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에 주먹구구 경영 ‘영업손실 눈덩이‘
낙하산 인사와 방만 경영 등으로 강원랜드 자회사들의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는 카지노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8년 태백시에서 이시티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시티 사업은 태백시 일대에서 게임과 애니메이션 사업 등을 추진하고 그 성공 여부에 따라 테마파크 조성 사업 등 4개의 확장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시티 사업을 위해 강원랜드는 647억 원을 출자해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하이원엔터)를 설립했다.
그러나 하이원엔터는 설립 이후 계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아카데미사업과 콘택트센터사업 등 부대사업에 진출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2014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하이원엔터는 사전조사 없이 게임개발팀을 조직하는 등 당초 사업계획과 다른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게임개발팀은 단 하나의 게임도 개발하지 못한 채 2012년 해체됐다. 또 하이원엔터는 게임사업의 성공 단계에 따라 사업을 확장한다는 초기 계획과 달리 게임사업이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양한 부대사업에 손을 댔다.
하이원엔터가 2010~2013년 추진한 게임퍼블리싱 사업은 70억 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했다. 사업 실패와 경영 악화로 200명 이상이던 직원도 31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하이원엔터에 따르면 현재 회사의 누적 적자는 509억 원에 달한다. 현재 하이원엔터는 게임사업을 접은 상태다.
수백억 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가 개점휴업 상태까지 온 것은 경영진의 전문성과 책임감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게임사업은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하지만 하이원엔터 역대 사장의 면면을 보면 우종식·이학재 전 사장 등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다. 2014년 2월 ㈜한화 전무 출신인 이성택 사장을 선임했지만 지난해 3월 사임했다. 현재 강원랜드 재정운영실장 출신의 최철순 대표가 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또 특이한 점은 하이원엔터의 역대 대표이사 중에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임한 경우가 많다는 것. 우종식 초대 사장의 경우 취임 10일 만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이원엔터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장 위치에 있다보니 경영 성과에 대한 부담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업을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경영해왔기에 하이원이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하이원 직원들이 서울과 태백 사무소를 오가는 탓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이사회와 임원진의 경영 전문성이 부족해 수천억 원이 오가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혼란을 겪는다는 비판도 있다. 강원랜드의 최대주주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관리공단이다. 1~4대 사장이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점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록 5대 사장부터 공개모집을 통해 선임했지만 LG전자 출신인 5대 조기송 사장을 제외하고 다시 정·관계 인사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 선임된 함승희 사장(8대) 역시 친박라인의 낙하산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본부장급 직책도 대부분 산자부와 문체부, 국방부 출신 인사가 맡아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카지노본부장을 국방부 관료 출신이 맡은 것은 업무 자체의 청렴함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노동조합(위원장 홍명수) 관계자는 “함승희 사장이 오고 나서 그나마 낙하산 인사는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산자부 입김은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 관계자는 “산자부나 우리는 최대주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오히려 주주로서 권리 주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자회사의 잇단 실적 악화에도 강원랜드는 그동안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는 자회사 관리지침에 따라 사장과 경영계약을 하고 매년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해 사장의 성과급 결정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2011년 자회사가 경영평가 결과 최하등급(D)을 받더라도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평가안을 마련했다. 이 평가안에 따라 하이원엔터의 2010~2012년 매출달성률이 23%에 불과한 데다 매년 영업손실이 났음에도 강원랜드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새로 마련했다는 경영평가안은 이사회 녹취록 등에 그 조정의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임원진의 경우 기본급에 성과급까지 포함시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설립 초기라 임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동기부여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이원엔터는 2014년이 돼서야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는 지난 7월 임원급여 과다지급과 지급기준 부적정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강원랜드의 다른 자회사인 하이원상동테마파크, 하이원추추파크의 사정도 좋지 않다. 2010년 설립 후 750억 원을 출자한 하이원추추파크는 지금까지 79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2009년 설립 후 425억 원을 출자한 하이원상동테마파크도 누적 영업손실 64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강원랜드 자회사들이 신사업에 진출하기 전 사업타당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하이원상동테마파크는 2011년 착공 후 수익성 문제로 2013년 공사가 중단됐다. 그 후 대체사업으로 모색한 ‘모터스포츠 패밀리 리조트(Motor sports family resort)’ 사업도 수익성이 보이지 않자 강원랜드는 자연캠핑장 등 다른 추가사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자연캠핑장 사업계획 과정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캠핑장 가동률이 연평균 62%에 달할 것이라고 가정한 채 매출액을 과다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앞서 2002년에도 강원랜드는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평가된 가족단위 놀이시설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카지노 호텔 지하에 636억 원을 들여 테마파크를 건설했지만 2003~2008년 6년간 476억 원의 적자만 본 후 운영을 포기했다. 이 같은 일과 관련해 강원랜드는 신규 사업 추진을 철저히 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역발전을 위해 사업타당성이 비교적 부족한 분야에도 진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다”며 “앞으로 수익성을 철저히 평가해 지속가능한 사업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상임위 소속 김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그 설립 기반으로 하는데 방만경영 논란이 일고 지역민 고용에 여전히 비정규직이 많다”며 “국정감사 때는 물론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