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불란 “돌격 앞으로”…친박 내부서도 냉소적 반응
김진태 의원이 우병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부동산 거래를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의 송희영 전 주필 의혹을 폭로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몇몇 친박 의원들의 행보에 대해 비박계는 물론 친박 내부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 친박 강경파 의원들이 6월 17일 김태흠 의원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김태흠, 조원진, 이장우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표심을 무시한 집단 최면 상태.”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평론가는 친박계 강경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강경파의 과잉 충성은 대통령 눈과 새누리당의 집권을 멀게 할 것이다. 또 여권을 자멸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우 수석 사태를 ‘부패 기득권 세력의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한 후 친박 강경파는 전면에 나서 ‘박근혜 지키기’에 총력을 모으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8월 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 흔들기의 희생양”이라며 우 수석을 옹호했다. 또 다른 강경파인 정종섭 의원도 같은 날 새누리당 비공개 의총에서 우 수석 사태에 대해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 팔과 같다. 우 수석 사퇴는 몸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송 전 주필과 관련된 자료를 폭로한 뒤 “자료 출처에 대해 공익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출처가 의심되는 자료로 조선일보를 공격한 김 의원의 행보가 맹목적 ‘박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 외에도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을 필두로 계파 맏형인 서청원 의원에게 당 대표 출마 촉구 시위를 했던 10여 명의 의원들이 친박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수시로 대책회의를 하며 집단행동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4·13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진박 논란, 공천 파동 등에서도 어김없이 친박 강경파들은 중심에 섰다. 당시 조원진 의원은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 헷갈릴 테지만 내가 찾아 가는 후보가 진실한 사람”이라며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 조 의원이 방문한 예비후보 사무소 개소식은 ‘진박’ 인증을 받는 현장으로 통하기도 했다. 강경파 가운데 한 명인 윤상현 의원 녹취록도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당선된 유승민 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 결정을 두고 강경파 김태흠 의원은 “일부 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정하고 쿠데타하듯 복당을 밀어붙였다”며 반발했다. 다음 날엔 김태흠, 조원진, 이장우, 김진태 의원 등이 모여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와 비박계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친박 진영에선 우 수석 거취 문제를 두고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강경파 입장과는 달리 우 수석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범친박계 정진석 원내대표는 8월 18일 “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해 자연인 상태에서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어 24일에도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우 수석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 또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거취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합당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강경파의 맹목적인 충성심이 친박이라는 정치집단의 이미지를 갉아 먹었다는 이유에서 상당수 친박계조차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조 친박’을 자칭하는 한선교 의원은 7월 29일 당 대표 후보자 등록 기자회견에서 “강성 친박이란 지금까지 당을 어렵게 만들었던 진박감별, 막말파동, 전화녹취, 공천파동 등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다. 10여 명인 강성 친박만 해체하면 새누리당의 계파는 없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계 김무성 의원도 전국 민생투어 중 한 방송에서 “(친박 강경파들은) 뒤늦게 친박 진영에 붙은 놈들”이라며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친박, 그것도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여러 번 거센 공격을 받았었다. 비박계 의원 한 보좌관도 “강경파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고 할 말도 없다. 친박 그들만의 싸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범친박계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대통령을 비호해 뭐라도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 정권 재창출 등에 관심이 없고 오롯이 한 몫 챙기는 데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친박 보좌관은 “당 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사실 ‘친박’ ‘진박’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의 정치 평론가는 “합리적이고 이성적 접근을 하지 않고 오직 (대통령을) 모신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맹목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마치 종교 집단이 움직이는 것 같다. ‘이판사판’이다. 이러한 비정치적인 행태는 나라가 절망적인 상황에 왔다는 것의 반증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 사정기관 수장인 우 수석을 감싸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