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찍게 하는 ‘꽃뱀’도 경계해야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터라 정준영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려 한다. 과연 동영상이 정말 몰카였는지 여부다. 문제의 동영상이 합의 하에 촬영된 것이 아닌 몰래 촬영한 것이라면 그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의 범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진 촬영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배포 판매 임대 등을 하지 않았을지라도 촬영 자체가 불법인 것. 또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 촬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배포, 판매, 임대하는 경우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상대방 몰래 촬영한 몰카는 그 자체로 성범죄다.
정준영 사태를 계기로 남자 연예인들 사이에 몰카 관련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 DB
요즘 이런 몰카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몰카를 촬영하는 경우부터 화장실 몰카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거나 옷을 벗고 있는 모습 등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다. 요즘 워낙 연인들이 합의 하에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긴 하지만 촬영 사실을 숨긴 채 몰래 그런 장면을 촬영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이런 경우 몰래 촬영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문제는 배포, 판매, 임대 등의 유출 행위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런 몰카를 촬영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일부 남자 연예인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유명 방송인 A 씨의 이야기다.
“친분 있는 젊은 연예인들이랑 얘기하다보면 그런 얘기가 종종 나온다. 뭐 다들 젊은 남자들이니 이런 저런 여자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와중에 몰카를 찍었다는 얘길 자랑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니 어느 정도 부풀려져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 그런 걸 찍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이들 중에도 매번 그런 걸 찍어 수집하는 애들이 있다. 스마트폰이라도 분실하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것이다. 아예 찍자마자 외장하드로 옮기고 스마트폰에선 바로 지워야 한다고 충고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90년대 연예계에 떠돌던 소문 가운데 웃지 못 할 비화가 하나 있다. 어느 여자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됐다는 내용의 소문인데 그 과정이 기가 막힌다. 당시 베타 비디오테이프로 성관계 동영상을 찍었는데 나중에 그 비디오를 다시 보다가 비디오 플레이어가 고장났다. 그래서 비디오 플레이어의 수리를 맡겼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복제돼 외부로 흘러 나갔다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사실 여부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개연성은 충분한 얘기다. 스마트폰의 경우 더 간단하다. 비디오 플레이어는 집에 있는 물건으로 수리 등을 위해 외부에 맡기는 경우만 조심하면 되지만 스마트폰은 분실하면 끝이다. 만약 분실한 스마트폰 안에 뭔가 감춰야 할 게 담겨 있다면 바로 유출될 수 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여자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 유출 사건은 해당 연예인이 피해자로 정리됐다. 그런데 남자 연예인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되고 그게 몰카로 밝혀질 경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분명 은밀한 사생활이 유출됐다는 부분에선 남자 연예인도 똑같은 피해자지만 불법적으로 몰카를 찍었다는 부분에선 가해자로 처벌이 불가피해진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를 악용하는 꽃뱀이다. 남자 연예인들과 두루 친분이 좋은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미 박유천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이런 위험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친분 있는 남자 연예인들을 만날 때마다 몰카의 위험성을 언급하곤 했다고 한다. 그가 들려준 얘기다.
“몰카인지 아닌지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 상대 여자가 찍어도 된다고 말해서 그랬을지라도 기기를 남자만 만지고 여자는 모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몰카인지 합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몰카의 경우 찍었다는 행위 자체로 남자가 절대 불리하다. 성관계는 그 자체가 불법이 아닌 만큼 오해만 풀면 되지만 몰카는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접근해 남자가 동영상을 찍도록 유도한 뒤 자기는 몰랐다고 몰카를 찍었다고 주장하며 고소를 운운하면 남자 연예인 입장에선 달라는 만큼 합의금을 주고 상황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상황이 되면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행여 문제의 동영상이 유출될 수도 있어 무조건 상대방이 원하는 걸 다 해줘야 한다. 친고죄 폐지로 꽃뱀의 활동 영역이 크게 줄어들었고 성폭행으로 남자 연예인을 고소했다가 되레 무고죄로 처벌받는 여성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몰카’는 남자 연예인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영역이다. 이런 얘기를 친한 남자 연예인들을 만날 때마다 해주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