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든 빵이든 굶지 말고 먹자
▲ 가능하면 자신의 업무나 활동량 등을 고려해 칼로리가 부족하지 않고 영양이 고루 들어 있는 메뉴를 고르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 ||
그렇다면 어떤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이왕 먹을 것이라면 대충 배만 채우기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아침식사를 준비해 보자. 음주나 흡연 여부, 스트레스를 잘 받는지, 또는 추위를 잘 타는지 등에 따라 아침식사를 조금씩 다르게 준비하고, 여기에 자신의 나이까지 고려한다면 내 몸에 꼭 맞는 아침식사가 될 것이다.
아침 시간이 바쁘다면 굳이 밥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죽이나 빵, 물에 타마시기만 하면 되는 생식 또는 선식 등 먹어서 속이 편한 것이면 무난하다.
“가능하면 자신의 업무나 활동량 등을 고려해서 칼로리가 부족하지 않으면서 영양이 고루 들어 있는 메뉴를 고르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는 것이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의 조언이다.
예를 들어 오전에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토스트 한 쪽만 먹어도 좋은데 치즈 한 장과 요구르트 한 개, 삶은 달걀 한 개, 채소·과일샐러드 등을 함께 먹는다면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삶은 달걀이나 샐러드 등은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 놓으면 아침시간이 여유롭다.
밥을 먹을 때는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생선이나 고기, 두부반찬을 곁들여야 한다. 단백질은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체내에 저장이 안 되므로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매일 적당량을 섭취해야 한다. 하루 권장 단백질은 50~60g으로 두부 한 모, 꽁치 두 마리에 해당된다.
가끔 아침부터 기름진 고기 등으로 과다한 지방을 섭취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소화가 어렵고 칼로리가 과잉 공급되기 쉽다.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한다고 해도 부족한 영양소가 많으면 애써 아침을 챙겨먹는 의미가 없으므로 칼로리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팁 하나. 아침에 입맛이 깔깔해 아침식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전날 저녁식사를 가볍게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보자. 저녁을 적게 먹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진다. 하지만 보통은 저녁식사를 조금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식사가 잘 넘어갈 리 없다.
아침시간이 바쁜 직장인들 중에는 과음을 하면 다음날 아침은 속이 불편하고 머리가 아파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술이 위의 점막을 자극한 상태에서 식사를 거르는 일이 반복되면 위가 헐기 쉽다.
이럴 때는 따뜻한 북어국이나 콩나물국으로 숙취를 해소하거나 쇠고기죽, 전복죽 등의 영양죽으로 불편한 속을 달래주어야 한다.
흡연자라면 다른 식사도 마찬가지지만 아침식사를 통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채소, 과일을 적어도 세 가지는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브로콜리나 양배추, 순무, 콜리플라워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자주 먹으면 담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담배부터 피우는 습관은 빨리 버리는 게 좋다. 흡연과 공복, 과음, 과로, 스트레스 등의 요인과 만나면 상승작용을 해서 궤양이 생기기 쉽다.
금연 중인 사람은 흰쌀밥보다는 현미, 잡곡밥 등이 낫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가능한 많이 먹는다. 식사 후에는 밖으로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흡연 욕구가 줄어든다. 흡연 욕구를 부추기는 맵고 짠 음식, 알코올 성분의 음식, 커피 등은 삼간다.
평소 일이나 대인관계 등으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면서 명치 끝이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으로, 이런 사람들은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수면과 기상 시간도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아침식사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어서 소화가 잘 된다.
정주화 원장은 “스트레스성 위장병이 있을 때는 아침식사의 양은 조금 부족한 듯한 정도가 적당하다. 아침을 포함한 하루 세 끼의 식사량을 줄이고 대신 간식을 한두 번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연근이나 마 쑥갓 호박 당근 양파 견과류 등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큰 식품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 토마토 등이 좋고 대추차나 결명자차, 감잎차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요즘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면서 추위를 잘 타는 사람들은 아침 출근길이면 벌써 속까지 추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침식사를 하면 체온을 높일 수 있다. 기상 후 머리가 멍하고 나른한 것도 자는 동안 낮아진 체온 때문으로, 활력 있는 하루를 시작하려면 먼저 체온을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아침식사. 식사를 통해 섭취한 음식이 위와 장에서 소화 흡수돼 열을 내면 몸이 더워진다.
때문에 추위에 약한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한다. 아침식사를 할 때는 가장 많은 열량을 내는 지방을 적당량 섭취하고 단백질도 그에 맞춰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방이 체내에서 완전히 이용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비타민 섭취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에 많은 비타민 C는 피부조직의 저항력을 높이고 추위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 또 콩이나 참깨 들깨 땅콩 식물성기름 등에 많은 비타민 E는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도와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막고 감기 예방에는 동물의 간이나 달걀노른자, 치즈, 녹황색 채소처럼 비타민 A가 풍부한 식품을 많이 먹으면 효과가 있다.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아침을 거르면 손해가 막심하다. 요즘 어린이들이 예전보다 키나 몸무게 등 체격은 나아졌지만 체력이나 건강상태가 오히려 나빠진 것은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고 아침을 거르는 등의 불규칙한 식습관이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성장기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영양을 고루 섭취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반드시 아침식사를 하되 다섯 가지 식품군이 고루 들어간 식사가 좋다.
아침식사를 하면 뇌의 기능이 활발해져 학습능력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아침식사를 하는 어린이와 하지 않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식사를 하는 어린이가 학습능력과 체력이 더 뛰어나고 불안, 공격성, 문제 행동 등은 적었다고 한다.
집중력을 높이는 데는 달걀프라이나 설탕을 넣은 빵같이 빠르게 혈당을 높이는 음식보다는 밥과 국, 나물, 생선구이 등으로 준비하는 한식이 낫다.
습관적으로 아침을 굶는 아이라면 주먹밥이나 샌드위치처럼 간단한 아침도시락을 싸주면 좋다. 아침을 굶고 학교에서 과자,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사먹는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열량은 넘치면서 비타민, 미네랄 등은 거의 섭취하지 못한다.
체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기본 체력을 유지시켜 주는 아침식사를 ‘조금이라도 골고루’ 꼭 하는 습관을 들인다. 노화로 인해 소화액이 적게 분비되고 위장관 운동이 약해져 생리적으로 식욕이 줄어드는 만큼 가족들이 식사를 잘 챙겨주도록 한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신체 활동량과 근육량이 감소해 에너지 섭취량이 줄기 마련이다. 하지만 섭취량이 줄어들수록 영양이 결핍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열량 섭취가 충분해도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다른 필수영양소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이런 영양 불균형이 있으면 질병에 걸리기 쉽다.
때문에 입맛이 없더라도 아침식사를 해서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아연이나 철분,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선한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고 육류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율한의원 정주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