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가득 ‘부전자전’
▲ 지난 22일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
아버지 박성종씨는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 이런 얘기를 전한다.
“지성이한테 제일 미안했던 게 안정환처럼 잘생긴 얼굴로 낳아줬으면 슬럼프를 겪어도 기사는 계속 나올 텐데 지성이는 공을 못 차면 바로 잊혀지는 그런 존재다. 그래서 한번은 지성이한테 이렇게 말했다. ‘넌 축구 못하면 아무 짝에도 소용없으니까 축구로 성공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몇 년 전 전남의 최진한 코치가 관동대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박성종씨는 최 코치한테 박지성의 대학 진학을 부탁했다는 일화도 털어 놓는다.
“난 지성이가 대학 가는 게 목표였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도 지성이가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학교인지를 먼저 살펴봤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친분이 있었던 최 코치가 그때 관동대 감독으로 있어서 제발 지성이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때 최 코치가 지성이 같은 선수는 수도권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으니 지방으로는 올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더라.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 명지대로 갔다. 물론 성균관대로 가려다 그쪽에서 거절하는 바람에 명지대로 방향을 틀긴 했지만 정말 구름 위를 나는 것처럼 기뻤다.”
박씨는 처음 인연을 맺은 에이전트 이철호 FS코퍼레이션 대표와도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박지성이 눈부신 성장을 거두자 주변에선 이런저런 유혹들을 펼치며 새로운 에이전트 계약을 맺자고 나선 사람들도 많았는데 박씨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얼마전 아디다스에서 지성이와 계약을 맺자고 네덜란드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난 돈의 액수에 따라 이미 인연을 맺은 관계를 버리지 않는다. 나이키와는 동고동락을 같이 했기 때문에 아디다스의 끈질긴 구애를 물리치며 나이키와의 인연을 중요시했다.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성이를 돌봐줬고 이런 좋은 시절도 올 수 있게끔 도와준 이철호 대표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박씨는 어디를 가더라도 선글라스를 끼는 일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히 대처해나가는 박씨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바로 자식 때문에 호강하고 산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