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적자 비메모리는 페널티 1년 유예…주주 법적 대응, DX부문과 갈등 봉합 과제
#사측, 적자 사업부 배분 문제서 한발 양보


노조가 요구했던 경쟁사 수준의 성과급과 상한 폐지,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제도화를 관철시켰다면, 사측도 재무 부담을 완화할 안전장치를 뒀다. 특별경영성과급엔 시기별로 구체적인 영업이익 기준이 설정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DS부문 영업이익이 2026~2028년엔 연 200조 원, 2029~2035년엔 연 100조 원을 달성했을 때 지급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OPI와 달리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대량 매도에 따른 주가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예수 장치도 뒀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만 즉시 매각이 가능하고,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 뒤, 2년 뒤에 매각할 수 있다.
사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지켜내면서도, 노사가 합의 도출 전까지 줄다리기를 이어온 적자 사업부 배분 문제에선 한발 양보했다. 재원 배분율은 DS부문 40%, 나머지 60%는 사업부별로 배분하기로 했다. 경영지원 등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 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이다. 기존에 노조는 DS부문 70%, 사업부 30%를, 사측은 DS부문 30%에 사업부 70%를 주장해왔다. 부문 공통 재원이 많아지면 적자 사업부와 흑자 사업부가 거의 같은 성과급을 받게 된다.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적자 사업부는 DS부문 재원으로 산출된 공통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페널티를 주되 적용 시점은 1년 유예했다.
#메모리 임직원들 성과급 1인당 6억

기존 OPI에 따라 5000만 원(연봉 1억 원 기준)도 지급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은 세전 기준으로 1인당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는다. 올해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 LSI)사업부 임직원은 최소 1억 6000만 원, OPI 포함 시 최대 2억 1000만 원을 받는다. 다만 비메모리사업부는 OPI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있다.
DS부문 임직원이 추가로 내야 할 세금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국세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이 1억 원(8세 이상 자녀 1명, 3인 가족 기준)인 근로자가 근로소득공제와 가족 기본공제 등을 적용한 뒤 24% 세율 구간을 적용하면 결정세액은 1274만 원이다. 그런데 6억 원의 성과급을 추가로 받으면 총급여가 1억 원에서 7억 원으로 늘어나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인 42%가 매겨진다. 결정세액은 2억 4719만 원까지 증가한다. 이는 지방소득세(소득세 10%)를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자사주 형태로 지급되므로 지급 과정에서 원천징수 세액을 제외한 가치만큼 자사주가 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계열사들은 3월 1일부터 다음해 2월 28일까지 적용되는 근로계약서를 매년 작성한다. 이 때문에 연말부터 1~2월까지 당해 적용되는 임금·단체협약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계열사별로 노조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곳도 있고, 노사협의회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어 협상 주체엔 차이가 있다. 실적에 크게 변동이 없거나 저조한 기업은 무난하게 타결된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등의 경우 타결이 난항을 겪는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026년도 임단협 교섭의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OPI로 요구하고 있다.
#주주는 법적 대응 예고, 부문별 갈등 심화

여전히 삼성전자에 남겨진 숙제는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모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사회가 잠정합의를 비준할 경우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및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가처분,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업이익 단계에서 일정 비율을 사전 적산해 할당하기로 한 노사 합의는 위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노사가 합의한 성과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결국 영업이익이 아니겠느냐. 당초 노조는 기존 EVA 산식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영업이익 10%와 EVA 20% 중 고르라고 노조에 제안하기도 했다”라며 “상법 제462조에 따르면 세후 당기순이익을 가지고 이익배당을 해야 하는데, 노사 합의만으로 배당가능이익 산정 이전에 영업이익을 성과급에 연동하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내부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에 따라 모바일과 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 임직원들에겐 위로금 성격의 600만 원 상당 자사주가 지급된다. DX부문 OPI는 영업이익의 10%나 EVA 20% 중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실적 부진으로 OPI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성과급이 600만 원에 그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총파업 위기까지 간만큼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내부의 갈등을 앞으로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단체협약 아닌 개별협정…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 숨은 디테일
5월 22일 오후 2시부터 5월 27일 오전 10시까지 삼성전자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참여 조합원 과반이 찬성해야 법적 효력을 가진다. 조합원 찬성이 과반을 못 넘으면 잠정합의안은 부결되고 노사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 21일 오후 2시 기준 DS부문 직원이 주축인 초기업노조와 DX부문 직원이 주축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속한 조합원들에 투표권이 부여된다. 5월 21일 오후 3시 기준 조합원 수는 초기업노조가 7만 850명, 전삼노가 1만 6286명이다.
삼성전자는 성과급 합의를 단체협약과 구별되는 개별협정으로 분리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처럼 경기 변동성과 기술 주기가 큰 업종에서는 장기 고정 합의가 법적 효력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합의를 별도 개별협정으로 설계한 것은 장기 성과보상 체계를 단체협약 체계와 분리하려는 장치로 해석된다.
성과급 산정 기준도 ‘영업이익’이 아니라 ‘DS부문 사업성과’로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회계상 성과급은 이익 처분이 아니라 영업이익 산출 전에 차감되는 인건비다. 그럼에도 이미 산출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장기간 배분하는 구조는 주주 권익 및 이사회의 자본배분 책임과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사업성과 기준을 사용함으로써 영업이익 왜곡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지급 방식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정한 점도 주목된다. 이는 임직원의 보상을 장기 기업가치와 연동시키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은 이익잉여금을 활용할 수 있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올해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의 보유·처분에 대한 주주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성과급 구조는 성과보상 문제를 주주 승인 체계와 연결시킬 수 있다. 보유 자기주식만으로 장기 성과급 지급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추가 자사주 매입과 보유·처분 계획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임금 논란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이번 협상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적자 사업부에도 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였다. 잠정합의안은 적자 사업부에 대해 공통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페널티 구조를 두었다. 이는 성과급의 성과연동성을 유지해 정기·일률적 고정급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낮추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