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00억 소멸…지방 살림에 주름살
지난해 지방세 체납자수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 그 액수만 무려 4조 165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국세청 건물. 일요신문DB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행정자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세 체납자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 그 액수만 무려 4조 165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소멸된 체납액만 4조 3152억 원이었다. 매년 8000억 이상의 지방세가 공중분해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액체납자의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0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국적으로 1만 3043명이었다. 이들의 체납액은 1조 6415억 원으로, 전체 체납총액의 40%에 육박했다. 또 1억 원 이상 고액체납액도 불과 1년 새 6953억 원에서 1조 1495억 원으로 65% 증가했다.
김태호 한국지방세연구원 본부장은 “세금 부과 규모가 늘어나면 체납액도 그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 취득세 증세액이 늘어났고, 비과세 감면 축소에 따라 지방세 세입이 늘어난 상태다. 또한 부과가치세가 2013년 5%에서 현재는 11%로 증가한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2015년 기준으로 3000만 원 이상 체납자 현황 분석 결과, 지역별로는 서울이 7519억 원으로 고액체납액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론 인천 2797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인천의 경우 1억 원 이상 체납액이 전년도 대비 (278억 원) 무려 9배나 폭증한 2588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자회사인 DCRE(동약화학부동산개발)가 제기한 1700억 원대 지방세 부과 취소 행정 소송 중에 있다. 이 건이 포함되는 바람에 졸지에 금액이 높아진 것이다. 세금 소송에서 지면 부과가 취소돼 체납액에서 해당 금액이 빠지는 것이고, 소송에서 이기면 지방세를 받아낼 수 있다. 현재 상고심 진행 중이다”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지방세 체납 문제가 계속되자 지자체는 징수를 강화하기 위해 명단 공개, 출국 금지, 관허 사업 제한 등 각종 행정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납 규모는 물론 고액체납자들의 고의적 회피는 계속 늘고 있다. 30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 가운데 월 소득 500만 원 이상의 체납자 수가 2014년 179명에서 2015년 363명으로 증가했다.
3000만 원 이상 고액체납자 가운데 고가의 외제차 소유주도 눈에 띄었다. BMW, 벤츠, 아우디 등 고가의 외제차를 소유한 고액체납자가 2016년 8월 기준 407명이었다. 국외 도주 우려가 있는 고액체납자들의 출국금지 건수도 2014년 426건에서 2015년 79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실상 고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 3년 이상 고액체납자는 총 7468명. 체납액은 무려 9925억에 이르렀다.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이를 회피하는 고액체납자들의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이 확인된 것이다. 앞서의 김 본부장은 “고액 체납은 경기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고액 체납은 주로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경기가 안 좋으면 부도가 나는 등 바로 체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남춘 의원은 “지자체 노력과 달리, 지방세 체납 규모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어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액체납자들의 도덕적 해이마저 심각한 상황으로 성실 납세자들의 박탈감이 커지지 않도록 강도 높은 체납 징수 노력과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세탁기·안경지갑·장롱 속…거액 숨기는 곳 가지가지’ 국세청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 사례 국세청은 9월 8일 고액체납자에 대한 재산 추적 조사 강화로 올해 상반기 총 8615억 원 체납 세금을 징수하거나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 사례를 공개했다. 강남구 소재 고급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골프장 운영 업체 대표 A 씨는 20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뒤 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고가 아파트에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사전 현장 탐문 등을 통해 치밀한 준비를 거친 뒤 주거지 수색을 실시했다. 그 결과 백남준 작가의 4억 원대 비디오 아트 작품, 김중만 작가의 사진 작품 및 고가의 가방 등을 다수 압류했다. 사채업자 B 씨는 세무조사 뒤 증여세 50억 원을 고지받고도 이를 내지 않고 부인 명의의 고급 빌라에 거주하는 등 호화 생활을 영위했다. 수색 당시 B 씨 부인은 남편과 별거 중이라는 이유로 문을 쉽사리 열어주지 않았다. 어렵사리 안으로 들어가 수색을 시작하자 화장실 물통 아래 숨긴 수표와 현금 2200만 원, 세탁기 속에 숨긴 10억 원 상당의 채권 서류를 확보할 수 있었다. C 씨는 강남에 있는 여관 건물을 양도한 뒤 20억 원가량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정보 조회를 통해 C 씨가 거액의 수표를 전액 인출한 사실을 알아냈다. 요양원에 위장 입원 중이던 C 씨를 수색한 결과 조끼 주머니에 있던 안경 지갑에서 4억 원 상당의 수표 및 금목걸이를 발견하고 압류했다. 이 밖에도 장롱 속에 현금을 숨겨두었거나 부동산 신탁을 이용해 납부를 회피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김현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부동산 허위 양도, 신탁계약 등을 활용한 지능적 재산 은닉 행위에 대해선 현장 추적 및 민사 소송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겠다. 또한 고의적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체납자에 대해서도 형사 고발 등 엄정 대응 하겠다”고 말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