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 S 씨·증권맨 최우혁 등 고소당하면서도 공격 주도…이 씨 구속에 결정적 역할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지난 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자문가 S 씨
―손해를 입은 것도 없고, 사기를 당한 적도 없는데 나선 이유가 있나.
“원래 유사투자자문을 하는 나로서는 이 업계를 더럽히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을 해왔다. 이희진이라는 사람이 서른 살에 주식으로 2000억 원을 벌었다길래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계좌를 공개하라며 공개적으로 나섰다.”
―이희진 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피곤하게 산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맞다. 제일 많이 듣는 얘기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공격이) 이희진 씨가 처음도 아니다. 주식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다면서 차 자랑하는 또 다른 사람과도 5년째 싸우고 있다. 이유가 있다면 주식업계에서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그런데 가짜 광고로 주식고수라 칭하는 사람들 보면 피가 솟구친다.”
―(이희진 씨와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희진 씨가 자신의 SNS에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고 하는 글을 올렸을 때다. 나는 그걸 보고 ‘이제 제대로 한판 붙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공격의 수위는 (그때 이후로) 더 거세졌다.”
―이희진 사건이 일어나게 된, 우리나라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검증을 안 하고 믿어준다. 인간관계에서는 검증이 껄끄러워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은) 많은 사람들의 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철저한 검증을 미리 해야 한다. 경제TV는 물론 각종 언론도 주식 부자라고 홍보하기 전에 주식으로 돈 번 계좌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을 도우면서 느낀 점도 있다. 이희진에게 당했을 뿐이지, 비슷한 한탕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이런 점들은 개선해 나가야한다.”
최우혁 동부증권 차장
―이희진 ‘저격수’로 뛰어든 계기는.
“제도권 증권맨으로 살면서 이희진 씨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자신을 증권맨이라고 사칭하며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조작한 정보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2년 전부터 그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데, 내 눈에는 딱 봐도 ‘꾼’이라는 게 보였다. 또한 진짜 피해자인 박봉준 피해자모임 대표를 만난 뒤 더 큰 괴물이 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폭로를 시작하게 됐다.”
―이희진 씨는 고소·고발로 제보자들을 위협했는데.
“이희진 씨에게 증권맨의 입장에서 조심하라고 글을 썼는데 그 일로 이 씨에게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진실을 밝히려다 정말 피곤하게 살게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두 잘못된 걸 알면서도 방관만 한다면 세상에 이 씨 같은 사기꾼이 판치더라도 그걸 바로 잡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이 씨가 나를 고소하러 가는 날 경찰서에서 보란 듯이 사진을 찍어서 올린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그런데 며칠 전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사진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역시 대한민국에 아직 정의는 살아있구나 하고 느꼈다.”
―이희진 씨는 결국 구속됐다.
“대한민국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여준 덕분에 지금 현 상황은 매우 만족스럽다. 이희진 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연령대가 대체적으로 높다. 그러다보니 금융지식이 취약한 분들이 많고, 귀가 얇은 분들도 있다. 수십 명의 피해자들에게 이런 어설픈 사기를 당했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하는 대답이 방송에 몇 년 동안 나오던 사람인데 공신력이 검증된 사람이니 당연히 진짜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이건 검증 없이 방송 출연을 통해 그에게 공신력이라는 힘을 실어준 방송사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
청담동 주차장에 가보니 ‘슈퍼카’ 아직 건재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결정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슈퍼카’였다. 그는 국내 몇 대밖에 없다는 부가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을 타고 등장했다. 피해자들에겐 어쩌면 그 슈퍼카가 ‘초인의 백마’처럼 보였으리라. <비즈한국>은 그동안 이 씨를 취재하기 위해 수차례 청담동을 방문했다. 9월 7일 오후 청담동 이희진 씨 소유의 슈퍼카가 주차된 주차장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7월 24일 이 씨의 호화 주택 주차장에 주차된 슈퍼카의 사진을 찍었다. 이 씨가 구속되기도 전인 데다, 건재함을 과시하며 SNS에 글을 올리고 있을 때다. 당연하겠지만 이날 주차장에는 이 씨가 SNS에 과시한 대로 슈퍼카가 그 자리에 있었다. 이 씨는 이후 검찰의 수사와 체포를 거쳐 영장이 발부됐고 구속됐다. 주차장을 찾은 지 약 6주가 흐른 지난 7일 다시 그곳을 찾았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씨의 부가티 차량이 압류되는 장면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SNS에서의 예측과 달리 그의 차는 건재했다. 40일 넘게 흘렀지만 이 씨의 차는 배치조차 전혀 변하지 않았다. 누리꾼들이 예상한 이 씨의 재산 압류는 사실과 달랐다. 피해자모임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남홍 변호사는 “이 씨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범죄수익 추징보전 청구를 해야 하는데 이제 막 구속된 상태라 절차를 밟기에는 시간이 꽤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그 시일이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재산 압류가 이르면 추석 전후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이 씨가 부당하게 벌어들인 범죄 수익에 대해 신속히 추징보전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차량이 주차장에서 그 위용을 과시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