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 사체 2억원어치 사들여 새벽에 몰래…“종교 번영 기원 천제에 제물로 바쳤다”
한 언론사 보도내용.
이 씨가 소와 돼지 사체를 투기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13.7t 상당의 소와 돼지 사체를 16번에 걸쳐 한강에 버렸다. 소와 돼지는 각 78두, 20두였고, 이를 사들인 금액은 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강 아무개 씨(여·42), 오 아무개 씨(35) 등과 함께 천제를 지내는 과정에서 소와 돼지를 제물로 바친 것이라고 진술했다. 공범인 강 씨와 오 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충북 지역 내 도축장에서 도축된 소와 돼지를 사들인 후 칼을 이용해 소를 6등분, 돼지를 4등분 냈고 미사대교 인근 한강에 버렸다.
이들은 천제를 올리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조상들이 과거 천지신명께 제사를 올리며 동물을 잡아 바쳤다’는 내용을 습득해 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요가원 내의 법당에서 제사를 지낸 후 미리 칼로 토막냈던 동물 사체를 차에 실었고 사람의 왕래가 뜸한 새벽 1시경에 행동을 개시했다. 미사대교 인근 한강에 동물 사체를 버린 것인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에 좋은 기운이 흐른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무엇을 위해 동물 사체를 제물로 바치면서 제사를 지냈는지,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제’를 주도한 이 씨는 과거 유명 종교에 몸을 담았던 전직 종교인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한 종교에서 직무를 맡았고 퇴직 이후 교단을 떠나고 개인적으로 요가문화재단을 세워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 요가원은 서울에 소재하며 2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인 강 씨와 오 씨는 각각 같은 요가원의 부원장과 강사를 맡고 있었고 이 씨가 몸담았던 종교를 믿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요가원 운영 수익이 2억 원 상당의 도축된 동물 사체를 구입하기 위해 쓰였다”며 “또 이 씨는 따르는 신도들에게 예전부터 이들의 기도를 부탁 받아 기도를 해줬고 상당한 성치금을 받았다. 이 액수는 몇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 역시 동물 사체 구입에 썼다. 직접 도축을 하진 않았고 도축된 동물을 전부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검찰 조사 중 “요가원을 빡빡하게 운영했고 벌어들이는 거의 모든 돈을 동물 사체 구입에 썼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기존 종교 활동에 비춰 봤을 때 본인이 벌어들인 모든 수입을 천제에 소비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씨는 유명 종교 생활을 하며 신도들을 이끌었던 위치에 있었던 인물인 데다가 이 종교와는 무관한 종교의식인 천제를 통해 종교의 번영을 기원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천제를 명분 삼아 지원받은 자금을 천제 이외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아닌지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모든 돈이 동물 사체 구입에 쓰였고 횡령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믿고 있던 종교의 수행 풍토 개선과 사세 확장 등을 위해 천제를 지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 종교의 핵심 사업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데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기원했다고 진술했다”며 “이들이 지낸 천제는 이들의 본래 종교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자발적인 행동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유명 종교 관계자는 “이러한 일을 벌인 사람이 우리 신도였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우리는 동물을 제물로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전혀 행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들이 기원했다는 최근 종교 관련 사업은 사실이다.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해 잘되기를 바라는 신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종교는 최근 창시 100주년을 맞이해 사세 확장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등이 동물 사체를 발견했을 때 악취와 부패 정도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8월부터 미사대교 북단에서 남양주 미음마을 북단까지 이르는 한강 수면에서 동물 사체 30여 개를 발견했다. 한강사업본부의 수사의뢰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등은 버려진 사체에 적힌 일련번호를 추적해 동물이 도축장에서 도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축산물 판매현황 조사를 통해 유통경로를 파악해 이 씨의 행적임을 알아냈다. 그러나 민생사법경찰단은 수사를 의뢰받은 후 용의자를 특정해서 고발하라며 한강사업본부에 사건을 되돌려 보냈고 한강사업본부는 중요 증거물인 동물 사체를 소각하기도 했다.
식수로 사용되는 한강의 수질 오염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위생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식기관에 한강 수질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한강의 오염 정도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사체의 부패 정도는 심각했지만 한강 수량에 비해 동물 사체가 적어 오염이 나타나지 않았고 고도의 정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한강 오염 사태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 씨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전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이 씨 일당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들의 지속적인 무단투기가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을 훼손해 사안이 무겁다고 보고, 주도한 이 씨를 구속해 수사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