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형제 공동 소유 고급빌라 둘러싸고 ‘신경전’ 불가피
▲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살고 있는 서울 성북동 성북빌하우스. 특히 B동 102호는 4형제 공동소유로 되어 있어 이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두산 파문의 진원지였던 박용오 전 회장이 오너 일가로부터 퇴출당하고 박 전 회장측의 진정서가 검찰에 접수돼 두산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불가피해지는 등 두산 형제들의 다툼은 결국 두산그룹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박 전 회장과 나머지 형제들 간의 대결구도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형제들은 경영권과 지분 외에 일부 부동산도 형제들끼리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형제의 난’으로 인해 이들 형제가 공동명의로 갖고 있던 금싸라기 부동산 처리를 두고 또 한바탕 장외 신경전을 치를 전망이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성북빌하우스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빌라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의 고가 주택이다. 한 채당 90평형으로 이뤄진 이 빌라는 기준시가 11억7천2백만원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지만 실제가격은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빌라 B동의 소유구조를 들여다보면 두산 박씨 일가의 가족 타운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특히 B동 102호는 두산 박씨 형제간 우애(?)를 엿보게 해준다. 지난 98년 4월 장남 박용곤, 차남 박용오, 삼남 박용성, 사남 박용현씨가 공동 매입해 지금까지 4분의 1씩 공동소유하고 있다.
지난 7월21일 박용오 전 회장은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을 향해 “그동안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 사적으로 유용하고 해외 밀반출을 해왔던 것이 최근 본인에게 적발되자 공모해 일방적으로 (나를) 명예회장으로 발표하는 등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 기자회견 이후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 일가로부터 퇴출당했으며 박 전 회장측은 검찰에 두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외화도피 등 비리 내용을 고변하는 진정서까지 제출해 결국 두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개시를 초래했다. 성북빌하우스 B동 102호의 향후 처리문제에서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회장 간 신경전은 불가피해진 것이다.
박용오 전 회장은 그가 박용성 회장과 함께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했던 박용만 부회장과도 성북빌하우스와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 99년 6월 박용만 부회장은 성북빌하우스 B동 202호를 사들였는데 5년 6개월 후인 2004년 12월 박용오 전 회장에게 매각했으며 이 빌라는 현재까지 박 전 회장 소유로 남아있다.
현재 박용오 전 회장이 사는 곳은 성북빌하우스 B동 101호다. 지난 98년 아내 최금숙씨 명의로 사들였다가 최씨가 작고하자 이 빌라는 박용오 전 회장 장자인 박경원씨에게 상속됐다. 성북빌하우스 경비원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아들 명의로 된 이 집에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퇴출’ 파문 이후 찾아오는 기자들 탓인지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장자인 박용곤 명예회장과 삼남 박용성 회장이 사는 곳도 성북빌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성북동 1-11에 위치한 대지 3백평 규모의 2층 주택에 살고 있으며 이 집 명의는 박 명예회장 장자인 두산가 장손 박정원씨에게 증여된 상태다. 박용성 회장은 성북빌하우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성북동 330-347에 있는 대지 2백20평 규모의 2층 주택에 지난 93년부터 살고 있다.
두산 박씨 일가 중 성북동에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박용오 전 회장 일가다. 특히 성북빌하우스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대립할 경우 박용오-경원 부자는 두산그룹 이사회에서 자신들을 퇴출시킨 두산 일가와 복잡한 부동산 소유구조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