소식품은 크게는 분말로 된 것과 액상제품이 있는데, 분말효소로는 곡류효소식품이 대표적이다. 현미배아 소맥배아 율무 밀겨 대두 등 영양소가 풍부한 곡류에 미생물을 접종, 발효시켜 만든다. 액체로 된 효소식품은 보통 ‘효소음료’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영양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산야초 등을 장기간 자연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서 만든다.
효소제품을 고를 때는 믿을 만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야채나 과일류는 되도록 많은 재료를 사용한 것, 무농약 이상의 유기재배 농산물로 만든 것, 방부제나 합성보존제를 쓰지 않은 것, 6개월 이상 자연숙성시킨 것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구입한 효소식품은 차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고, 액상제품일 경우에는 마개를 연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간혹 함량이나 제조과정상 문제가 있는 효소제품을 먹은 후 두통이나 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는 먹는 것을 중단하고 꼼꼼히 확인하라”는 것이 손중천 교수의 조언이다.
#효소음료를 만들어 마신다
액상 효소식품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시판되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것이 훨씬 좋다. 재료로 쓰이는 무공해 야채가 비싸서 구입하기 어렵다면 직접 산으로 들로 나가 산야초를 채취하면 좋은 운동이 되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채취할 때는 도로변이 아닌 오염이 없는 지역에서 채취한다. 넉넉히 만들어 두고 물에 타서 마시면 흰설탕 등으로 당분을 섭취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
각종 산과일과 산야초, 케일 오이 당근 무 상추 쑥갓 등 50여 가지 재료를 준비한 다음(가능하다면 100가지를 구한다)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해 분쇄기로 간다. 이것을 항아리(겉이 매끈매끈하고 빛이 나면서 붉은색이 도는 항아리는 해로운 유약이 묻은 것이므로 피한다)에 담고 흑설탕을 1 대 1로 섞어 8∼12개월 이상 충분히 발효시킨다. 재료의 양이나 종류, 비율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만 자연산 돌미나리는 꼭 넣는 것이 좋다. 혹시 독초가 들어가더라도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 황설탕 1㎏당 볶은 소금 10g 정도를 넣어주면 더 좋다.
보통 식용 가능한 채소나 산야초는 모두 효소를 담글 수 있다. 그리고 당뇨병에는 달개비를 1년 이상 발효시킨 단일효소가 좋고 고혈압, 동맥경화, 관절염 등에는 솔잎 단일효소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달개비나 솔잎효소는 1 대 1의 비율로 흑설탕을 넣고 1달 정도 발효시켜 만든다. 그런 다음 건더기를 건져내고 더 발효시킨다. 완성되면 약 3∼5배 정도의 생수를 섞어 하루 2∼3회 마시면 된다. 이렇게 매일 효소를 생수에 타 물 대신 마시면 차츰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장효과를 위해선 아침에 반드시 공복에 먹는 것이 좋다.
매실효소도 만들기 쉽고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6월 초순 또는 중순에 익은 매실과 황설탕을 1 대 1 비율로 옹기에 넣고 발효시킨다. 한 달 후에 매실을 건져내고 더 숙성시켜서 물에 타서 마시면 체기가 있을 때나 소화가 되지 않을 때, 갈증이 날 때 효과가 있다.
사과에 막걸리, 약주를 섞어 발효시키는 사과효소를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사과 1개를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간 다음 거즈에 대고 즙만 받는다. 이 과즙과 막걸리 50ml를 유리병에 붓고 밀봉해서 20℃ 정도의 온도에서 12시간을 둔다. 그런 다음 아침저녁으로 50ml씩 마시되 이틀 안에 빨리 마셔야 변하지 않는다. 위장이 나쁘거나 변비, 설사로 고생하는 경우, 위산 분비가 적은 노인들에게 권할 만한 효소음료다. 술에 약한 사람이나 어린아이는 물을 타서 마시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