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화 삭이다 ‘중병’ 키울라
일본의 대중지 <스파!>에 따르면 치열한 경쟁과 함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노동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듯 직장인의 60% 이상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강한 불안감과 고민, 스트레스가 있다”고 응답했다. 상황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어떤 형태로든 신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스트레스에 억지로 적응하려다가 발생하는 ‘적응장애(일본 왕실의 마사코 왕세자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우울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활기능 저하나 두통, 섭식장애 등 신체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야기되는 질환의 전조 증상을 “단지 바빠서 피곤한 것”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데 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스트레스에 대한 자각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그냥 무시한다고 저절로 없어지거나 낫지 않는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이 스트레스로 인해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발병하는 다섯 가지 대표적 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1 1형 당뇨병
최근 들어 피로가 풀리지 않고 갑자기 체중이 줄거나 목이 자주 마르고 공복일 때 배에서 심하게 소리가 난다면 ‘1형 당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생산 유무에 따라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인슐린 의존형(1형)’과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슐린 비의존형(2형)’으로 나눌 수 있다. 1형 당뇨병의 원인은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보고가 있다.
즉 스트레스로 체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쉬워진다는 뜻이다. 1형 당뇨병이 진행되면 신부전이나 망막 이상, 신경 장애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메니에르 증후군
올해 초 유명 연예인 한지민과 유지태가 앓은 것으로 알려져 큰 관심을 모은 ‘메니에르 증후군’. 이 병은 이명, 난청과 함께 갑자기 평형감각을 잃고 현기증이나 발작을 일으키는 병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30~40대의 꼼꼼하거나 소심한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원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피하고픈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따라서 메니에르 증후군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약이나 병원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
3 피부염
피부는 ‘정동(情動:희로애락과 같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생기는 감정) 기관’이라고 할 정도로 심리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화가 나거나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거나 무서움에 소름이 끼치고, 긴장하면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다 이에 해당된다.
의사면허 최종시험을 앞둔 의대생들의 경우 시험 중에는 피부의 보호기능이 눈에 띄게 내려갔다가 시험 후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회복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어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부 상태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 피부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피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피부염을 그대로 방치하면 온몸으로 습진이 퍼져 가려움에 고생을 하게 된다. 만일 피부과 치료를 받아도 쉽게 낫지 않는다면 심료(心療) 내과 등을 찾아 피부염을 일으키는 정신적인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4 궤양성 대장염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겨 짓무르거나 궤양이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설사와 혈변, 발열, 체중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일본 후생노동성에 의해 난치병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스트레스 외에는 명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 증세가 호전됐다가 악화되는 것을 반복하며 점점 병이 심각해지기도 한다. 규칙적인 생활이나 올바른 식습관으로 심신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궤양성 대장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지나치게 엄격한 생활 습관이나 식생활을 강요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5 악관절증
아래턱뼈와 머리뼈 사이의 관절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거나 마모되었을 때 얼굴 근육이 떨리거나 턱에 통증이 생기는 ‘악관절증’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 경직 때문에 무리하게 턱 근육을 사용하거나 잘 때 이를 가는 습관이 악관절증의 원인이다.
또한 별개의 증상으로 보이는 편두통이나 어깨 결림도 악관절증의 증상일 수 있다. 악관절증 초기에는 근육 이완제나 물리치료를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여 악화되면 교정 장치를 사용하거나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상태가 생기지 않도록 정신적, 신체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