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 위스키 도수 낮추고 캔 패키지 제품 선보여…하이트진로 ‘소주 세계화’ 전략
주류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까닭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주류시장에서 해외주류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맥주 부문에서 국내 업체들은 수입 맥주의 공세에 점점 밀리고 있다.
주류업계가 해외맥주에 공세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 다양화, 해외시장 진출 모색 등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국내 주류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데는 이처럼 맥주 부문의 부진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국산 맥주가 단기간에 예전의 시장점유율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갈수록 수입 맥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EU와 FTA 체결로 수입협정세율이 2018년 중 모두 0%가 된다”며 “향후 국내 주류시장은 수입 맥주 확대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주류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가 하면,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주류업체들이 변화를 모색하는 까닭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이 적지 않다. 주류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이 하반기 주류업계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고가의 위스키와 와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위스키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던 것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유흥채널 매출이 감소하면 위스키 매출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스키업계는 김영란법을 앞두고 변화를 모색 중이다. 위스키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는 소용량 패키지 제품 출시와 유통채널 다각화 전략을 전개할 예정이다. 업계 2위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위스키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마냥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상품개발 등 전략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 습관 변화도 주류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다. 1인 가구 증가하면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혼술) 주점이 아닌 집에서 술을 마시는(홈술) 사람이 늘었다. 최근 20대 사이에서 ‘혼술·홈술’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대학내일연구소가 2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대는 음주 3번 중 1번은 혼술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혼술을 즐기는 장소로 87.2%가 집을 꼽았다.
주류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주류시장의 매출을 유흥 시장과 가정용 시장 비율 6 대 4 정도로 추산한다. 하지만 소비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주류업계는 가정용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가정용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젊은 층·혼술·홈술’에 집중했다. 젊은 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위스키 도수를 낮추고, 캔 패키지용 상품을 선보이는 등 변화를 꾀했다. 탄산주 제품군도 확대했다. 지난해 반짝 흥행했던 순하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실적 부진을 새로운 제품으로 타개해 보겠다는 의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주류업계에 부정적인 변수가 많다”며 “신제품을 출시해 상품군을 늘리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올 초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하노이에 법인을 세우고 동남아 시장을 거점으로 ‘소주 세계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하이트진로는 동남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면 글로벌 소주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진출 등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해외사업 강화에 성공할지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국내 맥주 판매가 부진한 데다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재무적 부담 때문에 해외사업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지주사 부채율이 상당히 낮은데 재무구조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과한 부분이 있다”며 “동남아 진출도 초기 단계라 마케팅 집행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주류업체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