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요신문]주성남 기자= 일본과 한국 두 나라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온 작가는 대립과 반목의 역사를 지닌 양국에 대해 교감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일본을 일본으로 만드는 것과 한국을 한국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작가가 견지하는 편견 없는 관점은 다른듯 비슷한 두 나라에서 살아온 남다른 경험으로 더해진 삶의 중량감에서 비롯됐다. 고선윤의 일본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 삶이 사회적 삶에 투영된 기록으로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융합과 화해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의 저자인 고선윤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국의 여자아이로 일본에서 성장기를 보냈으며 재일교포라는 수식어를 달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소유하고 싶어 영주 귀국을 했고 한국의 대학에서 일본 고전 문학을 강의하는 학자로 살아가고 있다.
`토끼가 새라고?`는 저자가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자전적 경험을 통해 풀어내는 산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성장기를 일본에서 보낸 재일교포로서 복잡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온 과거의 시간들은 한 쪽의 언어와 집단에 소속된 기억과는 차별화된 지점에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읽게 한다. 한일관계를 오랜 반목으로 이끌고 있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집단적인 기억과 정치적인 태도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인 견해가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것도 저자가 일본에서 내부자로서 통과해온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끼가 새라고?`가 다루는 주제는 광범위하다. 특정한 풍속, 제도를 지닌 색다른 문화에 대한 글들은 비슷한 공간 속에 부채처럼 펼쳐진 다양한 삶의 얼거리를 민족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으며 일본인, 일본어, 일본 문학을 주제로 삼은 글들은 가까운 지리적 위치의 이웃나라지만 입력과 출력은 전혀 다른 두 나라의 정신적 영역을 비교하게 해주는 교차점을 발견하게 한다.
천황의 존재 의미나 남녀관계를 주제로 다룬 글들은 일본의 신화에 대한 고찰을 통해 한 사회를 일관된 전체로 엮어주는 한 민족 공동체의 정신적 태도를 엿보게 하며 어릴 적 기억, 계절의 변화, 풍경, 자식사랑, 역사, 삶의 가치, 죽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보편성을 통찰하는 글들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친밀하고 다정한 이야기로 지리적 차이를 불문하고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목도하게 하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안목출판사, 28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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