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 반댈세’ 예비신부 구명 글 속속 올라와
지난달 29일과 3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창원 33살 초등교사와 결혼할 예비신부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디씨)와 일베에서 활동하는 창원 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예비신부의 몰카와 성관계 후기를 올린 사실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첫 게시자는 고발과 함께 “한 여자의 인생이 달렸다. 예비신부가 꼭 볼 수 있게 글을 올려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예비신부 얼굴 사진과 성관계 후기를 올린 A 씨를 고발하는 글과 그의 청첩장.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 씨는 여자친구와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센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친구의 사진까지 노골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9월 1일 오후 현재는 고발자의 사진은 다행히 지워져 있었다. 그렇지만 A 씨는 그 이전에 여자친구의 신체와 얼굴 사진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 씨가 일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그는 몰카를 촬영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쓰고 ‘삼일한(“3일에 한 번씩 여자를 때려야 한다”는 말을 줄인 용어)’, ‘김치X’ 등의 여성 비하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A 씨와 관련된 게시글은 ‘일베 교사’라는 호칭이 붙었다. 또 노사모를 거론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려 일베 의심에 더욱 불을 지폈다.
고발 게시물에는 A 씨가 작성한 해명글도 첨부돼 있었다. A 씨는 “허위사실로 인해 몹시 고통 받고 있다”며 “(나는) 일베를 하지 않고 몰카도 찍지 않았다. 일베의 성향을 싫어해 사이트에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커뮤니티(디씨) 내 소수의 친한 사람들끼리 바보 같다고 웃고 즐기는 것만 생각했던 내 생각이 짧았다”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도 없었고 글 사이 맥락에서 빠진 것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A 씨의 해명에도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고 그가 근무하는 학교와 담당 교육청에서도 이를 알게 됐다. 창원교육지원청에서는 문제를 인지한 8월 31일 오후 A 씨에게 연가를 내게 하고 그를 불러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다.
A 씨는 교육청에서 “10여 년 동안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생각 없이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가운데 사이가 안 좋은 1명이 악의적으로 캡처를 해서 커뮤니티 밖으로 유포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A 씨는 반지나 청첩장 사진 등 자신이 사진이나 글을 올린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인정했다”면서도 “일부에서는 그를 ‘일베 이용자다’ ‘성행위 동영상과 알몸 사진을 올렸다’고 비난하는데 이 부분은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것이 함께 전해지고 언론에서도 기사화가 돼 A 교사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A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려 일베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 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초등학교 교감은 “A 교사가 평소에 이상한 행동을 한다거나 특이한 점은 없는 평범한 교사였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도 소식을 듣고 매우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연구부장으로 4·5·6학년 체육 수업을 담당했으며 담임을 맡고 있지는 않았다. 이 학교 교감은 “현재 A 교사가 직위해제됐기 때문에 연구부장 역할은 다른 교사가 맡았고 체육수업은 각 담임들이 하고 있지만 곧 기간제 교사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징계나 사후처리는 교육청에서 맡아서 하기에 학교 차원의 움직임은 없을 예정이다.
교감은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일이 뉴스에도 나왔기 때문에 인터넷 등을 통해 일부 학생들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학부모도 뉴스를 확인하고 아이에게 묻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