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사람 누가 뺨 때렸나
최 씨 새 소유주 A사 상대 끝까지 권리 주장…이 와중 승합차 파손당해
[비즈한국]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 씨가 소유했던 서울 중구 소재 건물 상가 세입자들이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에 대해 불과 20% 안팎만 받고 상가를 비워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끝까지 권리를 주장하고 시위 중인 전 세입자 최 아무개 씨는 최근 누군가 자신의 승합차 등을 손괴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 씨. 일요신문DB
세입자 김 아무개 씨는 “비엘에셋은 최초 세입자들과 1년 단위 계약을 하더니 리모델링 신고 이후에는 6개월 단위의 계약서를 쓰자고 강요했고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었다”고 토로했다. 익명의 전 세입자는 “상가당 권리금만 1억 7000만~2억 원에 달한다. 관련 법령은 건물주가 해당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리모델링이 가능하고,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세입자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버티는 세입자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세입자는 합의했고, 패소한 세입자들은 항소를 통해 법원의 조정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합의 내용은 세입자들이 요구해왔던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의 불과 20%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한 세입자들 역시 세입자들에 불리한 현행 상가임대차법 등 법령과 생업 때문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재용 씨 측 변호사는 “명도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았지만 당장 강제 집행을 하지 않았다. 법원의 조정 결정에 따라 세입자들과 합의했다. 임대료도 일부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재산에 대해 대대적인 추징에 나섰다. 전재용 씨 소유의 이 건물도 공매로 나왔다. 공매 기록을 보면 최초 공매가가 320억 원이었던 건물은 수차례 유찰돼 지난해 1월 270억 원에 대기업 계열 A 사로 낙찰됐다.
전 씨는 27억 원대 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40억 원이 확정됐으나 벌금을 내지 못해 지난 7월 1일부로 노역장에 유치됐다. 노역 기간은 2년 8개월로, 하루 일당이 400만 원에 달해 ‘황제 노역’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A 사는 이 건물과 바로 앞 건물까지 사들여 두 곳을 헐어 오피스 빌딩을 세울 계획이다. A 사는 시공을 B 사, 철거를 C 사와 계약하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에 확인해보니 건물 철거 마감 시점은 오는 10월 말이다.
전 세입자 최 아무개 씨는 소유주가 A 사로 바뀐 이후에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최 씨는 “전재용 씨가 건물을 사들인 시기에 상가 계약을 했다. 건물주가 바뀐 줄도 모르고 승계를 받았다”며 “전 씨가 재개발을 위해 사들인 건물이었음을 알 수 없었다. 전 씨는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 대한 보상 얘기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나가라는 식이었다”라고 성토했다.
최 씨는 현재 A 사로부터 철거 용역을 맡은 C 사 쪽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손괴했다고 주장하면서 A 사의 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괴한에 의해 파손된 최 아무개 씨의 승합차.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8월 7일 밤 12시쯤. 한 남성이 삽으로 건물 앞에 주차 중이던 최 씨 소유 승용차와 승합차, 최 씨가 설치한 시위용 천막을 훼손했다. 이 장면은 인근 건물 CCTV에 그대로 찍혔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이며 CCTV를 토대로 최 씨의 재산을 손괴한 인물을 수배 중이다.
이에 대해 A 사 측은 “당사는 합법적인 공매 절차를 통해 건물을 사들였다. 최 씨는 전재용 씨 측과 상가 임대차 계약을 했고 당사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인물이다. 이번 공사와 관련, 시행사인 당사가 B 사와 C 사를 총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최 씨의 재산 손괴에 대해 아는 바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상식적으로 주변에 여러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 삽을 들고 내 차만을 훼손했다면 과연 어디겠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타의에 의해 쫓겨난 세입자에게 A 사는 대체 상가라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