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서 컴백까지의 10년. 베일에 가려진 고현정의 모습은 오직 <일요신문>을 통해서만 보도되었다. 매스컴을 피하려는 고현정과 이를 밀착 취재하려는 <일요신문> 사이에 지난 10년은 일종의 ‘전쟁’과도 같았다.
<일요신문>과 고현정의 첫 만남은 지난 97년 9월12일, 사진부 이종현 기자의 사진특종이었다.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현정. 숨을수록 소문만 양산됐다. ‘이혼설’이 처음 나돈 것도 이 시기다.
이에 고현정의 실제 결혼 생활을 단독 촬영할 계획을 세운 <일요신문>은 고현정 친정집 주변에 잠복 취재를 돌입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고현정을 만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시도는 시부모의 출근을 배웅 나온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
하지만 시부모가 승용차에 탑승하는 곳은 집안이기 때문에 배웅도 정원에서 이뤄질 뿐, 집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기회는 단 한순간, 승용차가 나오기 위해 대문을 열 때가 유일한 기회였다. 이종현 기자는 그 한순간을 놓치지 않았다(사진 1).
두 번째 특종 역시 사진이었다. 지난 99년 9월 고현정이 지인과 함께 중국요리 전문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첩보가 취재진에 입수됐다. 고현정이 학원을 찾는 요일과 시간을 확보한 사진부 임준선 기자는 학원 건너편 건물 2층에 자리를 잡고 취재에 돌입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역시 이 정보를 입수한 여성지 기자 두 명이 현장에 나타난 것. 이들은 고현정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직접 다가가 취재를 시도했지만 고현정은 이를 피해 학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학원 관계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성지 기자들이 학원으로 들어가면서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그렇게 1~2분이 지난 뒤 고현정은 여성지 기자들을 따돌리고 몰래 학원을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임 기자의 카메라에 기회가 포착됐다.
고현정은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로 도움을 요청하며 걷기 시작했고 임 기자는 길 건너편을 걸어가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사진 3). 필름 한 롤을 다 찍었을 무렵에야 임 기자를 발견한 고현정은 택시를 잡아타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지난 98년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약혼식이 끝난 뒤 호텔 로비에서 차량을 기다리던 고현정과 전 남편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사장의 모습도 <일요신문>을 통해 공개됐다. 삼성 측의 취재 불허 방침에 따라 모든 취재진이 현장을 떠났지만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던 임 기자가 호텔 로비에서 촬영에 성공한 것. 당시 고현정은 임신중이었다(사진 2).
이혼 이후 고현정에 대한 <일요신문>의 밀착 취재는 다시 시작됐다. 지난 1년 동안 고현정과 관련된 곳이라면 취재진은 단 한군데도 놓치지 않고 확인에 확인을 반복했다. 고현정을 만나기 위해 이들 부모가 다니는 사찰 부근에서 잠복 취재를 하기도 했고 때로는 고현정 부모를 따라 붙기도 했다.
이런 취재 과정을 통해 <일요신문>은 고현정의 연예계 컴백이 확정됐으며 가수 이선희의 후크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확인, 단독 보도됐다. 드라마 첫 방영이 두 달이나 남아있고 촬영 시작도 한 달여를 앞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제작발표회를 연 것 역시 <일요신문> 때문. <일요신문>을 통해 보도된 ‘컴백 확정’ 기사에 대한 다른 매체의 확인 요청이 계속되자 결국 공식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이다.
고현정은 다시 연기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컴백에 성공한 고현정’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톱스타 고현정’의 모습 등 행복한 미소 가득한 사진들만 <일요신문> 지면에 실리기를 기원한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