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적용돼 환자들 ‘혹’…생눈에도 수술 남용 실명 등 부작용 속출
최근 백내장 수술이 보편화 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경남 진해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정 아무개 씨(53)는 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가렵고, 모든 물체가 겹쳐지거나 번져 보인다. 밤이 되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자동차 전조등이나 네온사인이 번져 주변을 볼 수 없고, 조금이라도 불빛이 약하면 아예 보이지 않아 외출은 엄두도 못 낸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서 아무개 씨(여‧49)의 무릎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넘어져 생긴 흉터다. 시력 감퇴와 심한 난시로 계단 높낮이나 거리감을 구분할 수가 없다. 현재 서 씨가 쓰는 안경만 6개다. 운전용, 컴퓨터 모니터용, 돋보기 등 상황에 따라 맞는 도수의 안경이 필요하다. 서 씨와 앞서의 정 씨는 이 증상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백내장 수술을 받은 직후다.
백내장은 대표적인 인체의 노화 증상이다. 우리 눈의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면서 서서히 눈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고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심해지면 녹내장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앞서의 정 씨와 서 씨는 백내장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노안 증상을 상담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으며, 최근 5년 동안 받았던 정기검진에서 백내장 증상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서 씨 역시 비문증(눈 앞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 노안 증상 중 하나)으로 병원을 찾았을 뿐, 백내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의사가 없던 백내장을 있다고 속여 수술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환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제보와 백내장 수술 부작용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공통적으로 “백내장이 없는데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백내장 수술 권유를 받고 다음날 다른 병원을 찾았는데 “백내장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앞서의 정 씨와 서 씨처럼 백내장과 관련 없이 병원을 방문했다.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최근 2~3년 안과 기록에는 백내장 진단이 단 한 건도 없었으며 현재 겪고 있는 급격한 시력 저하나 빛 번짐 증상에 대한 진단은 없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일부 안과의원이 없는 백내장을 있다고 속였다는 게 된다. 그런데 익명을 요구한 안과의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비윤리적 의료행위는 안과의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속칭 생내장이라고 부르는데, 백내장이 없거나 초기 단계에서 수익목적으로 진료와 수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과잉진료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 제보 받은 7곳 중 6곳 백내장 진단
실제로 앞서의 부작용 피해자와 안과의사의 주장을 기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31일, 기자가 50대 남성과 동행해 직접 앞서의 부작용 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안과의원 7곳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남성은 지난 8월 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노안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으나 백내장 진단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방문한 7곳 중 6곳이 백내장 진단을 내렸다. 이들 안과의원은 “전체적으로 엷게 백내장이 있다”거나 “백내장이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6곳의 안과의원은 진단 후 공통적으로 특정 수술을 권유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었다. 이들 안과의원은 이 수술로 “백내장과 노안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 수정체 렌즈는 크게 두 가지다.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앞서의 다초점 인공수정체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 렌즈지만, 초점이 한 곳에만 맺혀 먼 거리가 보이는 대신 가까운 곳은 보이지 않아 노안 환자들은 돋보기가 필요하다. 이와 달리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초점이 2개로, 이론상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두 렌즈는 기능이 다른 만큼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단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의 경우 가격은 40만~80여만 원, 다초점 수술은 350만~700여만 원이다. 앞서의 안과의원의 상담실장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돋보기나 안경도 필요 없다”거나 “수술도 간단하고 언젠가는 해야 하는 거니까 이번 기회에 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가 앞서 동행한 남성이 상담을 받은 안과의원을 다시 찾아 기자임을 밝히고 남성의 백내장 진단 여부를 다시 묻자, 3곳의 상담실장은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다”고 말했고 나머지 3곳은 답변을 거절했다.
# 주관적 판단과 경쟁
백내장 치료가 필요 없는 눈인데도 수술을 권유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안과의사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백내장 수술 필요성은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에 의존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안과의사는 “노안과 백내장의 원인인 수정체의 혼탁 및 경화 정도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 LOCS III(제3차 수정체혼탁도 분류 체계)에서 제시하는 표준사진의 모습에 따라 전문의가 경험적으로 판단을 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 및 의사의 주관성이 관여될 소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안과의원들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강남의 한 안과의원은 “안과는 다른 병‧의원과는 달리 과잉진료나 이벤트, 광고 등의 측면에서 비교적 공격적인 성향이 있다. 최근 가격을 낮추고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 시력교정술이 한 가지 예”라며 “여기에 최근 안과 전문의가 많이 배출되는 추세라 병원도 많이 늘어 경쟁이 심화된 데다, 라식‧라섹이 유행할 때 세워놓은 공장형 병원들이 유행이 주춤하자 백내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환자를 유혹하는 방법
하지만 실제로 백내장 수술, 특히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권유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다. 백내장 수술에는 병원 입장에선 큰 수익이 될 수 있고, 고가의 수술비에 망설이는 환자들도 혹하게 하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백내장은 진단 시 다초점 인공 수정체 삽입술을 받으면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강남의 한 안과의원 상담실장은 “병원에서는 수백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건 맞지만, 환자입장에서도 수술비의 약 10%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고가의 수술이라도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하는 데다 가격 부담도 줄어드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손보험을 악용한 편법도 나오고 있다. 일부 안과의원은 고가의 수술비용을 더 올려 받기도 하는 것.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서 각종 진료, 상담 비용 등을 더해 비용을 더 많이 청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실손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 백내장 소견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고, 수술 특약에 가입하고 4~5개월 뒤에 수술을 받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모두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다. 문제는 환자도 본인이 모르는 새에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먼저 백내장 수술을 안 받아도 되는 환자에게 비용 해결 방법을 알려주면서 수술 받게 했다면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된다. 의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실손보험을 적용해 수술을 받기 때문에, 앞서의 사정을 알고 수술을 받았다면 환자도 본인이 모르는 새에 보험사기 행위를 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백내장 수술 부작용으로 안과의원과 분쟁을 벌이던 한 택시기사가 병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한 목격자가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 또 다른 고통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4년 주요수술통계연보’를 보면 백내장수술 건수가 36만 6689건으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녹내장 환자수는 지난 2011년 52만 5614명에서 2015년 76만 7342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최근 자외선과 식습관 등으로 백내장 발병 연령이 낮아지면서 40대 환자수도 지난해 기준 약 13.4%를 차지했다.
백내장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와 동시에 앞서의 일부 안과의원의 무분별한 진료‧수술로 발생하는 피해 사례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최근 3년간(2012~2014년) 안과 관련 피해 구제 사례를 보면 92.6%가 부작용 발생 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백내장이 45.7%로 압도적이었다. 부작용으로는 영구적인 시력 장애가 가장 많았고 빛 번짐과 난시 등도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구제 방법은 많지 않다. 보통 시력 저하 등 부작용에 시달려도 적응기간을 두는데, 이때 수정체가 유착이 되면 재수술도 어려워진다. 또한 병원 측에 소송을 통해 보상을 요구하려 해도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에 환자가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하는 의료사고 소송 특성상 또 다른 고통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익명을 요구한 안과의사는 “다초점 인공 수정체 삽입술이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어 무분별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 수술은 환자가 운전을 많이 하는지, 직업과 나이는 어떤지 까다롭게 확인한 후 적합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하는 수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도 의사에게 꼼꼼히 확인을 하거나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환자의 권리다”라며 “혹시 의심이 들면 다른 병원이나 대학 병원 등을 방문해 재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