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안군청 앞은 바리케이드와 함께 전경들이 지키고 있다. | ||
김 군수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코뼈가 부러져 성형수술을 막 했고, 뇌에 충격이 많이 가해졌기 때문에 대화는 곤란하다. 다른 몸 상태는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양해를 구할 때에도 김 군수는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질문에 대해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어 죄송하다”며 비서를 통한 서면 인터뷰를 대신하자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병원 앞에서 만난 한 전주 시민은 “아무리 몹쓸 짓을 했더라도 자기들 손으로 뽑은 군수를 어떻게 저 정도로까지 폭행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군수 폭행 사건의 전말과 배경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이웃의 전주 지역이지만 부안군의 문제인 만큼 관심 밖이라는 투였다.
이번 김 군수 폭행 사태에 대해서는 부안군 현지에서도 일부 비판적인 시선이 묻어 나왔다. 40대 초반의 한 주민은 “군수를 향해 폭행을 가한 것은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나 진배 없다. 그동안 우리 주민들이 평화 시위를 하는 모습을 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참 많이 참으면서 노력했는데, 이번 일로 부안군의 이미지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고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안군의 분위기는 격앙되어 있었다. 군청 앞 슈퍼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던 40대 후반의 한 주민은 “이제 김 군수는 여기 부안서는 군수 노릇하기 틀렸다. 그 사람이 물러나야 일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김 군수보다 사실 더 나쁜 놈은 강현욱 도지사야. 그 자가 먼저 물러나야 해”라고 소리쳤고, 그러자 다른 이들은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물러나야지”라고 맞받았다. 연일 집회가 열리는 부안읍 수협앞 광장에서 만난 50대의 한 여성은 “군수는 코뼈 좀 다쳤다고 연일 뉴스에 내보내고, 우리 주민들은 여기서 전경들한테 맞아서 허리를 다치고 팔이 부러져 나가도 신문 방송에는 단 한 자도 안 내보낸다”며 취재진을 향해 원망했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한다는 50대 후반의 한 주민은 “김 군수가 폭행당한 것도 음모가 있다. 일부러 폭행을 유발했다고 하더라. 그렇지 않고서는 미리 피하라고 일러줬음에도 뻔뻔하게 고개 뻣뻣이 쳐들고 그래도 끝까지 자기가 잘했다며 시위 군중 앞을 헤치고 지나갈 생각을 했겠는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지금 부안의 분위기를 볼 때 김 군수가 누워있는 전주의 병원은 마치 하나의 ‘정치적 망명지’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