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2000년 초 어느 식당에서 시작됐다. 한창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비는 음악 관계자들의 식사 자리에 합석했다. 이 자리에서 비가 가수지망생이란 얘기를 들은 박진영은 즉석해서 오디션을 제안했다.
JYP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긴 비는 박진영 앞에서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온갖 춤을 선보이며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곧이어 박진영의 ‘자신의 춤을 따라해 보라’는 지시에 또 한 시간 동안 춤을 따라 췄다. 한 달이 지난 뒤 박진영에게서 “오디션 비디오(오디션용으로 춤과 노래를 녹화한 비디오)를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거의 포기상태였던 비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비디오를 보냈고 일주일 뒤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다시 만난 박진영은 비에게 R. Kelly의 노래를 불러보라고 시켰다. 이날 같은 노래를 수백 번 부른 비는 다시 일주일 뒤 네 번째 오디션을 치른 뒤에야 “함께 음반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당장 음반을 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매번 벽에 부딪쳤고 연습을 통해 그 벽을 허물어야 했다. 박진영의 계속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데뷔가 가능했던 것. 바로 박진영의 혹독한 수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박진영이 비에게 가장 강조한 내용은 지식인이 되라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를 위해 박진영은 책과 신문을 읽고 요약해서 제출하는 숙제까지 내줬을 정도. 대학 진학을 조건으로 내건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였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