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안 들으면 진짜 ‘골칫거리’
▲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신경과 | ||
두통으로 고생하는 이들 중에는 ‘혹시 뇌종양 같은 심각한 병이 생긴 건 아닐까’싶어 지레 걱정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별것 아닌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두통의 원인은 모두 300여 가지로 다양하다. 이들 중에는 중대질병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아주 하찮은 이유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충 적당히 치료하거나 넘어가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두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말한다. 두통의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는 1차성 두통,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2차성 두통이라고 한다.
이 중 2차성 두통은 뇌종양, 뇌출혈 등 뇌의 이상뿐 아니라 열, 약물 등 뚜렷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두통이다. 2차성은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치료가 안 되고 때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1차성 두통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만성적으로 나타나서 괴롭기 짝이 없다. 1차성 두통은 만성 반복적인 편두통, 만성 지속적인 긴장성 두통, 군집성으로 나타나는 군발두통 등 세 가지가 있다.
편두통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이 맥박이 뛰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아프고, 이러한 증상이 4~72시간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주로 머리의 어느 한쪽에서 나타나고 움직이면 두통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구역질이나 구토를 하거나 빛, 소리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대개 조용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가만히 누워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성격상 강박적이고 결벽증이 있는 사람에게 편두통이 흔하다. 심리적인 긴장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자율신경계에 스트레스를 주어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사춘기나 결혼, 직업 전환, 퇴직 등 생활의 변화가 큰 시기에도 편두통이 생기기 쉽다.
평소 편두통이 있는 경우에는 두통의 횟수나 증상,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나름대로 기록하는 ‘두통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스스로 체크해서 편두통이 1개월에 3∼4회 이상 나타나거나 횟수가 1개월에 1∼2회이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단계의 편두통이라면 예방적 차원에서 약물치료를 한다. 보통 3~6개월마다 확인해서 편두통 횟수가 줄어드는지 증상이 가벼워지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것이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의 설명.
약물치료를 할 때는 급성기일 때는 진통제나 항구토제, 트립단제 등의 약물을 주로 처방하고, 예방적 치료라면 베타차단제나 항우울제, 항간질약, 칼슘통로차단제 등을 쓴다.
편두통이 있을 때는 휴식이나 숙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약은 두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머리 한쪽 부분만 아프다고 모두 편두통은 아니다. 오건세 교수는“편두통도 원인이 다양한 만큼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긴장성 두통
1차성 두통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두통이다. 전체 인구의 약 30~78%는 일생에 한 번은 이러한 형태의 두통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긴장성 두통은 보통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에 의해 유발된다.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에 갈등이 많은 사람, 불안이나 초조·우울·욕구불만 등이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대개 양쪽 머리에 나타나며 머리가 무겁거나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고 오전보다는 오후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편두통과는 달리 움직인다고 해서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히 움직여서 기분을 전환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긴장성 두통을 치료할 때는 항우울제나 근육이완제 등의 약물요법, 정신지지요법 등을 많이 사용한다.
군발두통
극심한 두통이 일정기간 나타나는 두통이다. 한쪽 눈 주위나 이마 옆쪽 부위에 심한 통증이 15~180분 정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결막이 충혈되고 눈물, 코막힘, 콧물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앞이마와 얼굴에 땀이 나거나 눈꺼풀이 쳐지고 동공 수축, 눈꺼풀 부종 등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군발두통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편두통과 마찬가지로 급성기 치료와 예방적 치료로 구분해서 치료한다. 급성기 치료일 때는 트립탄제, 산소, 국소 마취 등이 주로 사용되고 예방적 치료라면 칼슘통로차단제, 리튬, 스테로이드, 항간질제 등의 약물을 처방한다.
군발두통의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음주나 피로, 스트레스 등이 두통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두통이 잦거나 치료를 받는데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식습관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특정 질환이나 스트레스만큼이나 흔한 두통의 원인이 바로 식품이다.
두통을 줄이려면 적은 양이더라도 아침식사는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은 서서히 소화되어 온종일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므로 아침에 생선이나 고기로 조리한 반찬을 먹는 것이 좋다.
반면 저녁식사를 많이 먹는 사람은 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잘 아프면 취침 전에 가볍게 음식을 먹고 자는 것은 괜찮다. 특히 일찍 저녁식사를 하거나 적은 양의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잠자는 중에 혈당이 두통을 일으킬 정도로 많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우유 1잔이나 치즈 1~2장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조금 먹으면 좋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깊은 잠을 잘 수 없고, 소화기관 쪽으로 혈액이 몰려서 오히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또 지방 섭취량은 줄이고 섬유질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영국의 보고에 의하면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고섬유 저지방 식사습관으로 바꿨더니 75%의 환자에서 편두통의 발작횟수와 강도가 감소했다고 한다.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내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당대사를 방해하지만 섬유질은 혈당치를 안정시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커피의 양을 줄이는 것이 두통 해소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몸속에 들어가면 뇌 표면의 혈관이 수축됐다가 카페인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혈관이 확장돼 두통을 유발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하루에 2~3잔의 커피를 마시면 혈관이 수축해 두통을 경감시키지만 4잔 이상으로 많이 마시면 오히려 혈관이 확장돼 두통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만약 커피를 많이, 자주 마시는 사람이 갑자기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면 수축된 혈관이 반동적으로 확장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이럴 때 커피를 다시 마시면 머리가 덜 아프다가 이후에는 다시 카페인 금단성 두통을 보이게 된다. 때문에 커피의 양과 횟수를 서서히 줄이는 것이 좋다. 양은 하루에 2잔 이하가 적당하다.
참고로 카페인은 커피 외에도 홍차나 코코아, 콜라, 사이다, 드링크 등에도 들어 있으므로 이런 차나 음료의 섭취량도 줄이는 것이 좋다.
카페인 외에 아질산염, 아스파탐, 아민, MSG 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 식품도 두통을 만들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얼음처럼 찬 음식을 먹을 때 머리나 눈 뒤쪽, 관자놀이 등이 띵해지는 ‘아이스크림 두통’을 느낄 때는 찬 음식을 급하게 먹지 않는다.
또 잘못된 자세도 두통을 만들 수 있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의자 끝에만 걸터앉는 경우, 목을 모니터 앞으로 빼고 앉는 자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자세를 오래 취하면 몸의 균형이 깨져 뇌의 불균형을 부르고, 결국 두통이 생기기 쉽다. 다른 일을 하면서 무심코 한쪽 어깨에 전화기를 대고 통화를 하는 습관도 삼가는 것이 좋다.
난방을 하는 계절이라면 사무실이나 집안 등 실내환기를 잘 시키도록 한다. 밀폐된 공간의 공기가 탁해지면 신선한 산소가 뇌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두통을 느낄 수 있다.
병원에 가야하는 두통
점점 심해질 땐 뇌질환 의심
다음과 같은 두통을 보일 때는 가능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만약 조금이라도 뇌질환이 의심되면 CT나 MRI검사가 필수적이다.
△ 새로운 형태의 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된다.
△ 두통이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점차 심해진다.
△ 일반 진통제를 여러 번 복용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 과로나 긴장, 기침, 용변, 성행위 후에 두통이 있다.
△ 50세 이후에 처음으로 두통이 생겼다.
△ 구역질과 구토 증상이 동반되고 구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 열이 나고 목이 뻣뻣하며 전신의 무기력, 근육통, 관절통 등이 있다.
△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자꾸 졸리고 잠이 온다.
△ 과거에 경련을 했던 적이 있거나 머리를 다친 후 두통이 생겼다.
자료 제공/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