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화대 사건’ 등 온라인 만남 성범죄로 이어져도 운영자는 모르쇠, 정부는 “제재 불가”
최근 스마트폰 채팅앱이 청소년성범죄에 악용되며 피해 사례가 급증한 가운데, 여성청소년계 255개 단체가 ‘성매매의 온상’으로 떠오른 채팅앱 업체를 공동고발했다.
지난 11일 십대여성인권센터를 비롯한 255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2명의 고소인과 함께 ‘성매매를 알선, 유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운영자’를 고소·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채팅 앱 운영․사업자가 아동․청소년의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고, 성인인증절차 등 기본적인 절차마저 생략해 채팅방에 접속한 피해아동청소년들이 성매매 및 유사성행위 등에 무방비하게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성매매나 유사성행위에 악용될 수 있는 게시글이 그대로 노출되게 해 성인들이 아동·청소년의 성을 손쉽게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미성년자인 고소인들과 피해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고소․고발에 이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단체들과 애플리케이션 업체를 고소한 고소인 2명 가운데 한 명은 이른바 ‘떡볶이 화대 사건’으로 알려진 A양의 모친이다. A양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사건 당시 만 13세였으나 정신연령은 7~8세 수준이다. 휴대전화 액정을 깨뜨린 A양은 엄마에게 혼이 날까 무서워 가출 했고, 채팅 앱을 통해 재워줄 사람을 구했다.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은 A양을 성폭행한 뒤 모텔비와 떡볶이 등을 제공했다. 재판부는 A양이 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떡볶이, 모텔비 등의 ‘화대’를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아동성폭력이 아닌 성매매로 분류하고 A양을 ‘자발적 성매매 아동’으로 규정했다. 재워줄 곳이 필요했던 A양에게 가해 남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경로는 다름 아닌 채팅 앱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또 다른 고소인 이 아무개 양도 참석해 직접 고소인 발언에 나섰다. A양은 “돈을 쉽고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들의 권유로 17살 때 처음 심톡을 알게 됐다. 앱을 다운받고 프로필에 20살로 등록한 뒤 토크방에서 사람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이를 따라해 성매수자와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A양이) 17살인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나갔으며 사진을 요구하고 키와 몸무게, 페이, 가능한 것과 안 되는 것을 물어봤다”고 전했다. A양은 남성과 만나 관계를 맺었으며 이후 심톡 이외에도 앙톡, 영톡, 즐톡 등 다른 채팅 앱을 쓰면서 1년 반 동안 조건만남을 해왔다고 고백했다. A양은 “가출한 청소년들 10명 중 5명은 조건만남을 하게 된다. 앱에 대한 법이 생겨 조건만남으로 인해 상처받는 청소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지적한 애플리케이션 업체의 범죄 사실은 ‘성매매처벌법을 위반해 성매매 알선행위를 영업으로 한 점 및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알선한 점’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유통되지 않게 하기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해 음란한 부호·문언 등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정보를 유통한 점’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해 아동·청소년에 대해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점’ 등이다.
채팅창을 이용함에 있어서 음란물 차단을 위한 필터링 조치나 금칙어 차단 등의 기능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더라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로 신고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실행해본 결과, 단체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입에는 별다른 인증절차가 필요치 않았고 닉네임과 성별, 지역, 나이, 주제, 인사말을 설정하는 프로필 또한 개인이 임의로 지정 가능했다. 기자가 20살 서울거주 여성으로 프로필을 설정한 뒤 대화방에 입장하자 즉시 5개의 대화요청과 쪽지가 왔다. “ㅍㅅ(폰섹스의 자음만 딴 채팅방의 은어)” “돈 필요?” “님 가슴 보죠” “큰 남자예요” “S파트너” 등이었다.
앱의 대화방에는 ‘섹파구합니다’ ‘연애한번 어때요?’ ‘지낼 곳 구하는 분 있나요’ ‘서로가 원하는 것 채워주는 만남’ 등 성매매를 의미하거나 음란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해당 내용을 어플 관리자에게 신고하려 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쪽지를 보낸 사용자를 차단하거나 받은 쪽지를 삭제하는 것 이외에 비슷한 내용의 쪽지나 대화요청이 오는 것을 막을 방법 또한 없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알아낸 고객상담센터로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단체들은 “고소고발 이전 앱 운영자들과 정부 유관기관에게 피해사례와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대응 및 대처 또한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앱 운영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경찰은 스마트폰 채팅앱 성매매와 관련한 전담부서가 없다고 답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단체가 내놓은 증빙자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부족해 유해매체로 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유해매체물에 성매매 처벌 대상이라는 경고문구를 게시하도록 했으나 52개 앱에만 경고문구가 게시됐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2년 이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1천 181건 중 랜덤 채팅앱은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 장소제공자들과 성매매 업소 집결지를 공동고발한 경험이 많다. 업주와 지번, 등기부 등본까지 찾아내 국가에 고발해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증거불충분으로 각하되기 일쑤였다. 문제는 법이 항상 뒤늦게 제정되고 집행돼 범죄자는 이미 법망을 빠져나간 뒤라는 점이다. 사이버 성매매 또한 2000년대 초반 이미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 상황에서 기술적 발전만 빠르게 진행돼 피해사례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