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스포츠서울 | ||
그 대선자금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불과 5개월. 이번에는 전 한솔그룹 부회장인 조동만 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의 정치자금 제공 문제가 다시 몰아치고 있다.
조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게 20억원의 돈을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게 발단이었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그러하듯, 이 사건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른 혐의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칭 ‘조동만게이트’라고 불려질 만큼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은 처음 불거진 게 아니었다. 지난 정권에서도 조동만 회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뇌물공여 혐의와 탈세혐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현철씨와의 돈거래 문제로 걸려들어 정권 때마다 검찰의 수사를 받는 진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
어쨌든 정·재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조동만게이트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불똥이 튈지, 아니면 현철씨와의 거래 문제 선에서 마무리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조동만 아이글로브 회장.
그는 한솔그룹 오너인 이인희 고문의 둘째 아들이다. 올해 그의 나이는 50세.
그의 원죄는 김영삼 정부 시절 최대의 이권사업 중 하나로 여겨졌던 PCS사업권을 따낸 게 시작이었다. 이 문제로 그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두고두고 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PCS 사업 허가권을 획득해 018 브랜드로 꿈의 사업이던 통신 사업에 진출했지만 경쟁에서 밀려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결국 김대중 정부 시절에 KT에 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엔 사업권 취득과정에서의 뇌물 제공 혐의로, 노무현 정부에선 매각 대금 처리문제로 검찰 수사에 올랐다.
▲ 김기섭씨, (왼쪽)김현철씨 | ||
이 의혹들은 조동만 회장에게 끊임없는 화근이 될 것이라는 ‘예고편’에 다름 아니었다. ‘설’로만 나돌던 DJ 시절에 벌어진 KT-한솔PCS의 빅딜의 뒷모습은 2004년 8월 검찰 수사 발표로 일부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지난 8월17일 한솔엠닷컴(옛 한솔PCS) 주식을 KT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적게 냈다는 국세청 고발 사건과 관련, 조동만 한솔그룹 전 부회장과 김근무 전 한솔텔레콤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한솔텔레콤 대주주로 있던 99년 4월 한솔텔레콤이 보유한 한솔엠닷컴 주식 5백88만 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주당 2백원씩 총 11억원에 인수해 6개월 뒤에 4백억원에 권리행사를 해 주식을 취득한 뒤 이듬해 주가가 급등하자 2천3백억원에 KT에 되팔아 1천9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였다.
그리고 그가 1천9백억원의 차익을 어떻게 썼는가에 대해 검찰이 손을 댔고, 그 돈이 김현철씨와 김한길씨 등 정치인들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재계를 휩쓰는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PCS 사업이 조동만 회장에겐 악연 중의 악연인 셈이다. 한솔PCS로 재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점을 생각하면 PCS 사업을 시작한 뒤부터 끝을 낼 때까지 10년 동안 조 회장은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처음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95년이다. 94년 3월에 한솔그룹은 한솔상호신용금고, 5월 영우화학, 12월 동해종금을 사들이고, 95년 들어서는 2월에 한솔창투를, 4월에 한국마벨을, 8월에는 한화통신을, 9월에는 옥소리(사운드카드제조업체)를 사들였다. 그 결과 91년 삼성과 분리된 한솔그룹은 91년의 매출 기록인 3천4백억원보다 4배 가까이 많은 1조2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대규모 신규 사업 진출에는 조동만 당시 한솔제지 신규사업담당 전무 이사가 있었다. 당시 조동만 전무는 한솔그룹의 실세였다.
모친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큰딸로 삼성에서 분리 전 호텔신라와 한솔제지,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에 연고권을 갖고 있었다. 이 고문에겐 아들 셋이 있는데, 큰아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은 고려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째인 조동만 부회장은 한솔의 IT사업을, 막내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제지부문쪽을 맡았다.
이중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솔그룹의 후계 구도는 조동만 부회장을 중심으로 짜여지는 듯했다. 그가 한솔이 삼성에서 분리된 뒤 그룹의 신규사업 기획을 도맡으면서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애초 조 부회장은 호텔신라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인희 고문이 호텔신라 경영에 큰 관심을 쏟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 그러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지난 93년 한솔제지 상무이사로 한솔 계열사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그는 94년 12월부터 한솔제지 신규사업담당 전무로 그룹 확장 전략을 담당했다.
이어 96년 6월 한솔컨소시엄이 PCS 사업권을 따내면서 그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97년 11월엔 한솔 PCS 부회장에 취임해 명실공히 한솔그룹의 간판을 제지에서 정보통신 사업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99년 12월 한솔PCS를 매각하면서 그는 점차 그룹 중심부에서 멀어졌다. PCS 사업권을 따내기 전부터 금품로비 의혹이 문제가 된 데다, 이후에는 사업권을 따낼 때 대통령이던 김영삼씨의 아들 김현철씨에 대한 로비 의혹이 불거졌고, 또 매각 뒤에는 탈세 의혹이 그를 계속 따라다닌 것.
