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협치 끝” 강한 반발···국민의당 찬성 선회
새누리당 불참 속 野 3당 표결처리···박근혜 대통령 수용 미지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일요신문] 국회가 김재수 농림수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수용여부만이 남은 상태다.
23일 여야는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놓고 종일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을 보였다. 결국 자정을 넘겨 24일 여당인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 3당이 표결 처리했다. 당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통해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자율투표방식으로 당론을 정했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를 ‘비방·폭로’로 규정하고, 이날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전격 해임하자 표결 찬성 쪽으로 기울어졌다.
무엇보다 여당이 초유의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자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본회의에선 국무위원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를 요구하는 새누리당과 이를 해임건의안 처리 지연 의도라고 여겨 거부한 정세균 의장 간에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논란도 벌어졌다. 정진석 의원은 의사가 반영되지 않자 정 의장을 향해 의회 독재라고 비난을 퍼부었으며, 정 의장도 새누리당 탓이라며, 맞섰다. 일부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식사 핑계로 국무위원들의 ‘필리밥스터’을 하려는 것이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답변 시간에 제한이 없는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최대한 들어주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지만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지는 못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앞둔 국회 본회의장
이날 본회의는 오전 10시 소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회의가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오후 2시 30분 시작된 데다 해임건의안 표결 일정이 이날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 이후로 잡히면서 해임건의안 상정이 늦어졌다. 대정부 질문 진행 시간도 10시간을 넘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자정 넘어 24일 0시 18분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뒤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 단상으로 몰려가 강력 반발하다가 정 의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전원 퇴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낯선 “여소야대” 풍경이 연출된 장면이다.
이제 최종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 손에 있다. 김 장관의 후보 인사청문회 전부터 수차례 자진사퇴를 요구하던 야권이 공공연히 해임안을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를 무시하고 인사단행을 고집한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소야대’의 힘.국회본회의장에서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놓고 야당 의원들이 협의하고 있는 모습.
한편, 제헌 국회 이후 20대 국회까지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은 총 80건 제출됐다. 실제로 의결된 건 5차례로 일단 의결된 이상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행 헌법(1987년 개정)에서 해임 건의안 가결에 따른 강제 해임 규정이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개정 뒤 두 차례의 해임건의안 의결에 모두 스스로 자리를 물러났다.
가장 최근에 해임 건의안 가결로 물러난 건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 관련 책임을 물어 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고, 청와대가 만류했지만 김 장관은 스스로 자리를 물러났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