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톤급 잠수정 건조·핵 어뢰 개발 속도 내…‘천 길 물 속 알 길 없다’
지난 8월 2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현장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김정은은 ‘왜’ ‘언제부터’ 바닷속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우선 ‘왜’라는 질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군사전의 기초가 되는 각종 재래무기의 물량과 질적인 면에서 한국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이 오래 전부터 핵개발을 비롯한 비대칭 전략무기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북한이 수중 무기에 집착하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대북 관련 세미나 직후 기자와 만난 한 북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사람 마음속만큼이나 전쟁터에서 수중은 여전히 살피기 어려운 공간”이라며 “아무리 한미 군사연합 운용에 따른 사전 도발 감지 체계가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즉, SLBM을 비롯해 수중에서 운용되는 각종 발사체 및 무기는 외부의 감지체계를 피하기 용이하다. 또한 핵무기의 운용에 있어서 이러한 수중 발사체들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은 이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간단명료 하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이유지만 비대칭 전략무기의 운용 측면에서 실제 수중 무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NK지식인연대 측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와 관련해 입수한 북한 내부 정보를 살펴보면 북한이 이 수중 무기 개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에 박차를 가한 시기는 김정은의 후계 체제 성립 시기와 묘하게 겹친다. 즉, 선친 김정일의 유지이자 이를 받든 김정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중 무기 운용의 가장 기본은 역시 잠수정이다. 최근 북한의 잠수정 개발의 ‘씨앗’은 지난 2008년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3000톤급 구식 잠수정 두 척으로 추정된다. SLBM의 실용화는 3000톤급 이상 규모의 잠수정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내부 정보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잠수정은 몇몇 장비들이 수거됐지만, SLBM 발사관은 그대로 장착된 채 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은 2010년 6월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오른 뒤 이 두 척의 대형 잠수정을 토대로 분해와 조립 및 개조 등 리모델링 작업과 함께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잠수정 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의 해당 작업은 2017년을 기한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이버부대의 러시아 현지 설계도 해킹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2013년에는 러시아 기술자를 비밀리에 초빙하기까지 했다니 이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론 이러한 잠수정을 운용할 수 있는 작전기지를 신포 인근에 조성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우리 당국은 북한이 실제 3000톤급 이상의 대형 잠수정을 진수하고, 실제 SLBM을 운용할 수 있기까지 약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이 완수된다면 공해상 북한의 무력시위는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잠수정이 북한 수중 무기 전술의 ‘틀’이라 한다면 거기에 실리는 각종 무기들은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당국과 국제사회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북한의 해상 무기 체계는 SLBM이다. 물론 가장 두려운 무기이지만, 북한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국방위에 몸담은 해당 시기 북한 제2경제 산하 국방기술연구소에는 ‘핵탄두’를 장착해 활용할 수 있는 어뢰와 기뢰를 개발 중이었다. 해당 계획은 ‘2015년께 완성’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이 계획이 성사됐는지는 미지수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2013년 4월 당중앙 군사위 확대회의에서 ‘김정일 5대 핵 타격력’ 개발을 하달했다. 5대 타격력은 바로 ‘수소탄’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 ’핵배낭’ 그리고 ‘핵 어뢰’다. 어뢰 자체가 북한의 핵개발 응용의 핵심 무기로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8월 25일 낮 12시(평양시간) 보도에서 전날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 8월 131총국 현지 지도에서도 핵 어뢰 책임연구원들에게 “미국과의 전면 핵전쟁이 벌어지면 동·서해에서 밀려올 미국의 폭격기, 항공모함, 잠수함을 까부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핵탄두를 장착해 수중에서 적기를 공략하는 핵 어뢰의 경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NK지식인연대 측이 정보를 입수할 당시 북한 내부의 한 관계자도 “핵 기뢰는 큰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에 당장 생산 가능하지만 핵 어뢰를 완공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아 아직 북한의 기뢰 개발은 ‘과정’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핵 어뢰가 실용화되기 위해선 핵탄두 탑재를 비롯해 수중에서 이를 폭파시킬 수 있는 특수약실 기술, 교란 기술 등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은 시험어뢰에 대한 수중 시험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전문가는 “우리 당국은 최근에서야 북한의 SLBM 시험 성공에 자극 받아 북한이 개발 및 보유하고 있는 수중 무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허나 여전히 초점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지상 전략무기에 맞춰져 있다”라며 “오히려 최근 북한은 지상의 이동체 개발에 들인 노력을 수중 무기 개발로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자칫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