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하 부산지방병무청장
명나라 중기, 나라가 혼탁해지면서 다른 관리들은 수도로 올라갈 때 권력자들에게 바칠 많은 보물들을 가지고 출세를 도모하려 하였다. 그러나 우겸은 수도로 올라갈 때마다 빈손으로 올라가곤 하였다. 이를 보고 금은보화는 못가지고 가더라도 특산물이라도 가지고 올라가 자리를 보전하라는 말에 우겸은 淸風兩袖朝天去(청풍양수조천거)라는 시로 답하였다고 한다. ‘두 소매 안에 맑은 바람만 가지고 천자를 뵈오리라,’란 뜻이다.
재물과 명예를 탐하지 않는 청렴한 우겸의 모습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김영란 법이 떠오른다. 올해 9월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법 적용 대상이 되고 있는 행정부 등 많은 공공기관 등이 우려를 하고 있고 농축산물의 판매부진 등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한 그 적용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혼란을 가지고와 시행을 앞두고 직원들에 대한 사전 교육과 적용 사례 등을 파악하느라 법 적용대상이 되는 기관에서는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지방청장으로 있으면서 업무담당 부서에서 해결이 안 되면 무작정 청장을 만나겠다고 청장실로 달려오는 민원인들을 맞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분들은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고 단지 들어주기만을 바란다고 찾아오시지만 대부분은 높고 책임있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민원이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방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공정하게 부과해야 하는 병무행정의 특징상 업무의 재량 여지가 거의 없어 이렇게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 민원인들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현장에서 민원해결이 안되어 청장실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 기관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분들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위로해 주며 상황에 따른 규정을 설명해주는 것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민원창구에서 해결이 안되고 기관장이나 상급부서 가야만 해결이 되는 문제가 많다면 그것이 바로 부정부패의 고리가 아닐까 한다. 기관장의 역할은 직원들이 공정하고 친절하게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해진 대국민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며 이러한 업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져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병무청은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4년 연속 청렴시책 최우수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것은 병무청 직원들이 모두 하나 되어 부패할 수 있는 부분을 깨끗이 도려내고 병역의무 부과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카투사 선발의 추첨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징병검사 옴부즈만제도, 징병검사 및 입영일자 본인선택제도, 모집병 선발 및 징병검사 과정의 공개, 최근의 내부 익명신고 시스템의 운영 등 그동안 병무청은 국민의 의심을 살만한 모든 분야에 경쟁을 도입하거나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비리와 부정의 소지를 사전 차단하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투명 공정한 병역문화 구현을 위해 고위공직자 병역사항공개제도와 공직자등 병역사항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병무청은 청렴에 관한한 그동안 바보스럽다 생각될 정도로 모든 행정을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으로 바꾸어 이제는 청탁할 내용도 청탁을 들어줄 권한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것은 병무행정의 존재목적인 효율적인 병역자원의 충원과 공정한 병역의무부과를 위해 전 직원이 하나 되어 매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병무행정을 담당하는 한사람으로서 병무청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이나 후에나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의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깨끗하고 청렴한 기관으로서 지속적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며 병무청 모든 직원의 소매에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만이 불기를 기대한다.
임재하 부산지방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