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연패한 후 단장님과 감독님을 모시고 술을 한잔 하러 갔어요. 술집에 앉자마자 감독님이 소주와 맥주잔을 주문하시더니 그 큰 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서는 원샷하라고 주시더라구요. 모두 7잔을 똑같이 마셨는데 글쎄 감독님이 술에 취하시는 거예요. 처음 봤어요. 감독님 술 취하시는 모습을.”
90년 해태에서의 일화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과 맞붙어 3연패를 한 다음 숙소로 돌아온 김 감독은 선수들을 모두 술집으로 집합시켰다. 그때는 맥주잔에 양주를 가득 부어 술잔을 돌렸고 김 감독은 그 많은 선수들이 따라주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전부 마셨다. 그 집 술이 떨어지고 옆집에서 빌려온 술까지 바닥이 나자 자리를 털고 일어선 김 감독, 그가 찾아간 곳은 자신의 방이 아니었다. 곧바로 당시 투수였던 선동열 코치의 방문을 노크한 다음 그곳에 숨겨 놓은 맥주 2박스를 몽땅 비우고 그 방을 나섰다는 것.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어도 몸을 꼿꼿이 가누신 분이 맥주잔에 채운 소주 7잔에 취기를 드러내자 마음이 불편해진 모양이다. 선 코치는 그때 처음으로 감독님의 연세가 가늠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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