당시 그에 대한 재계와 그룹 안팎의 평가는 후한 편이었다. 정보통신사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는 것. 정보통신쪽으로 사업확장을 위해서 그가 업계의 전문가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열성을 보였고, 정보통신 분야의 지식도 전문가 못지 않았다는 것.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영어 실력도 출중해 외국 자본 유치 협상 회의석상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열성적으로 추진했던 신규 사업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다. 한솔PCS만 매각차익을 남겼을 뿐, 건설이나 레저산업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을 뿐더러 정보통신 자회사의 경우 인수에 들인 돈만 날린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그가 ‘너무 귀가 얇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문막에 세워진 오크밸리의 경우도 그가 주도했던 사업. 현재 골프장과 콘도가 들어선 오크밸리는 본래 한솔이 제지 원료를 구하기 위해 문막 일대 3백50만 평에 대규모 인공식재를 했던 지역이다. 그는 향후 레저산업이 유망하다는 신념에서 이곳에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를 함께 짓는 사계절 휴양지를 구상했다. 하지만 오크밸리 스키장은 한솔이 자금난에 몰린 이후 아직도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 PCS 사업자 선정과 관련, 지난 99년 국회 국제통화기금 환란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동만 당시 한솔 부회장(왼쪽)과 정장호 LG텔레콤 사장. | ||
그는 직원들에게도 후한 평을 들었다고 한다. 부사장 시절만 해도 팀장급 직원들과 어울려 노래방도 가고, 신입사원의 등반대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 등 사업확장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단점은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는 점.
그는 건설업에 신규진출하는 과정에서 아랫사람을 너무 믿다가 관련 업체가 문을 닫는 등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일각에선 호텔신라 퇴직과 PCS 사업권 획득 직전까지인 92년과 96년 사이 그가 시작했던 레저 사업인 오크밸리 개발건과 건설사업의 신통치 않은 성적이 부담이 됐기에 그가 PCS 사업권 획득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기도 한다. 건설사업에서의 실패와 그가 인수를 주도했던 정보통신업체가 빈 깡통으로 드러나면서 오너십을 갖고 있던 어머니 이인희 고문의 신망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PCS 사업권을 따내면서 한솔 내에서 그의 지위를 확실히 했다. 물론 PCS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물불을 안가렸던’ 로비의 실체가 그후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그의 발목을 잡았고, 끝내 한솔그룹 내에서도 ‘퇴출’을 맞게 됐다.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조 회장은 그룹 부회장으로서 청와대 회의 등에 참석하는 등 그룹을 대표했다. 그룹 회장격인 이인희 고문이 회사 내에서 별다른 직함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그가 그룹의 간판이었던 셈.
하지만 이인희 고문은 DJ 시절 조 부회장이 김현철씨에게 했던 로비가 드러나고 2000년 한솔PCS를 매각한 뒤 한솔의 ‘대표선수’로 셋째 아들을 지목했고, 조 부회장은 몇몇 IT계열사를 갖고 한솔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한솔은 조동만 부회장의 퇴임 이후 2001년부터 그룹의 중심을 조동길 회장으로 정하고 제지사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올 들어 다시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한솔에선 “그룹과는 상관없는 조 전 부회장 개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조 전 부회장은 2000년 9월 설립한 아이글로브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임대사업을 벌이는 한편 98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장을 2대에 걸쳐 맡는 등 외견상 90년대보다는 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묵혀졌던 한솔PCS 매각 차익 사건이 재발한 것. 매각 차익에 대한 탈세 수사를 하던 검찰이 김현철씨에게 건네진 돈을 발견하면서 그는 정·관계 핫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조 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에서 현철씨에게 준 돈이 “총선을 앞두고 화끈하게 도와주는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호텔신라 출신의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이 무직이었을 때 월 4백만원씩 1년간 지원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김 전 차장이 조동만 회장이 어릴 적 가정교사 노릇을 했다는 말도 있지만, 조 회장의 지인들에 따르면 신라호텔 재직 당시 매우 친하게 지낸 것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한다.
조동만 프로필
1953년 11월17일생 (50세)
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학력
- 1973 미국 캔터버리 고등학교
- 1983 미국 웨스턴대학교대학원 / 마케팅 / 석사
연세대학교 / 법학 / 학사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뉴밀레니엄디자인
혁신과정 2기 수료
경력
- 1985 호텔신라 이사대우
전주제지 이사대우
- 한솔제지 신규사업담당 이사
- 1993.12~1994.12 한솔제지
상무이사
- 1994.12~1995.11 한솔제지
신규사업담당 전무이사
- 1995.11 한솔제지
정보통신담당 부사장
- 1996~1997.11 한솔PCS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 1997.11~1999.9 한솔PCS 부회장
- 1997.11~2002 한솔그룹
정보통신부문 부회장
- 1998.12~2000.1 제4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 1999.9~1999.12 한솔PCS
대표이사 부회장
- 2000.1~2000.7 한솔엠닷컴
대표이사 부회장
- 2000.1 제5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장(재선임)
- 2000.9 [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