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에 대한 수사는 지난 82년 귀순했다가 97년 피살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의 제보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정보위 국감에 참석했던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측이 “이씨에게서 ‘우리(북한) 쪽에서 김철수란 가명으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독 동포가 있다. 주의해 살펴보라’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시작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형근 의원은 지난 10월3일 한 인터뷰에서 “국정원에 따르면 송씨가 북한에 가 김일성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했는데 김일성이 ‘김철수’ 하니까 벌떡 일어나 ‘예’하며 일어서는 걸 본 증인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송 교수의 과거 행적을 밝히는 데는 지난 90년대 후반에 입수한 송 교수 관련 북한 정보기관의 내부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송 교수 자신과 북한의 최고 간부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송 교수가 1980년대 북한에 입국해 김일성 주석에게 충성심을 보여준 ‘썩은 감자국수 사건’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송 교수가 북한에 입국하기 직전 북한에서는 ‘빨치산 항일투쟁’ 당시 식량난을 겪던 김 주석이 버려진 썩은 감자를 말려 국수로 만들어 먹은 것을 본받아 ‘썩은 감자로 만든 국수 먹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북한에 입국해 이 운동에 대해 뒤늦게 들은 송 교수는 썩은 감자로 만든 국수를 직접 먹으며 “김일성 주석 같은 민족의 애국자가 어디 있느냐”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그 뒤 송 교수는 94년 김일성 장례식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손을 잡고 통곡했던 적이 있다. 또한 이 자료에는 송 교수가 유럽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비밀리에 만난 시간과 장소, 상세한 대화 내용 등도 담겨 있다고 한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정원은 송 교수가 주 타깃이 된 뒤부터 수백억원을 들여가며 그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왔다. 그런데 송 교수는 이런 국정원의 정보능력을 우습게 본 것 같다. 자신의 좋은 머리로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런데 와서 조사를 받아보니까 자료가 너무나 정확해 꼼짝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자백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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