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그대, 하루 한 번 유머 말해봐
‘심신일체(心身一切)’라는 말이 있듯 우리의 몸과 마음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몸에 질병이 생기면 마음까지 활력을 잃고 우울해지는 것도 그렇고, 우울증 같은 마음의 문제로 소화가 되지 않거나 두통, 현기증 등이 나타나는 것은 그러한 예다.
이처럼 성격과 건강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건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극복해 남들보다 질병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질병이 찾아오더라도 빨리 극복할 수 있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성격일 때는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도“성격이 건강 상태에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는 ‘A형 성격’(혈액형 A형과는 관계없음)이라고 해서 급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뇌졸중 같은 순환기 장애가 잘 생기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A형 성격’은 공격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남성들에게 특히 많은 편이다.
반대로 내성적이고 지나치게 강박적, 완벽주의인 성격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 신경성 질환이 생기기 쉽다.
냉소적 성격이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부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미시간 대학의 날리니 란지트 박사는 “냉소적 성격은 심혈관질환과 관련된 세 가지 염증표지 단백질의 혈중 수치를 크게 증가시킨다”며 “이것은 심장마비,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발표했다.
냉소적 성격이 어떻게 염증표지 단백질의 혈중수치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냉소적인 성격 때문에 흡연 등 건강을 해치는 생활습관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결국 고혈압이나 복부비만,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이 찾아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일수록 폐기능이 빨리 노화된다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670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약 8년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급하고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의 소유자들은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폐 기능 감소 현상이 심했다. 만성적인 분노와 적개심이 심한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신경, 호르몬 시스템 등에 나쁜 영향을 주어 호흡기가 손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성격은 간접적으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가슴통증이나 어지럼증 등 건강의 적신호가 되는 증상이 있을 때 성격에 따라 제때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해 병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성격, 건강하지 못한 성격은 어떤 것일까.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갖고 있고, 남들에게 ‘성격이 참 좋다’는 말을 듣는 사람도 한두 가지는 마음에 안 드는 면이 있기 마련이라 특정인의 성격에 대해서 ‘이것이 건강한 성격’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 드라마의 한 장면. | ||
자신이 건강한 성격인지 궁금하다면 “평소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그러면서도 마음속에 쌓아두는 것 없이 편안하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 유제춘 교수의 조언이다.
보통 긍정적이면서도 무사태평하지 않으면 원만한 성격으로 본다. 장수노인들의 건강비결로도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긍정적인 성격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소한 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긍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스트레스를 빨리 해소하지 못하고 쌓아두는 경우에는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지속돼 면역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암 같은 심각한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발병 전에 지나치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건강한 성격은 자신의 생각만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의견이나 가치관, 성격을 이해하는 폭이 넓기 때문에 갈등이 적은 편이다. 또 상대의 단점만 찾기보다는 장점을 함께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대와 갈등을 느끼는 요소가 있어도 빨리 타협점을 찾고, 용서가 쉽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